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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연합뉴스) "度盡劫波兄弟在, 相見一笑泯恩仇(도진겁파형제재, 상견일소민은수)"
지난 19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인사 좌담회'에 참석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의 한 유명한 문장이라며 이같은 시구절을 읊조렸다.
'재난이 흘러간 뒤 형제가 서로 만나 웃으면 원한도 사라진다'는 뜻으로, 양측이 역사적으로 깊은 원한을 맺었지만, 이제는 대화를 통해 원한을 씻어버릴 때가 됐다는 간곡한 메시지였다.
왕 부장은 18∼19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지도자 및 외교장관 등과 잇따라 회동하고 양측 간 평화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거듭 촉구했다.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대학살) 기념관을 방문해서는 희생자를 위해 헌화하며 중국의 '평화수호' 의지를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왕이 부장의 이런 행보에 대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방문은 우정의 여행이자 협력의 여행이며 평화의 여행"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1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알제리,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5개국 순방에 나선 중국 외교수장의 이번 '중동평화' 구축 노력에는 이처럼 중국의 적극적인 대중동 외교전략이 곳곳에서 두드려졌다.
사실 중동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의 역할은 시진핑 체제 들어 부쩍 주목받는 부분이다. 시진핑 체제는 지난 4월 우쓰커(吳思科) 중동문제 특사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보내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며 '해결사' 본색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 5월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각각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거의 동시에 베이징으로 초청하면서 중국의 대중동 영향력이 크게 주목받았다.
기대를 모았던 압바스 수반과 네타냐후 총리의 '베이징 회동'은 불발로 끝났지만 'G2'(주요2개국)으로 올라선 중국이 이제는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이 작용해온 중동문제에까지 센 '입김'을 행사하고 있음을 실증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당시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팔레스타인 독립적 국가건설 실현과 양측의 평화적 공존 ▲평화협상은 화해실현을 위한 현실적 방안 ▲(1991년 마드리드 회담에서 성립된) '토지교환평화' 원칙은 중동평화의 중요한 원칙 ▲국제적 지원은 평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담보라는 네 가지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의 대중동 외교는 시리아나 이란 핵 문제도 겨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들어 시리아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중재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최근 이란을 찾아 중국이 앞으로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이해당사국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데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적극적인 중동 개입전략은 시진핑 체제가 그동안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 반대하며 '신형대국관계'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무대에서의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한 또 하나의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랫동안 세계평화의 골칫거리로 존재해온 외교적 난제들에 대해 적극적인 중재활동에 나섬으로써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 정립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셈법'이 깔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의 이런 행보가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과 시점이 맞물려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미국은 중동에 치중했던 군사·외교적 자원을 아시아로 재분배한다는 개념의 아시아 중심축 이동 전략에 속도를 내면서 '중동 출구전략'을 본격화한 상황이다. 이라크에 이어 아프가니스탄 철군이 내년이 완료된다. 최근에는 혈맹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과의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이란과의 핵협상까지 밀어붙였다.
미국의 공백을 적극적으로 공략함으로써 아시아는 물론 중동에서도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중국의 패권의식이 작동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중국 문제 전문가인 로렌스 브램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자국 이해관계와 관련해 중동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편향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이는 가운데 중국이 그 공간을 파고들고 있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