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평양공연 위해 정명훈 감독 잡고 싶었을 것”
  • ▲ 서울시향 직원들의 막말 폭로에 대해, 침묵하던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의 언행에 대한 사무국 직원들의 폭로에 맞서, 서울시향의 방만한 경영 실태와 정명훈 예술감독의 인사전횡 등을 ‘역(逆) 폭로’ 하면서, 사건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없는 ‘시계제로’ 상태로 치닫고 있다. 사진 왼쪽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가운데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 오른쪽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연합뉴스, 뉴데일리DB
    ▲ 서울시향 직원들의 막말 폭로에 대해, 침묵하던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의 언행에 대한 사무국 직원들의 폭로에 맞서, 서울시향의 방만한 경영 실태와 정명훈 예술감독의 인사전횡 등을 ‘역(逆) 폭로’ 하면서, 사건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없는 ‘시계제로’ 상태로 치닫고 있다. 사진 왼쪽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가운데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 오른쪽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연합뉴스, 뉴데일리DB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의 막말 파문으로 시작된 ‘서울시향 사태’가, 시간이 갈수록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면서, 이번 사건의 원인과 배경을 놓고 각종 추론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5일, 그 동안 침묵하던 박현정 대표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의 언행에 대한 사무국 직원들의 폭로에 맞서, 서울시향의 방만한 경영 실태와 정명훈 예술감독의 인사전횡 등을 ‘역(逆) 폭로’ 하면서, 사건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없는 ‘시계제로’ 상태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헤드헌터’를 고용해 영입한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대표가 방만하게 운영되는 시향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발하는 내부세력에 의해 사안의 실체가 가려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 ▲ 막말 파문으로 논란에 휩싸인 서울시립교향악단 박현정 대표가 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언과 성희롱 논란과 관련해 머리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막말 파문으로 논란에 휩싸인 서울시립교향악단 박현정 대표가 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언과 성희롱 논란과 관련해 머리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은 지난 2일 호소문을 통해 “박현정 대표가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폭언과 성추행 등을 일삼았고, 지인의 자녀나 제자를 채용하는 등 인사전횡을 저질렀다”며,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어 사무국 직원들은 박 대표가 공직자로서의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서울시에 박 대표에 대한 파면을 요구했다.

    사무국 직원들은 박현정 대표가 평소 직원들에게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월급에서 까겠다. 장기라도 팔아야지’, ‘미니스커트입고 니 다리로라도 나가서 음반팔면 좋겠다‘, 술집마담 하면 잘할 것 같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나아가 박현정 대표에 대해 “지난해 9월에는 외부기관과 가진 공식적인 식사 자리에서 과도하게 술을 마신 뒤 남자 직원의 넥타이를 잡아 본인 쪽으로 끌어당긴 뒤, 손으로 해당 직원의 신제 주요 부위를 접촉하려고 시도했다”며 성추행 사실을 들춰내기도 했다.

    직원들은 3일, 박현정 대표가 직원들에게 폭언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여기 이상한 XX 둘이 앉고. 여기 떨면서 앉았니? 지네끼리 앉아서 처먹고 막 떠들고 지랄이야. 진짜 신경질 나게. 내 돈 갖고”라고 막말을 하는 박 대표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아울러 “딴 XX나 딴 X불러다가 가서 미친 듯이 어떤 짓거리를 하건 그거에 처박고 돈 갖다 바칠 그냥 X이나 X이나 골라. 나는 못해” 등의 폭언도 그대로 담겨있다.

  •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DB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DB

    이에 박현정 대표는 5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부적절한 언행에 사과를 표하면서도 직원들의 집단항명의 배후에 정명훈 예술감독이 있다며, 순순히 승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대표는 이날 자신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비난을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들의 음해”라고 맞받아치면서, “어떠한 조사나 감사도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서울시향 대표로 처음 부임했을 당시를 회고하면서, 그 동안의 고충을 털어놨다.

    박 대표의 이날 발언은 대부분 정명훈 예술감독의 인사전횡과 서울시향의 고질적인 방만 경영을 비판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박 대표는 부임 당시 시향을 “조직이라고 할 수 없는 동호회”라고 표현하면서, “나태하고 공사(公私)가 따로 없는 문화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은 물론 나도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처음 왔을 때 깜짝 놀랐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이렇게 방만하고 비효율적이고, 나태하며, 조직이라고 할 수 없는 동호회 같은 문화에 놀랐다.

    ‘내가 낸 세금이 이렇게 쓰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조직을 추스르고 제자리로 돌리려고 노력했다.
    조직을 체계화시키고 시스템화 시키려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여기 연봉은 적지 않다. 대졸 초임이 3,000만원인데, 이 정도 연봉을 초임으로 주는 곳이 많지 않다.

    그러나 6~7년차 직원들이 엑셀도 못했다.
    지난 8년간 서울시향이 연주했던 곡목 리스트조차 없어서 이를 정리하라고 시켰더니, 서로가 내 일이 아니라고 회피해 알바생을 고용해 일을 일을 했다.

    들어와서 시간이 지나면 연봉이 자동 인상되던 인사제도를 개편하고 승진제도를 도입했다. 평점제도와 정년제도를 도입했다.

       -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이사, 5일 기자회견에서


    이어 박 대표는 정명훈 예술감독이 공적기관인 시향을 자기 사조직처럼 운영했다며, 정 감독의 인사전횡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작년에 69세인 분이 있었는데 정명훈 예술 감독 처형의 친구이자, 정 감독 막내아들 피아노 교사였다. 이 분이 5,700만원의 연봉을 받았는데, 9년 전 입사할 때도 나이제한에 걸려 이미 규정위반이었다.

    그런데도 정 감독이 시장을 만난 지 3개월 후에 채용됐다고 한다. 이 분이 작년에 6개월 치 위로금을 받고, 퇴직하셨는데, 올해 6월 정 감독이 이 분을 다시 데려오라고 했다.

       -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이사


    박 대표는 “사조직처럼 운영되는 문화를 시스템을 갖춘 공조직으로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면서, 정 감독이 서울시향을 사조직처럼 운영했다고 강조했다.

    사건이 양측의 폭로전으로 확산되면서, 갈등을 중재해야 할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태 해결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박현정 대표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정명훈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현정 대표는 4일 YTN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정명훈 감독이 이번 자료(직원 호소문)를 박원순 시장에게 전달했다”며, “정 감독이 11월 안에 저를 바꾸지 않으면 예술감독 재계약을 안하겠다고 해서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박원순 시장의 행태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박 대표는 “평양공연과 문화계의 표가 필요한 박 시장은 해명기회나 사실확인 절차 없이 저보고 11월까지 나가라고 요구했다”며, “이번 일은 정 감독과 정 감독을 꼭 잡고 싶어 하는 박 시장의 합작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정명훈 감독이 서울시향을 사조직처럼 운영해온 것을 잘 아는 저와는 재계약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도 말해, 정명훈 감독과의 불편한 관계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 ▲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연합뉴스
    ▲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연합뉴스

    박원순 시장이 이번 폭로 사태가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박현정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현정 대표는 “지난 1일 만난 박원순 시장이 바로 사퇴를 요구했다”며, “회기 중 사퇴는 이상하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자 '애들(시향 사무국 직원)이 터뜨린다고 하더라' 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 대표는 “내가 회기를 마치고 나가겠다고 다시 말했더니 왜 이렇게 억지를 쓰냐고 했다”며, “그날 오후부터 (성희롱·폭언·인사전횡 의혹)이 보도됐다”고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서울시장은 시향 대표를 임명할 수는 있지만 해임할 권한은 없다.
    해임은 서울시향 이사회에서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박현정 대표가 10월 말 먼저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를 다시 번복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박 대표에 대한 내용을 전달받고 사실 확인을 지시해, 피해 직원들을 직접 인터뷰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의 실체 규명과 별도로, 박현정 대표가 직원들에게 상습적인 막말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점은 비판을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시향 사무국 직원들의 집단항명과 폭로가, 박 대표의 부적절한 언행 때문만은 아니라는 새로운 분석이 잇따라 나오면서, 이번 사태의 원인을 ‘개혁 대 반개혁’, 혹은 ‘박현정 대표와 정명훈 예술감독 사이의 갈등’과 ‘박원순 시장의 모호한 태도’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