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도 사유재산 침해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서울시가 상업용부동산만 해제하면서 '주택거래허가제'로 변질아파트 투기 억제 수단으로만 활용 지적
  • ▲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부동산 모습.ⓒ연합뉴스
    ▲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부동산 모습.ⓒ연합뉴스
    서울시가 투기 수요 억제와 집값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가 '계륵' 신세가 되면서 해제 여부를 두고 기로에 섰다.

    지난해부터 금리인상으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자 구역 해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해당 지역 집주인들은 "내 집을 내 마음대로 사고팔지도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사유재산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당초 토지거래허가제는 신도시나 산업단지 등 대규모 부동산 개발이 이뤄질 때 인근 땅 투기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아파트가 밀집한 주거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이다.  

    정부가 개인의 부동산 거래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꾸준히 사유재산 침해 논란이 있어 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과거 두 차례에 걸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도가 사유재산 침해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표적인 판례로, 1988년 A씨는 충남 당진군 내 자신 소유의 임야를 관할 도지사 허가 없이 같은해 3월부터 5월 동안 매도해 총 2200여만원의 차익을 얻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 소유 임야가 있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고 이에 불복한 A씨는 헌재에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국토이용관리법 제21조의3 제1항의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유재산제도의 부정이 아니라 그 제한의 한 형태이고 토지의 투기적 거래의 억제를 위해 그 처분을 제한함은 부득이한 것이므로 재산권의 본질적인 침해가 아니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1997년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사유재산권 침해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헌재는 앞서 1988년 선고 내용을 근거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도가 사유재산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결국 현행 법률상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사유재산권 침해에 속하지 않는다고 결론난 상황이다.

    다만 두 번의 헌재 선고 이후 수십여년이 지난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해당 주민·정치권·법조계 등 일각에서는 정부가 개발지역 토지가 아닌 아파트가 들어선 곳의 토지를 규제함에 따라 사실상 주택거래를 규제한 것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아파트를 제외하고 상가·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서만 규제를 해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주택거래허가제'를 도입한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잠실·삼성·청담·대치동의 토지 거래 허가 대상을 아파트 용도로 한정하겠다고 밝혔다. 상가나 빌라 등 다른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를 풀어주는 정책이긴 했지만 역으로 보면 주택에 한해서만 규제를 가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발생했다.

    주택거래허가제는 이전에도 도입 논란이 있었으나 여론의 반발로 불발됐다. 주택거래허가제는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 시절 검토했던 정책이지만 실효성 논란 및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실시하지 않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 제도는 일정 면적 이상 토지 거래시 서울시장 및 시‧도 지사 등으로부터 따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면서 "토지 거래의 허가는 합헌에 해당한다 여겨지나 아파트까지 규제하는 것은 사유재산 및 주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