김희철, 親盧 의혹 제기 "당이 요구에 답하지 않으면 선거 개입 절대 안해"

  •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가 당내 후보 경선 경쟁자였던 김희철 전 의원에게 우회적으로 선거지원을 요청했다.

    정태호 후보의 발언에 김희철 전 의원은 '콧방귀'를 꼈다.

    정태호 후보는 10일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을 가졌다. 이날 발대식에는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당내 중진들과 동교동계를 대표하는 권노갑 상임고문,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참석했다.

    정태호 후보는 자신을 지원하기 위해 중진들이 참석한 것을 두고 "우리 당의 일치단결된 모습"이라며 "관악을 주민들에게 단결된 모습으로 선거를 뛰는 것을 마침내 보여주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면서도 "아쉬움이 있다"며 자신과의 경선에서 패배한 김희철 전 의원을 거론했다. 그는 "김 전 의원이 함께 했으면 좋았을텐데, 나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김희철 전 의원과 함께 하는 선거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김희철 전 의원이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앞서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당내 후보 경선 과정에서 김희철 전 의원을 지원한 바 있다. 전날에는 김 전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함께 정태호 후보를 돕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희철 전 의원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전 대표는 "김희철 전 의원이 아직 (마음의) 정리가 안됐지만, 새정치연합의 집권을 위해서 꼭 도와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정태호 후보가 선대위 발대식에서 자신을 거론했다는 소식을 들은 김희철 전 의원은 기존의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 ▲ 지난달 14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관악을 보궐선거 당내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된 정태호 후보가 김희철 전 의원 앞에서 승리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지난달 14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관악을 보궐선거 당내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된 정태호 후보가 김희철 전 의원 앞에서 승리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김희철 전 의원은 이날 모 매체와의 인터뷰를 위해 난곡사거리 근처를 오가던 중 신대방역 방향으로부터 발대식을 마친 문재인 대표~정태호 후보 일행이 다가오는 것이 보이자, 서둘러 자신의 사무소로 몸을 피했다.

    문 대표-정 후보 일행과 마주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 심한 것으로 보였다.

    김희철 전 의원은 직후 〈뉴데일리〉취재진과 만나 "거기(나를 거론한 것)에 대해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며 "내 갈 길을 갈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당에 두 가지를 요구한 상태"라며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대한 해명과 권리당원 1,000명이 사라진 것에 대한 자료 공개"라고 밝혔다.

    김희철 전 의원은 정태호 후보와의 당내 경선 당시 같은 날 진행된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가 기관별로 15%p 차이가 난 것에 대해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당비를 한두 번밖에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권리당원 명부에서 약 1,000명을 제외시킨 것에 대해 중앙당이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김희철 전 의원은 이날 "이 두 가지가 관철되지 않는 한 절대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도 친노(親盧) 한명숙 지도부로부터 정치적으로 '버림'받은 바 있었던 김희철 전 의원으로서는, 모든 것을 잊고 친노 정태호 후보를 지원한다는 것은 어려운 게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친노 세력이 동교동계와 가까스로 접붙는데는 성공했지만,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김희철 전 의원으로 대표되는 지역 호남표를 끌어안는 문제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는 것이 지역 정가 관계자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