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판(誤判)!
    北은 지금 유화책 아닌 공갈책 

  •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월 1일 <실천행동에 함께 나서야 한다>는 제목의 [정세론]에서
    “비방 중상과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핵 재난을 막기 위한 현실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북남관계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라며
    “이것을 외면하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주장했다. 
 
북의 이 주장은 분명한 공갈협박을 감지하게 한다.
"우리가 하자는 대로 하지 않으면
핵 재난을 막을 수 없다"

뉘앙스가 그것이다.

핵무기는 북이 가졌지 우리에겐 없다.
따라서 자기들이 그걸 폐기하거나 쓰지 않으면,
핵 재난은 일어날 까닭이 없다.

그런데 북은 지금 이런 식으로 말하고 있다.

"우리로 하여금 핵을 쓰게 하지 말라"

다시 말하면,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우리더러 핵을 쓰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갈협박인 셈이다.


북의 요구란 무엇인가?

서해 5도를 포함한 모든 최전선에서
군사적 적대행위를 하지 말고 비방 중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미 군사훈련,
다시 말해 한미동맹을 작동시키지 말라는 것.
그리고 김 씨 왕조와 그 체제 및 정책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비방 중상]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정당한 비판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민간 언론매체들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우리의 오늘의 국방정책을 폐기하라는 중대한 내정간섭이자,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겁박이다. 
 
북은 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국방위원회 통지문으로,
노동신문 사설로,
베이징과 서방 주재외교관들의 기자회견으로,
일견 정중한 듯한 설득조로 전하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말 대로 할래 안할 래?
안 하면 핵이야!"
라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핵을 사용해 우리가 투항적인 대북정책으로 가도록 강제하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북은 앞으로 예컨대

"국가보안법 철폐 할래 안 할래?
안 하면 핵이야!"


"주한 미군 철수 할래 안 할래?
안 하면 핵이야"


"이석기와 그 RO에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 할래 안 할래?
안 하면 핵이야!"


하는 식의 [갈수록 양양]으로 나올 가능성을 엿보였다. 

북은 핵의 실전배치-경량화-다탄두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 능력이 커질수록 우리를 향한
"이거 할래 안 할래?
안 하면 핵이야!"

공갈협박 수준은 더 높아질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부와 국민은 이런 가능성에 지금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가?
아니, 대비는 고사하고 이런 데 대한 인식 자체가 있는가, 없는가?
새누리당 사람들, 행정부관료, 청와대 관료들은 이런 데 과연 관심이 있을까?

언론 매체들부터가
작금의 북의 핵 재난 공갈을 [유화책] 일변도로 보는 것부터가
안일한 오판(誤判)이다. 

북은 이번에
"이거 할래 안할래? 안 하면 핵이야!"라는 방식을 통해
그들이 앞으로 우리의 정책을 이래라 저래라 강제하겠다는
저의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에 대해 우리도
"핵에는 핵으로"
균형(parity)을 맞추면 최상이겠으나,
그렇게  하려 할 경우 우리가 입을 외교적 경제적 정치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

"해보지도 않고 왜 리스크부터 걱정하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내부의 극심한 분열로 미루어 볼 때,
대통령 한 사람의 원칙주의 빼곤 별로 투철하지도 않은 현재의 집권측 멤버들이
그런 대내외적 리스크를 감내할 역량과 용의가 있을지,
그 확율은 제로(zero) 포인트 제로(0.0)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것이다. 

북의 [핵의 정치무기화]에 대해
[핵 없는 나라]의 박근혜 정부는,
어떤 대응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핵의 독(毒)을 비핵(非核)으로 중화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개인기] 수준의 원칙주의만으로
북의 [핵에 의한 햇볕 강요]를 과연 대등한 강제력으로 무효화 시킬 수 있을까? 

脚註(각주) :
왜 [개인기]라 했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워낙 단호하게 원칙주의를 견지하고 그 효력이 발생해서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기에 망정이지,
사실은 웰빙 새누리당, 통일부와 외무부 관료들은 [햇볕]에 길들여져 있다.
이들이 앞으로 어떤 계기를 만나면
"북의 요구대로 하자, 핵 벼락 맞을라..." 하고
고개를 쳐들지도 모른다.
정치 보부상들과 뺀질이 관료들은 항상 면종복배 한다. 

지금의 정세는
우리의 적대 방이 우리의 군사적 휴지(休止)와 가치관의 방기(放棄)를
핵으로 강제하기 시작한 초유의 사태다.
우리의 정부-정치인-관료-사회일반이
이 비상한 징후를 비상한 것으로 인지하는지조차도
지금으로선 확실치 않다.

뭐?

"북이 잇따른 유화 제스처를 쓰고 있다"고?
이산가족 상봉 미끼를 던진 부분만 보고서 [유화책]?

순진무구인가, 아둔함인가,
위시풀 싱킹(wishful thinking)인가?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