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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언론 "일본, 벙커 안에서 다른 나라에 저주 퍼부어"
(베를린=연합뉴스) 독일 언론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가 의도적인 `도발'이기 때문에 더욱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중도 보수 성향의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28일 사설에서 "아베 총리는 자신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이 이웃국가들, 특히 중국과 한국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며 "아베 총리는 여당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자신의 민족주의 성향을 이용해 이득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아베 총리의 할아버지가 2차 세계 대전 이후 전범으로 체포됐으나 처벌을 받지 않고 석방됐다. 그에게 가족사의 부담이 있다"며 아베 총리가 민족주의 성향을 드러내는 배경을 설명했다.
신문은 "아베의 일본은 인류 보편적인 가치와 인간의 기본권과는 다른 방향의 길을 가려 하고 있다"며 "일본의 이런 모습 때문에 동북아 지역의 긴장완화는 당분간 힘들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일본은 벙커 안으로 들어가 다른 나라들에 저주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저주는 일본으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도 진보 성향의 쥐트도이체 차이퉁(SZ)은 `계산된 도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 한국과 중국 지도자 모두 향후 자신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일본 외무성이 총리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한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일본군은 20세기 초 중국을 침략하고 한국을 식민지화했다. 더욱이 생화학무기로 인간실험을 자행했고 수만 명의 여성을 납치해 야전 창녀촌으로 보냈다"며 일본의 과거 만행을 지적했다.
신문은 한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은 일본 경제에 생존이 달렸을 정도로 중요하다며 "아베 총리는 한국, 중국과의 화해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경제부흥도 우선순위에서 한 단계 아래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아베 총리의 말을 들어보면 그가 민족주의를 신봉하고 군국주의에 대한 향수를 지니면서도 한국, 중국과 좋은 경제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면서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그가 순진하다고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러나 "아베는 이미 한국, 중국과의 관계가 최악이기 때문에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한다고 해서 더 깨질 그릇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일본 내 다른 전문가들은 그가 매우 냉정하게 계산하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의 벨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이후 지난 7년간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한 총리는 없었다"면서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번 아베의 신사 참배를 일본이 전쟁 범죄를 인정하고 책임을 질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증표로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