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감독 부부 관련 송사만 5~6건...체류 중 조사 가능성 높아
  • ▲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 ⓒ 사진 연합뉴스
    ▲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 ⓒ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말 자리에서 물러난 뒤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정명훈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8월 귀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 전 감독의 고국 방문이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음악계 소식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정명훈 전 감독은 8월 18일, 롯데콘서트홀 개관 기념 공연에서 서울시향을 지휘할 예정이다. 정 전 감독의 공연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시향 예술감독직에서 물러난 지 8개월 만에 다시 시향의 지휘봉을 잡는 셈이다.

    정 전 감독의 이번 공연은 시향 예술감독으로의 복귀와는 ‘일단’ 무관하다.

    음악계 일부에서는 시향 현 이사진이 대거 바뀌는 시기와 맞물려 정 전 감독이 예술감독 자리로 돌아올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이번 공연은 롯데콘서트홀 개관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일회성’으로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앞서 정명훈 전 감독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을 마지막으로 시향을 떠났다.

    정 전 감독의 귀국 소식이 들려오면서, 그를 둘러싼 각종 추문이 이번 기회에 해소되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정명훈 전 감독과 관련한 법적 분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일부 시민단체들이 정 전 감독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다. 지난해 2월 서울시 감사관실의 감사를 계기로 불거진 고발사건의 핵심은, 정 전 감독이 시향 예술감독으로 재임하는 동안, 자신의 권위를 남용해 항공료 등 공금을 부당하게 횡령했다는 것이다.

    정 전 감독을 고발한 사민단체들은, 서울시 감사관실의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 전 감독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종로서는 고발인 조사와 시향 예산 집행 내역 등에 대한 비교 등을 마치고, 최근 정 전 감독에게 소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 사진 뉴데일리DB
    ▲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 사진 뉴데일리DB

    두 번째는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들이 박현정 전 시향 대표를 음해한 사건이다. 2014년 11월 말, 각 언론사 사회부 및 문화부 기자들에게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시향 사무국 직원 일동’ 명의의 성명서가 배포됐다.

    이 성명서에서 직원들은 박현정 전 대표가 막말과 성희롱, 부당한 인사 개입 등을 일삼았다며 그의 퇴진을 요구했다. 성명서 내용의 진위도 밝혀지기 전에 일부 언론은 박현정 전 대표의 행실을 비난하는 논조의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으며, 박 전 대표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서면서, 사건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흘러갔다.

    시향 사무국 직원들이 상당히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 등을 언급하면서, 사건 초기 여론은 이들에게 온정적이었으나, 지난해 2월 서울시 감사관실의 감사결과가 나오면서 반전됐다.

    박현정 전 대표는 성명서 파문이 불거진 지 3일 만에 기자회견을 자청해, “직원들의 배후에 정명훈 전 감독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있다”며, ‘박원순-정명훈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 왼쪽부터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 박현정 전 시향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 사진 뉴데일리DB
    ▲ 왼쪽부터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 박현정 전 시향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 사진 뉴데일리DB

    그러면서 박현정 전 대표는 박원순 시장과의 독대 사실과, 박 시장의 발언을 그대로 전하면서, 박원순 시장이 고압적인 태도로 자신에게 사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박현정 전 대표는 “서울시향은 정명훈 감독의 사조직이나 다름이 없다”며, 정명훈 전 감독의 전횡 사실을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이후 박현정 전 대표는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박현정 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정명훈 전 감독의 전횡 관련 내용은, 서울시 감사관실의 감사결과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서울시 감사관실은 시향에 대한 감사결과, 정명훈 전 감독의 공금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금액 전액을 반환받도록 시향에 요구했다. 서울시 감사결과가 나온 뒤, 여론은 정명훈 전 감독에게 등을 돌렸다.

    박 전 대표 음해사건을 조사한 서울시경 사이버수사대는 올해 3월, “시향 사무국 직원들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성명서에 동참한 것으로 밝혀진 직원 10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박 전 대표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향 사무국 남자직원 A씨와 정명훈 전 감독 보좌역 B씨 등 2명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도 내렸다.

    경찰은 A씨에 대해서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도 신청했으나, 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지만, 경찰은 시향 사무국 일부 직원들이 박현정 전 대표를 음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이 과정에서 정명훈 전 감독의 부인 구모씨가 B씨를 통해 직원들의 범행에 가담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경찰은 해외에 체류 중인 구씨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구씨에게 기소중지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배우자인 구씨가 박현정 전 대표에 대한 시향 사무국 직원들의 음해사건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정 전 감독 역시 이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세 번째는 박현정 전 대표가 정 전 감독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 및 손해배상 사건이다.

    박현정 전 대표는 “시향 사무국 직원들이 낸 성명서는 자작극”이라는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온 직후, 정명훈 전 감독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정명훈 전 감독이 언론 인터뷰와 공개편지 등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 고소의 주된 이유였다.

    정 전 감독은 지난해 8월 한 일간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박 전 대표의 성추행 및 막말 논란에 대해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서울시향 직원들의 인권문제다. 17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대표로부터 인간적 모욕을 당했다며 도움을 호소하는데, 예술감독으로서 어떻게 가만히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정 전 감독이 시향 직원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마치 사실처럼 단정 짓고, 자신을 파렴치범으로 묘사했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박 전 대표는 정 전 감독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향 직원 곽모씨, 서울시인권보호관 3명, 모 일간지 기자 1명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냈다.

    박 전 대표는 시향 직원 곽모씨의 경우 없는 사실을 꾸며냈고, 서울시인권보호관들은 부실한 조사로 직원들의 호소문 내용을 사실이라고 판정해, 결과적으로 본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일간지 기자에 대해서는, 시향 직원들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등 균형을 잃은 부정확한 보도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박현정 전 대표 음해 사건 및 박 전 대표가 정명훈 전 감독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혐의 고소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가 맡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소제기에 정명훈 전 감독 역시 맞고소로 대응했다. 정명훈 전 감독은 3월28일 박 전 대표를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정 전 감독이 박현정 전 대표를 상대로 낸 고소 사건 역시 중앙지검 첨수2부에 배당돼 있다.

    정 전 감독의 부인 구씨도 소송에 나선 상황이다. 구씨는 경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정명훈 전 감독 부부와 관련된 송사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정 전 감독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어떤 식으로든 조사 혹은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부인 구씨가 이번 귀국길에 동행 할지 여부도 변수 가운데 하나다.

    서울시향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검찰은, 박 전 대표 음해사건 및 정 전 감독 측의 개입 여부 등 핵심 쟁점을 검토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는 이르면 다음 달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