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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의 40%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지자체의 고민
경남 6개 시·군 50% 이하…적자 누적에도 주민 눈치
정부 인상억제에다 의회·시민단체 설득 난제…"동결이 능사 아니다"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억제 방침 속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일부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은 상수도 회계 적자 때문에 골병이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내 시·군 수도요금의 원가 대비 현실화율이 평균 78%에 그쳤고, 일부 시·군은 원가의 50%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도내 상수도 원가는 t당 평균 1천6.3원인데 비해 실제 주민들로부터 받는 수도요금은 781.8원으로 현실화율은 77.7%에 불과했다.
18개 전 시·군이 원가 이하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고 일부 시·군은 원가의 30~40%대에 공급하면서 매년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어 전체 재정 운용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거창군의 경우 수돗물 제조원가는 t당 1천693.3원인데 비해 수도요금은 598원으로 원가의 35.3%에 불과했다. 이곳에선 8년간 수도요금을 동결해오다가 지난해 조례를 개정해 요금을 8.6% 인상했다.
거창군은 상수도 보급률을 높이려고 수도관로를 새로 매설하고 노후 상수도 교체공사를 지속적으로 벌여 원가 부담은 늘어나는데도 수도요금을 자주 올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도 실토했다.
거창군의 지난해 상수도 사업 적자는 18억원이나 됐다.
창녕군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돗물 원가는 t당 1천936원으로 도내에서 가장 비싸지만 요금은 815.2원으로 현실화율은 42.1%에 그쳤다.
이에 따라 창녕군 수도사업 적자는 지난해 한 해에만 20억2천700만원이나 됐다.
그렇지만 창녕군은 10년째 수도요금을 동결하고 있고 내년에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내년 6월이 지방선거인 점을 고려하면 인상을 해도 하반기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산청·함양·함안군과 밀양시도 현실화율은 50%에 못 미친다.
현실화율이 가장 높은 곳은 양산시로 93.0%였고 김해시 91.9%, 통영시 89.0% 등이었다.
수돗물 원가도 진주시는 637원으로 창녕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수도요금도 시·군마다 천차만별이다.
원가 대비 현실화율이 낮은데도 상수도 관로 공사는 계속 벌여야 하다 보니 시·군마다 상수도 회계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그런데 이 적자는 일반회계에서 보전을 해주다 보니 '누적 적자'는 개념도 없고 관리도 하지 않아 심각성을 모르는 분위기다.
이들 지자체에선 수돗물을 싸게 공급하는 대신에 다른 일반회계 사업이 축소되거나 취소될 수도 있는 셈이다.
상수도 요금을 잘 올리지 못하는 것은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계속 억제하고 있는데다 조례를 개정하려면 의회를 설득하고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물가심의위를 통과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선출직인 단체장들이 요금 인상을 강행하지도 않고 적자가 쌓여도 인근 지자체보다 높은 요금을 책정하지도 못하는 실정인 것이다.
경남도 역시 환경부에선 현실화율을 높이라고 주문하지만 안전행정부는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인상요인을 흡수하라며 사실상 인상을 막고 있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 지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수도요금이 낮다 보니 물 과소비를 부추기고 재정 운용에 부담을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며 시민사회와의 대화를 통해 적정한 요금 수준을 도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특히 장기간 요금을 동결하다가 일시에 큰 폭으로 인상하면 서민 가계에 부담이 크므로 연차적으로 소폭 인상을 해 충격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