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루머 반박 이어져, "오보로 끝나도 국민-정부 불신은 봉합 안돼"
  • ▲ 한 네티즌이 제작한 박근혜 할머니 논란을 보도한 노컷뉴스를 반박하는 유튜브 동영상 ⓒ 캡쳐화면
    ▲ 한 네티즌이 제작한 박근혜 할머니 논란을 보도한 노컷뉴스를 반박하는 유튜브 동영상 ⓒ 캡쳐화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박근혜 할머니] 연출 논란이 결국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안산 화랑유원지를 조문한 것은 29일 오전.

    박 대통령이 이 곳에서 만난 오모(73) 씨에게 위로를 전하는 사진이 보도된 뒤
    오 씨가 청와대가 섭외한 인물이 아니냐는 의혹이 번지기 시작했다.

    논란의 불씨를 지핀 것은 CBS와 CBS노컷뉴스였다.

    30일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유가족 대책회의 유경근 공동대표가
    처음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논란은
    뚜렷한 팩트 하나 없이 의혹에 의혹만 거듭되면서 논란이 커져갔다.

    같은 날 CBS 노컷뉴스는 몇가지 정황만 가지고 몰아붙이는 일방적인 의혹에
    [정부 핵심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노컷뉴스>는 의혹이 시작된 30일
    "박근혜 대통령이 합동분향소를 방문했을 때 위로한 할머니가
    유가족이 아니라 정부 측이 동원한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노컷뉴스>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 핵심관계자가
    "미리 계획했던 건 아니지만, 청와대 측이 당일 합동분향소에서 눈에 띈 해당 노인에게
    '부탁'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고 기사화했다.

    의혹에 머물러 있던 논란을
    정부 핵심관계자의 말을 빌려 쓰면서 사실(Fact)로 부각시킨 셈이다.

    하지만 다른 언론들의 [취재]와
    청와대의 [해명]으로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노컷뉴스>가 [박근혜 할머니 섭외 연출 의혹]을 제기한 근거들을 살펴보자.


  • ▲ 한 네티즌이 제작한 박근혜 할머니 논란을 보도한 노컷뉴스를 반박하는 유튜브 동영상 ⓒ 캡쳐화면


    #1

    삼엄한 통제가 이뤄지는 박 대통령이 조문하는 현장에
    오 씨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대통령과 함께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당시 현장은
    유가족들과 조문객들을 제지할 수 없는 엄중한 분위기여서
    무작정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오면 경호를 엄격하게 하지만
    이날은 유족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배려하는 차원에서 통제를 하지 않았다."

    - 권혁문 안전행정부 의정담당관


  • ▲ 한 네티즌이 제작한 박근혜 할머니 논란을 보도한 노컷뉴스를 반박하는 유튜브 동영상 ⓒ 캡쳐화면

    #2

    오 씨가 유가족이 아닌데
    당일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 합동분향소에
    9시에 방문한 박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나?

    오 씨는 합동분향소 인근 안산 초지동에 사는 주민이다.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화랑유원지는 평소 자주 운동을 하러 다니던 곳이었다.
    오 씨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도 "평소 자주 가는 곳에 분향소가 생기는 것을 보고 가봐야 겠다는 마음을 먹고 아침 일찍 찾은 것"이라고 했다.

    현장을 통제하던 청와대 경호실 측에서도
    유가족과 조문객을 구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돌발상황에 긴장된 경계를 하고 있었을 뿐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 씨가 합동분향소에서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었다.

  • ▲ 한 네티즌이 제작한 박근혜 할머니 논란을 보도한 노컷뉴스를 반박하는 유튜브 동영상 ⓒ 캡쳐화면


    #3

    오 씨가 박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기 직전 부축하던 사람이 청와대 직원이며
    감정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인사할 것을 유도했다?

     오 씨를 부축한 사람은 합동분향소에서 일하는 김 모 장례지도사였다.

    안산시와 계약한 좋은 상조 직원인 김 씨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천여명이 오가는 합동분향소에서 우리들(장례지도사)은 안전사고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다"며 "특히 어린아이나 노인분들은 갑자기 돌출행동을 할 수도 있어 부축하고 안내해 드렸던 것 뿐"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오 씨가 유족인지 조문객인지도 몰랐으며,
    대통령 쪽으로 유도했다는 것은 더욱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장례지도사가 이런 연출에 가담할 이유는
    현실적으로 찾기 어렵다는게 현장의 목소리다.

  • ▲ 한 네티즌이 제작한 박근혜 할머니 논란을 보도한 노컷뉴스를 반박하는 유튜브 동영상 ⓒ 캡쳐화면

    #4

    오 씨가 박사모에서 활동하는 회원이다?

    <노컷뉴스>가 보도한 내용은 아니지만
    SNS를 통해 번진 이 의혹은
    오 씨와 같은 사람으로 지목된 실제 박사모 회원이 직접 해명에 나서면서 의혹이 해소됐다.

    박사모 여성 부위원장 손영란 씨는
    1일 직접 박사모 카페 게시판에 이에 반박하는 글을 싣고,
    "아님 말고식의 허위사실 유포나 선동은 못난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손 씨는 자신을 경주시 산불감시원으로 근무 중이라 소개하며
    "저의 얼굴이 청와대 홈피를 비롯한 아고라게시판등에 올라와 있다. 철처히 투명하게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 ▲ 한 네티즌이 제작한 박근혜 할머니 논란을 보도한 노컷뉴스를 반박하는 유튜브 동영상 ⓒ 캡쳐화면

    이어 박사모 측은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음모론을 퍼뜨린 이들을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피해자 손영란씨도 참석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무리들이
    여성 회원을 이용해 사람으로는 하기 힘든 일을 벌였다"고 말했다.

    "경상북도 경주에서 지내고 안산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한 그녀가
    감내해야 할 충격은 너무나도 컸다.
    그녀는 하루종일 손발이 부들부들 떨려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같은 의혹의 진실을 밝혀내는 데는 네티즌들의 역할이 컸다.

    한 네티즌은 유튜브 [박근혜 할머니 증거 영상]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공개한다"며 <노컷뉴스>의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래도 끝끝내 음모론, <노컷뉴스> 여전히 기사 내리지 않아


    대부분의 의혹이 근거 없는 악성 루머로 밝혀졌지만,
    <노컷뉴스>는 여전히 이 기사를 계속 헤드라인으로 다루고 있다.

    2일 오후 5시 현재까지 노컷뉴스 메인 페이지에는
    [[세월호 참사] "'조문 연출' 논란 할머니, 청와대가 섭외"] 기사가 노출돼 있다.

    <노컷뉴스>는 #3 에서 설명한
    오 씨를 부축한 사람이 청와대 직원이 아닌 장례지도사로 밝혀졌다는 내용만 바로 잡았을 뿐
    정부 핵심관계자가 섭외했다는 보도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노컷뉴스 특별취재팀 관계자는 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부 핵심관계자로 뭉뚱그려 표현했다"며
    "어느 정도 선까지 취재원을 신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현장 제보를 바탕으로 청와대가 할머니께 부탁을 했다는 것을 섭외라고 표현한 것이고
    증언이 신뢰할만하다고 판단해 기사를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 2일 오후 6시 현재 노컷뉴스 메인 화면. [조문 연출 논란 할머니 청와대가 섭외] 기사가 여전히 노출돼 있다. ⓒ 캡쳐화면
    ▲ 2일 오후 6시 현재 노컷뉴스 메인 화면. [조문 연출 논란 할머니 청와대가 섭외] 기사가 여전히 노출돼 있다. ⓒ 캡쳐화면


    더 큰 문제는 <노컷뉴스>의 보도가 오보로 드러나더라도
    이로 인해 야기된 국민과 정부의 불신은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여권 한 고위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악성 루머들은 세월호 참사로 국민들에게 쌓인 분노가 정부로 향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언론은 오보를 내서 미안하다고 하면 끝이지만, 이미 표출된 국민과 정부의 불신은 쉽게 봉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보도는 우리 사회에 불신을 키우고, 혼란을 가중시키고 모든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입니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 시대에는 이런 잘못된 보도가 국민들 사이에 급속히 불신을 야기시키고, 국민과 정부 사이를 갈라놓는 것입니다."

    "부디 슬픔에 잠긴 국민들이 안정을 되찾고, 합심해서 이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언론에서 사실에 입각한 올바른 보도를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