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F "尹 정부, '언론자유지수' 급락" 혹평미디어X "盧·文 정부 '언론 입틀막' 땐 방관"
  • ▲ 미디어전문매체 '미디어X'가 '국경없는기자회'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픽사베이
    ▲ 미디어전문매체 '미디어X'가 '국경없는기자회'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픽사베이
    지난 3일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세계 언론자유의 날을 맞아 "윤석열 정부의 '언론자유지수(Press Freedom Index)'가 급락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으나, 이는 공산주의자가 설립한 'RSF'의 평가가 한국의 '좌파 정부'에 유달리 관대하고 '우파 정부'에 인색한 관행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며 설립자 로베르 메나르(71, Robert Ménard)와 'RSF'의 좌편향 행적을 폭로한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13일 미디어전문매체 '미디어X'에 따르면 프랑스령 알제리에서 태어나 9세 때 프랑스로 이주한 메나르는 1979년부터 지역 신문과 라디오 방송 기자로 활동하다가 1985년 RSF를 만들었다.

    그는 중학교 시절인 1968년 '사람사는 세상', '인간다운 삶'을 외치며 동맹휴업과 총파업에 나선 좌파 운동에 가담한 데 이어 1973년에는 소련의 레온 트로츠키(Leon Trotsky)를 추종하는 '혁명공산주의동맹(LCR)'에 가입했다. 메나르는 기자 초년병 시절부터 '언론은 혁명 사상의 선전·선동 도구가 돼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졌다.

    레닌과 함께 1917년 러시아 공산혁명을 이끈 트로츠키는 일국 공산화를 고집하는 스탈린에게 맞서 국제공산화를 주장하다 권력에서 제거돼 처형된 거물 공산주의자다.

    RSF 탄생에는 1985년 라디오 방송 '프랑스 에로'에 출연한 로니 브로만(Rony Brauman) '국경없는의사회' 전 대표의 발언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브로만 전 대표가 전쟁이나 기아, 대참사가 날 때만 최빈국을 취재하는 보도 방식을 비판하자, 메나르의 직장 동료가 "국경을 뛰어넘는 저널리스트 조직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메나르는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혁명 투쟁 전선으로 다시 뛰어들려면 그러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이 제안에 선뜻 동의했다.

    이렇게 탄생한 RSF는 출범 초기에 경제적으로 낙후한 제3세계 사람들의 빈곤 현실을 공론화함으로써 도움을 끌어내는 인도적 지원 활동에 주력했다.

    그러나 출범 3년 차인 1988년부터 제3세계 빈민 지원 활동에서 벗어나 세계 언론인 인권이나 언론자유 수호를 새로운 사명으로 삼았다.

    조직이 빠르게 커지자 창설 단계부터 강력한 지원을 해준 몽펠리에를 떠나 파리로 본부를 옮겼다. RSF는 한때 전체 예산의 약 60%를 유럽연합(EU)에 의존한 영향 때문인지 유럽국가에 대한 언론자유 평가는 매우 관대한 편이다.

    올해 평가에서도 1~4위를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차지했고, 상당수 EU 회원국이 20위권에 포진했다. 반면 아시아권에 대해서는 기자들이 생명 위협에 시달리는 중남미나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박하게 평가했다.

    메나르는 2004년 자신의 저서에서 "일본이나 필리핀,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 나라의 언론자유가 진전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아시아 경시 관행'은 올해 평가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3일 RSF가 발표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64.87점으로 180개 평가 대상국 중 62위)는 아프리카 나미비아(34위), 남아공(38위), 가나(50위), 가봉(56위), 감비아(58위)보다도 낮게 나왔다.

    미디어X는 "집권 2년 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자유지수가 추락한 데는 '가짜뉴스'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MBC 등이 법원에서 허위보도 판결을 받고 선거방송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를 받은 것을 근거로 RSF는 한국의 언론자유 점수를 확 끌어내렸는데, 역대 평점이 최상위권이었던 노무현 정부와 비교하면 잣대의 공정성이 매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미디어X는 "노무현 정부가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또는 정정보도 소송이 십여 건에 달했고, 정부 부처의 언론 중재 신청도 700건을 넘어서는 등 언론 탄압 강도가 갈수록 심해지자, 국제언론인협회(IPI)는 2007년에만 4차례 한국 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언론 탄압에 관한 감시 대상 지정'을 고려하겠다고 경고했다"며 "그런데도 RSF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는 2003년 49위에서 2007년 39위로 개선되는 황당한 현상이 생겼다"고 밝혔다.

    미디어X에 따르면 RSF의 언론자유 범위는 무한대에 가깝다. 폭력 선동을 제외하면 인종차별, 유대인 반대, 외국인 배척, 역사 수정주의  등에 대한 제재도 반대한다. 심지어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범람하는 '가짜뉴스'를 단속하기 위한 인터넷 통제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갖는다. 비록 사회질서에 악영향을 미칠지라도 그러한 자유를 속박한다면 표현의 자유가 위험해진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신념이 모든 국가에 일관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게 미디어X의 분석이다. 2021년 1월 발효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8조(5·18역사왜곡방지법)'는 신문·잡지·방송·기타 출판물·인터넷·전시·공연·토론회·간담회·기자회견·집회·가두연설 등으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는 등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구속하는 측면이 있음에도 RSF는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미디어X는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언론자유를 침해한 법률인데도 RSF는 수수방관했다"며 "RSF는 언론의 공산주의 선전 선동마저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북한의 안보 위협에 강경 태도를 보이는 한국 우파 정부에 우호적일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디어X는 "세상을 바라보는 앵글 자체가 좌편향된 RSF가 2002년부터 180개 국가를 대상으로 매기는 언론자유지수는 산정 방식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RSF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설문 항목을 각국 협력 기관과 외국 특파원, 현지 언론인, 인권운동가 등 150여 명에게 보내 작성토록 해 그 결과를 집계하는데, 설문은 객관 척도가 아닌 주관에 의존하므로 연구자 편견에 크게 오염되거나 왜곡될 소지가 있고, 설문에 누가 참여하는지 공개하지도 않아 평가 신뢰도가 매우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또한 미디어X는 "RSF 지도부의 행보를 보면 국내 좌파 단체와 RSF의 강력한 '브로맨스'가 느껴진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 18일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 일행을 청와대로 초청해 우호 관계를 과시한 사례를 들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RSF가 추진하는 '정보와 민주주의에 관한 국제선언'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정부 간 협의체인 '정보와 민주주의를 위한 파트너십'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RSF의 프로젝트가 인권변호사 출신의 문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 매우 기쁘다. 한국은 이 선언을 지지해준 아시아 최초의 국가"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때 RSF는 "문 대통령의 당선으로 한국의 언론자유 상황이 전환의 계기를 맞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촛불집회와 시위에서 투지를 보여줬다"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공영방송 KBS와 MBC의 갈등이 종식됐다"고 호평했으나, MBC와 KBS 기자들이 회사에서 쫓겨나 무더기로 마이크를 빼앗긴 희대의 언론 탄압은 외면하고, 촛불시위 당시 △세월호 7시간 청와대 굿판 △박근혜 대통령 미용 시술 △최순실 씨 수조 원 외국 밀반출설 등 악의적 오보가 쏟아진 사실도 지적하지 않았다.

    미디어X는 "당시 RSF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논란의 대상인 고대영 KBS 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을 조속히 바꿔 교착상태를 끝내야 하고, 언론인들이 완전한 편집 독립성을 누릴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냈다"며 "방통위를 상대로 언론사 사장을 끌어내리라고 공개 압박을 가했다는 점에서 RSF의 언론자유 수호 구호는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RSF가 이중잣대를 들이대 생산한 언론자유지수는 공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지표로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단정한 미디어X는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일지라도 RSF의 주장처럼 무한정 보장한다면 국가안보와 치안 질서, 공공복리를 심대하게 침해함으로써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RSF의 언론자유지수는 냉정하게 비판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