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재원 마련 부족 이유, 기업들마저 협찬 외면
  • ▲ 사진 왼쪽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가운데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오른쪽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연합뉴스, 뉴데일리DB
    ▲ 사진 왼쪽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가운데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오른쪽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연합뉴스, 뉴데일리DB

    지난 연말 사무국 직원들의 집단 항명과 박현정 대표의 성희롱 막말 파문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은 서울시향이 다음 달 예정된 미국 순회공연을 취소하는 등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향은 지난해 12월 사무국 직원들이 박현정 전 대표가 자신들에게 수시로 막말과 성희롱을 일삼았다며, 박 전 대표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대언론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심각한 내부 갈등을 빚었다.

    이 사건은 박 전 대표의 반박 기자회견으로 이어지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흘렀고, 정명훈 시향 예술감독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무국 직원들의 집단항명에 동조를 하거나 이들의 행동을 부추겼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 과정에서 박현정 전 대표는 “박원순 시장이 당장 나가라”고 사퇴를 종용했다며, 박 시장과의 면담내용을 폭로하기도 했다.

    나아가 박현정 전 대표는 “박원순 시장이 시향의 평양공연을 위해 정명훈 감독을 잡고 싶었을 것”이라며, “서울시향 사태는 박원순·정명훈 합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시향의 내분사태는 박현정 전 대표의 사퇴와 정명훈 예술감독의 재계약으로 일단락됐지만, 이번 미국 순회공연 취소가 보여주듯 후폭풍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서울시향은 비용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다음 달로 예정된 미국 7개 도시 순회공연을 취소했다.

    당초 서울시향은 정명훈 예술감독의 지휘와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협연으로 다음달 14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워싱턴,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산타바바라, 시애틀 등 7개 도시에서 초청공연을 열 예정이었다.

    서울시향은 미국 순회 공연에 17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서울시의 예산지원과 기업 협찬으로 비용을 충당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서울시의회의 예산안 부결로 벽에 부딪혔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2015년도 예산편성과정에서 시향의 미국투어를 위해 10억 5천만원의 예산안을 편성했으나, 시의회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시향은 이후 기업체 협찬으로 재원을 마련해 예정된 투어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기업들의 외면으로 결국 순회공연 취소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시향에 대한 기업들의 협찬 외면은, 지난해 연말 불거진 박현정 전 대표와 사무국 직원 간 갈등, 박현정 전 대표와 정명훈 예술감독 사이의 불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정명훈 예술감독도 지난해 연말 파문에 따른 스트레스와 허리디스크 등으로 피로를 호소하면서, 미국 공연에 대한 뜻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향은 미국 공연 취소로  대외 신인도와 이미지에 적지 않은 상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예정된 미국 공연의 티켓 반환이 불가피하다. 시향의 다음 달 미국 투어 티켓 예매율은 평균 65% 정도에 이르고 있지만, 공연 취소에 따라 이를 모두 반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