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장 천공 방치하다 패혈증 감염으로 숨져국과수 부검, 사실상 "의료 과실로 인한 사망" 결론
  • ▲ 故 신해철의 유해가 안치된 유토피아 추모관.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故 신해철의 유해가 안치된 유토피아 추모관.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5일 오전 11시, 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신해철이 서울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화장터에서 한 줌의 재로 변했다. 사망한지 9일 만의 영면(永眠)이었다. 이날 비공개 가족장에는 신해철의 부모와 미망인, 넥스트 멤버들, 지인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2일 신해철이 패혈증 쇼크로 심장이 일시 정지돼 심폐소생술을 받았다는 뉴스가 긴급 타전되면서 가요계는 충격에 빠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앨범 녹음 등 컴백 준비에 여념이 없던 그였다. 오랫만에 예능 프로그램까지 출연하며 재기의 의욕을 불태웠던 신해철은 하루아침에 의식불명 상태가 돼 병마와 싸우다 27일, 46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사인은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 심정지로 산소 공급이 차단되면서 뇌 일부가 괴사했다는 의료진의 소견이었다. 문제는 멀쩡하던 그가 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심정지 상태까지 이르렀느냐는 점이었다.

  • ▲ 유토피아 추모관에 안치된 故 신해철의 유골함.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유토피아 추모관에 안치된 故 신해철의 유골함.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27일 장기 감염에 따른 쇼크로 심정지..
    뇌손상으로 숨져

    ◈ 17일부터 22일까지..긴박했던 투병 일지 = 지난달 17일 신해철은 위경련 증상으로 인근 스카이병원을 찾았다. 이곳에서 장이 유착됐다는 진단을 받은 신해철은 곧장 장 관련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 직후부터 신해철은 극심한 복통을 느껴 의사를 불렀고, 그런 신해철에게 스카이병원 측은 마취제만 투여할 뿐 CT촬영이나 정밀 검사는 따로 실시하지 않았다. 

    신해철은 이튿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복통을 호소했다. 수술 이후부터 총 10차례 이상 의사를 불렀지만 그때마다 병원 의료진은 '수술 직후라 통증이 올 수 있다'며 환자를 안심시키는 말만했다.

    19일 정상 퇴원한 신해철은 다시 복통이 재발해 20일 해당 병원을 방문했다. 이때 의료진은 입원 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했으나 신해철은 진통제만 맞고 귀가했다.

    그리고 22일 새벽 무렵 신해철은 가슴과 배에 심각한 통증을 느껴 다시 스카이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당시 신해철이 복부 팽만과 가스배출이 안되는 상태임을 확인하고 마약성 진통제와 산소를 처방했다.

    새벽 6시 5분, 신해철은 심장 부위의 통증까지 호소했다. 이에 의료진은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했지만 신해철은 듣지 않았다. 그리고 오후 1시경 신해철은 심장이 정지되는 상태에 이르러 응급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오후 2시경 신해철을 인수한 서울아산병원은 신해철이 동공반사가 없고 자발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임을 확인한 뒤 CT 촬영과 개복 시술을 통해 정밀 검사에 들어갔다.

    이때 신해철에게 나타난 증상은 장천공, 복막염, 심장염, 심각한 뇌손상 등이었다.

    아산병원 의료진은 이날 오후 8시부터 ‘장절제술’과 ‘유착박리술’, 심막을 열어주는 ‘응급배액술’ 등을 시행한 뒤 복부 개방 상태로 수술을 마쳤다. 이후 신해철은 추가 수술을 받을 새도 없이 27일 오후 8시 19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 ▲ 유토피아 추모관에 안치된 故 신해철의 유골함.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이승철, 신대철, 윤도현, 싸이..신해철 절친들
    "이렇게 허망하게 보낼 순 없다"

    ◈ 동료 가수들 설득에, 유족 "부검 해달라" 요청 = 멀쩡하던 한 남성이 장 수술 직후 '반송장' 상태가 됐다. 당연히 의료사고 가능성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언론과 네티즌 사이에선 "1차 수술을 담당했던 스카이병원 측이 '사망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하지만 갑작스런 신해철의 죽음으로 공황 상태에 빠진 유족은 냉철하게 사후 대책을 세울만한 심적 여유가 없었다. 이때 고인의 동료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승철, 신대철, 윤도현, 윤종신 등 생전 신해철과 절친했던 수많은 가수들은 "이렇게 허망하게 고인을 보낼 수는 없다"며 "최소한 사인이라고 규명하자"고 유가족 설득에 나섰다. 이와 함께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 스카이병원 측의 석연찮은 수술 과정이 하나둘 공개되면서, 사건을 조용히 매듭지으려 했던 유족도 마음을 고쳐먹었다. 

    신해철의 유족은 고인의 발인 미사가 열린 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업무상 과실치사 가능성이 있으니 스카이병원을 수사해달라"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신해철의 동료 가수들은 발인 미사 직후 추모공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인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 유족에게 부검을 요청했고, 유족 측에서도 심사숙고 끝에 화장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화장터로 향했던 고인의 시신은 다시 병원으로 옮겨졌고, 지난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주도로 부검이 이뤄졌다.

  • ▲ 유토피아 추모관에 안치된 故 신해철의 유골함.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경찰, 스카이병원 의료진 소환..
    의료 과실 여부 조사

    ◈ "수술 과정서 '인위적으로' 천공 발생" = 3일 오후 최영식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은 "심낭, 즉 심장을 싸고 있는 이중막에서 0.3cm 크기의 천공이 발견됐다"면서 "이 천공은 자연발생이 아닌, 수술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생겨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밝혔다. 

    특히 "고인의 사인은 법의학적으로 볼 때 '복막염'과 '심낭염', 그로 인한 '패혈증'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서울아산병원에서 사인이라고 밝힌)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은 바로 이 복막염과 심낭염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부검 결과는 故 신해철이 병원 측의 '의료과실'로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향후 국과수는 신해철의 소장을 추가로 부검한 뒤 최종 부검 결과를 약 2주 후 경찰 측에 통보할 계획이다. 

    병원 측의 '의료과실 여부'를 조사 중인 경찰은 이번 주 중으로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2명을 서면 조사하고, 강세훈 원장 등 스카이병원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 ▲ 유토피아 추모관에 안치된 故 신해철의 유골함.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