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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육 먼저” 황우여 발언이 불안한 이유

중고교 역사교과서에 스며든 민중사관-통일지상주의 해소가 먼저

입력 2015-01-09 16:10 수정 2015-01-14 13:05

▲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통일교육’을 화두로 들고 나왔다.

인성교육, 대입제도 간소화, 수능 변별력 논란, 누리과정 예산 부족, 학교폭력방지, 전교조 법외노조화 등 난마처럼 얽힌 교육현안이 한 둘이 아닌데, 교육수장으로서 ‘통일교육’에 방점을 찍었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다.

황 부총리의 ‘통일교육 강화’ 발언은 7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졌다.

황 부총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통일을 대비해 교육분야 통합 방안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황 부총리는, 통일교육 강화를 위한 단계별 로드 맵을 제시했다.

황 부총리는 “우선 올해는 남북한 학제(學制)와 교육과정 총론, 국어·수학·영어 등 과목별 교육과정, 교과서 통합방안에 대한 기초연구를 추진하겠다”며, “교육과정 및 교과서 시범적용 연구도 연차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 부총리는 “남북한 이질성과 간극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비정치적, 비군사적 부문 가운데 가중 중요한 교육에서 공통 부분을 넓혀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 부총리는 탈북학생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도 나타냈다.

그는 “탈북 학생들은 통일 후 고향에서 북한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미래 인적자원”이라며, 이들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황 부총리는 “탈북 학생들을 위해 초기-적응-정착의 3단계로 맞춤형 교육을 하겠다”고 말했다.

황 부총리는 “우리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교육”이라며, “고교생 가운데 통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47%에 불과할 정도로, (통일이 초래할 수 있는)경제적, 사회적 불안을 많이 걱정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황 부총리는 이런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통일이 얼마나 절실하고 당위 명제인지를 알려주기 위한 통일교육을 올해부터 학교현장에서 강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 부총리의 이날 발언을 요약하면 이렇다.

▲ 첫 째,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해소를 위해, 통일의 필요성·당위성에 방점을 찍은 교육을 강화하겠다.

▲ 둘 째, 통일에 대비해, 교육분야가 앞장서 남북한 공통 분모를 찾아내겠다.

▲ 셋 째, 이를 위해 남북한 학제, 교육과정 통합에 대비한 기조연구를 수행하고, 교과서 및 교육과정 통합을 위한 시점적용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

▲ 넷 째, 탈북자 교육을 강화해, 이들을 통일 후 한국의 중심인재로 키우겠다.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통일이 가져 올 교육분야의 대혼란을 줄이기 위해 미리 통합교육 방안을 연구하겠다는 기본적인 발상은 옳다.

통일에 대비해 탈북학생을 미래 세대 중심인재가 될 수 있도록 길러내겠다는 방침도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교육수장의 통일교육 강화 발언을 마주하면서 마음 한편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불안의 밑바탕에는, 황 부총리가 밝힌 ‘통일에 대한 당위론’이 놓여 있다.

통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부정적 여론은 득(得)이 될 것이 없다.
문제는, 통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해소한다는 명분 아래, 통일에 대한 당위론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의 해악이다.

통일에 대한 확장된 당위론은, “모로 가든 통일만 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통일지상주의’와 만날 위험이 매우 크다. 바로 여기에 황 부총리의 통일교육 강화 발언이 안고 있는 함정이 있다.

“통일만 될 수 있다면 ‘적화통일’도 상관없다”는 ‘통일지상주의’는, 역사가 깊은 좌파 운동권의 기본 개념이다. 여기에 민족주의가 결부되면, 북한이 주장하는 대남혁명전술 ‘우리민족끼리’가 된다.

이미 ‘통일지상주의’는 우리 인문학계의 뿌리까지 침투했다.
그 대표적인 증거가 국사학계를 장악한 이른바 ‘민중사관’, ‘수정주의 역사관’이다.

‘수정주의’는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역사학과의 ‘윌리엄 애플먼 윌리엄스(William Appleman Williams)’ 교수가 1958년 주창한 이론이다.

냉전의 원인이 미국의 팽창주의에 있다고 주장한 ‘수정주의’ 학파는, 6.25 전쟁이 미국과 이승만 정권의 ‘남침유도’ 때문에 일어났다는 왜곡된 주장을 펼치면서, 국내 좌파진영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수정주의’ 학파의 미국책임론과 한국전 남침유도설은, <전교조>와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해 국내 교육 및 역사학계 전반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6.25 전쟁에 대해 노골적으로 [남침유도설]을 주장한 ‘브루스 커밍스’도 대표적인 ‘수정주의’ 계열 학자로 꼽힌다.

그러나 ‘수정주의’는 1980년대 말 공산권의 붕괴와 함께, 이들의 주장이 왜곡됐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용도 폐기된 사관(史觀)이다. 즉, 학설로서 이미 수명을 다했다.

수정주의가 태동한 미국에서는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론이지만, 국내 사정은 다르다.
국내 역사학계는 아직도 수정주의에 기반을 둔 민중사관과 통일지상주의가 주류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는 우리 학계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허동현 경희대 교수는 2013년 5월 한국현대사학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고교 한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학계과 교육계에 깊숙하게 침투한 ‘수정주의’의 폐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우리 교과서는, 이미 학설로서 수명이 다한 ‘수정주의’에 기초해 통일만을 강조한다.

통일만 되면 모든 것 문제될 것 없다는 시각으로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형태의 통일인지는 언급하지 않는다.

오직 통일만이 목적이고, 비판적 입장은 무조건 부정적으로 단정 짓는다”

   - 허동현 경희대 교수


고교 한국사교과서의 반국가적 서술을 분석한 정경희 박사(전 탐라대 교수) 역시, 수정주의와 맞닿아 있는 민중사관이 중고교 역사교과서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수정주의적 태도가 오히려 강화된 측면도 있다.
교과서 집필에 ‘민중사학자’들이 참여하면서, 북한역사학계의 연구성과가 많이 들어왔다.

북한식 호칭을 사용해 ‘중공군 개입’을, ‘중국인민지원군 참전’이라고 표현한 것이 그 예다. 누가 ‘우군’이고 ‘적군’인지 모호하게 만드는 서술이다

   - 정경희 박사


황 부총리의 통일교육 강화 방침이, 수정주의에 기초한 통일지상주의와 민중사관의 해악을 간과한 채 추진된다면, 이는 통일교육이 아니라, 북한의 대남혁명전술이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을 정부가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통일은 대박이지만, ‘통일만 되면 그만’ 혹은 ‘통일만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태도는 나라를 망칠 수 있는 치명적 독(毒)이다.

이런 의미에서 통일교육 강화 방안을 실현하기에 앞서, 통일지상주의의 망령을 걷어내고, 현대사 서술의 좌편향성을 극복한 역사교과서 발행체계 개편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교육부장관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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