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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리<미국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 대사가 "북한이 동아시아의 지역적 통합에 장애물이면서도 촉매가 되고 있다"는 역설적 분석을 내놨다.
그는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의 동아시아연구소(IEAS)가 한국·중국·일본 3국간 현안에 대해 연 세미나에서 이런 견해를 밝혔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작년 10월 말 미국의 외교분야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실린 에번 파이겐바움과 로버트 매닝의 논문 '두 개의 아시아 이야기'를 인용해 아시아 지역통합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아시아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처럼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경제의 아시아'는 다이내믹하고 통합돼 있으며 세계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지만, '안보의 아시아'는 나라들이 다른 나라를 믿지 못하고 민족주의와 '실지(失地)회복주의'(irredentism·옛날 자기 나라 땅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는 뜻이다.
스티븐스 대사는 "아직 아시아의 경제적 통합은 이 지역의 집단적 혹은 협력적 공동안보체제 형성에 믿음직스러운 기반을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오히려 북한이 촉매가 돼 이 지역 나라들 사이의 협의 체제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10여년 전 '6자 회담'이라는 다자 구도의 북한 핵문제 해결 방식이 마련됐는데, 이를 계기로 한·중·일과 미국·러시아가 정례적으로 만나 북한 핵문제 등 현안을 조율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제도적 틀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지역통합의 관점에서 볼 때 '경제의 아시아'를 얘기하면 북한은 외톨이 신세"라며 이런 의미에서는 북한이 아시아 지역 통합의 장애물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들, 특히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공유하는 가치가 많다"며 태평양 지역에서 이런 '가치 중심'의 통합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이 "민주주의, 인간의 기회, 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엄청난 무역 관계를 갖고 있다"며 "우리 모두가 지속가능한 성장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점도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의 대니얼 스나이더 부소장은 '긴장 속의 한-일 관계'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과거사 문제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본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이 과거사 문제에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임으로써 유럽을 이끌 수 있었던 것처럼, 일본이 아시아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려면 마찬가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UC) 글로벌 충돌·협력 연구소장인 타이 밍 청(張大銘) 교수는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의 군비 확장으로 동아시아 지역에 '지역적 군비경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책 결정과 공론 형성에 중국 인민해방군의 목소리가 커지고 중국 내 방위산업체의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당분간 중국의 군비 확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