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선배가 취업 컨설턴트로 … 경단녀 탈출해 인사 전문가로'서울런 4050'으로 취업 성공한 '찐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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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어지는 기대수명, 빨라지는 퇴직시계, 급변하는 직업환경 속에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이 있다. 청년, 고령층도 아닌 이른바 '낀 세대' 불리는 4050 세대다. 

    서울시는 지자체 최초로 중장년의 일자리와 취업교육, 노후 설계를 지원하는 '서울런 4050'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퇴직과 재취업이라는 생존의 문제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고군분투하는 4050의 목소리를 본지가 직접 들어봤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느낄 수 있어서 굉장히 보람이 커요" 

    올해 6년차 컨설턴트인 김현철(55) 씨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 북부캠퍼스에서 일하고 있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직업교육과 창업 지원은 물론 서류 전형과 면접 스킬 등 전문적인 취업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과거 교육 콘텐츠 분야에서 일했던 김 씨는 40대 중반의 이른 나이에 퇴사를 했다. 이후 창업을 했지만 오래 가지 못해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냉혹한 현실에 번번이 좌절하던 당시, 아내의 추천으로 서울시 보람일자리 '컨설턴트 채용' 공고를 접하게 됐다. 김 씨는 "해왔던 일과 연속성이 있겠다 생각해서 지원했고 다행히 선발돼 일을 계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임한 상담 업무가 적성에 꽤 맞았고 2021년부터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따며 전문성을 쌓았다. 그 결과 파트타임 일자리에서 현재는 풀타임 뉴딜일자리 컨설턴트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김 씨의 상담을 거쳐간 이들만 160명 남짓. "제가 먼저 답답함과 힘든 상황을 경험했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맨땅에 헤딩하듯이 여기까지 왔다"며 "저도 도움을 주고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제가 그런 사람이 됐다"고 뿌듯해했다. 

    매일 퇴직자를 마주하면서 체감하는 현실도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아직까지는 60대 초반이 가장 많지만 퇴직연령이 점점 어려지다 보니 40대 분들이 퇴직을 생각하고 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경력이 좋더라도 재취업 시장에 딱 나와보면 연령 불문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너무 적다는 것이 제일 힘들다"며 "다른 사람들과 교육받으면서 소통하고, 정보들을 알아가면서 내가 갈 길에 대한 여러가지 대안들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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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의 취업 시장에 대해 이전에는 잘 모르고 살았어요. 퇴직하고 나서야 정확하게 나의 포지션이 어느 수준이구나 알게 됐죠." 

    남 부러울 것 없이 대기업 인사(HR)부서에서 워킹맘으로 일해 온 40대 A씨. 회사에 불어닥친 경영상 이유로 2022년 10월 퇴사한 그녀에게 눈 앞에 놓인 현실의 벽은 높기만 했다. 학원 강사, 컨설팅 업무를 잠깐씩 했지만 단기직이라 고용불안에 대한 걱정은 계속됐다. 

    "내가 갈데 없겠어? 하고 나왔는데 진짜 갈데가 없었다"며 막막함이 커지던 그 때, 제2의 기회가 찾아왔다. 대기업 재직 당시 직원들에 대한 제2의 인생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교육 설계를 담당하면서 알게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불현듯 떠오른 것이다. 퇴사 후 9개월 만이었다. 

    재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수십 가지 인턴십 프로그램 중에서 HR 직무는 단 2곳 뿐. A씨는 이 중 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서류전형과 면접을 뚫고 5개월의 인턴십 기회를 얻었다. 그녀는 "만약 이 일을 안했으면 다른 직업을 했을텐데 HR 업무를 계속할 수 있어 경력단절 없이 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직무 역량 또한 성장했다고 한다. 그녀는 "그동안 주어진 일, 내가 해야 될 일 중심으로만 했었는데 회사가 원한 것은 처음 세팅부터 HR 체계를 어떻게 잡아야 되는지에 대한 도움이었다"며 "업무를 다 훑어볼 수 있어 오히려 커리어, 역량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인턴십을 마친 회사에서 6개월 가량을 더 일한 A씨는 현재 다른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HR 전문가로서, 자신처럼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솔직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저도 퇴사할 때 준비를 못하고 나와서 되게 속상했어요. 업을 바꿔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죠. 사무직만 하다가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이 참 어렵더라고요. 50플러스재단에서 40대 여성들을 위한 기업의 서비스 채용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