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한 대북관 원칙주의 가치관, 국가개혁 이끌 인물로 적합...언론인 출신 행정경험 적어 약점
  •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국무총리에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10일 내정했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지 13일만이다.

    좀처럼 예상하기 힘든 깜짝 발탁이다.
    정치권과 언론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이후 10여명의 자천타천 인사를 하마평에 올렸지만, 그동안 문창극 내정자가 물망에 오른 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민병욱 청와대 대변인도 "오래 기다렸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인선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민 대변인은 특히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본인의 철학과 소신, 능력보다는 개인적인 부분에 너무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서 가족의 반대 등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많아 인선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했다.

    이 같은 말은 문창극 후보자에 대한 개인적 검증은 완벽히 끝냈다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안대희 전 후보자가 전관예우 등으로 사의를 표명한 이후 청와대는 [인사 청문회를 통과할 사람부터 골라내라]는 압박에 시달렸다.

    민경욱 대변인의 말을 미뤄볼 때 개인적 비위나 도덕적 비판 사항에서 문창극 대변인은 일정부분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 ▲ 신임 국무총리와 국정원장에 내정된 문창극(왼쪽), 이병기(오른쪽) ⓒ 자료사진
    ▲ 신임 국무총리와 국정원장에 내정된 문창극(왼쪽), 이병기(오른쪽) ⓒ 자료사진


    문제는 문 후보자에 대한 [총리의 자질]이다.
    문창극 후보자는 대표적인 보수 언론인이며 기자들이 인정하는 [대(大)기자]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중앙일보에 입사해 정치부장, 논설주간, 주필 등을 거쳤다.

    그가 대기자로 활동하면서 연재한 [문창극 칼럼]에서는 그의 확고한 보수적 가치관과 대북관을 읽을 수 있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아울러 햇볕정책의 실패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글들은 지금의 야당(새정치민주연합)에게는 불편한 점들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국민 통합과는 거리가 먼 인사"라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위한 인사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문창극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을 만큼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과거 MB정부시절 "우리가 뽑지도 않았고 권한을 위임하지도 않았는데 권력이 한쪽으로 몰려가고 있다"며 친박계 득세와 박근혜 의원의 정권 흔들기를 비판하기도 했다.

    문창극 후보자가 당시 칼럼을 통해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꼬집은 "5년은 국민이 그(이명박 대통령)에게 나라를 다스릴 권한을 위임한 불가침의 기간인데 왜 그에게 보장해준 기간도 채우지 않고 앞질러서 그의 권력을 훼손하려 드는가"라는 일침은 유명한 일화다.

     

  • ▲ 대국민담화를 하는 박근혜 대통령 ⓒ 자료사진
    ▲ 대국민담화를 하는 박근혜 대통령 ⓒ 자료사진

    때문에 이 같은 확고하고 강직한 원칙주의적 성품이 문창극 후보자의 발탁 이유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중앙일보가 현재의 중도를 표방하는 논조로 전환하기 전 [원조 삼성 스타일]을 대표하는 인사가 문창극 주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내세운 국가개조를 위해서는 확고한 대북관과 원칙론이 2개의 기둥인데, 문창극 후보자는 이를 잘 반영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원칙론을 끝내 고수했던 박정희 대통령이나 지금의 삼성의 터를 닦은 고 이병철 회장의 유전자(DNA)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해야 하는 것은 되게 만들고 안되는 것은 끝까지 막아내는' 박근혜 대통령이 그리는 '원칙론을 통해 적폐를 드러내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국가개조에 적합한 인선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사상 최초의 언론인 출신인 총리 후보자인 만큼 낙타가 바늘구멍을 들어간다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출신에 따른 행정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 약점이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문 후보자가 행정경험이 전혀 없어 부처 장악능력이 있을 것인지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총리 후보에 문창극 전 주필? 국정원장 후보는 이병기 전 대사? 극우 꼴통 세상이 열립니다"고 썼다. 그는 또 "전직 대통령께 막말을 일삼던 실패한 언론인"이라며 "낙마를 위해 총력 경주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