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비무장 50대 흑인 남성 차 세운 뒤 전기충격기 사용, 권총 8발 쏘아 살해
  • ▲ 美언론들이 보도한 마이클 토머스 블레이저의 월터 라머 스콧 살해 영상. ⓒCNN 보도화면 캡쳐
    ▲ 美언론들이 보도한 마이클 토머스 블레이저의 월터 라머 스콧 살해 영상. ⓒCNN 보도화면 캡쳐

    2014년 ‘퍼거슨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미국에서 이번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백인 경찰관의 비무장 흑인 살해’ 사건이 터졌다. 백인 경찰관이 흑인을 살해하는 장면은 고스란히 한 시민이 제보한 영상에 찍혀 있었다.

    지난 8일(현지시간) 美언론들은 사우스캐롤라이나州 찰스턴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일제히 보도했다. 백인 경찰관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33세)는 차량을 몰고 가던 흑인 남성 월터 라머 스콧(50세)을 권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지난 7일 체포됐다는 것이었다.

    美언론들에 따르면,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는 지난 4일 교통위반 단속을 하던 도중 벤츠 승용차를 타고 가던 월터 라머 스콧에게 멈추라고 지시했다. 차량의 미등(尾燈)이 깨졌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에서는 차량 정비를 제대로 안 하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후 월터 라머 스콧은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가 쏜 권총에 숨졌다.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는 보고서에서 “월터 라머 스콧이 갑자기 달려들어 전기충격기를 빼앗으려 했고,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자위차원에서 총격을 가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익명의 시민이 현지 경찰에 제보한 동영상에는 월터 라머 스콧은 반항하기는커녕 등을 돌려 달아났고, 이때 비무장 상태였다.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는 달아나는 월터 라머 스콧을 향해 8발을 조준사격해 살해한다.

    현지 경찰은 영상을 확보하자마자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를 살인혐의로 체포했다. 슬레이저의 변호사도 영상을 본 뒤에 변호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 ▲ 경찰에 체포돼 유치장에 입감 중인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 ⓒCNN 보도화면 캡쳐
    ▲ 경찰에 체포돼 유치장에 입감 중인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 ⓒCNN 보도화면 캡쳐

    키스 서메이 찰스턴 시장은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를 즉각 해고했다”고 밝혔다.

    키스 서메이 시장은 “슬레이저는 잘못된 판단을 했다. 나쁜 판단을 했을 때는 경찰이든 시민이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를 법에 따라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흑인사회는 ‘퍼거슨 사태’를 연상케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흑인들은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美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도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백악관 또한 수사 당국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美언론들은 숨진 월터 라머 스콧이 왜 경찰로부터 도망을 갔는가에 대해서도 기사를 내놓고 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월터 라머 스콧은 이혼한 아내에게 자녀의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 않고, 재판에 제대로 출석하지 않아 10여 차례 체포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현지 언론들은 월터 라머 스콧의 형을 인용해 “스콧이 양육비를 안 준 것 때문에 도망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이혼한 아내에게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구속수감될 수도 있다. 월터 라머 스콧은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