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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독일은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매우 많은 나라입니다. 그 중의 하나가 원칙적이고 품격있는 정치문화입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6개월간의 독일 생활 끝에 내린 독일 사회에 대한 평가다.
김 전 총리는 베를린자유대학 연수를 마치고 31일 오후(현지시간) 베를린발 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5월초 출국 당시 "문제 해결을 위해 도서관을 찾는 심정으로 미래 여행에 오르겠다"고 했던 그는 귀국길에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참 유익했던 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최근 글에서 독일 총선 이후 현재 여당과 제1 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이 대연정 구성 협상을 벌이는 과정을 `품격있는 정치'의 예로 들었다.
"우파인 기민(기사)당이 압승해 5명만 영입하면 단독정부 구성이 가능하지만 그런 일은 꿈도 꾸지 않습니다. 또한, 좌파로 분류되는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이 (합치면) 의석 과반을 점하지만, 좌파연합 연정 구성 시도는 전혀 없습니다. 국민이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 전 총리는 여당-사민당 간의 대연정 협상에서 협의 절차가 매우 신중하고 철저하며 특히 메르켈 총리가 직접 참여하는 모습에서 부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 정치에서 이념의 문제는 상당 부분 희석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메르켈 총리의 실용적인 노선을 들며 그 배경인 독일의 철저한 권력분립과 권한분배를 강조했다.
"연방 정부는 주(州) 정부가 특색에 맞는 독자적인 행정을 펴도록 보장합니다. 국민은 전통적으로 한 정당에 과반수 의석을 허용하지 않아 총리라도 각 부처 소관 사항에 개입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 기관은 법 원칙에 충실한 절충과 타협을 통한 절제된 권한을 행사합니다."
김 전 총리는 독일 정부가 과거 나치의 역사를 철저하게 반성하는 것과 비교해 일본 정부의 과거사 부정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독일에서는 1945년 5월 8일을 패전기념일이 아니라 `해방의 날'이라고 평가한다"면서 "나치의 폭력지배, 인간경멸의 시스템에서 해방된 날, 잘못된 길로 들어선 독일 역사를 종식하는 날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이 세계 1등 국가로 되는 데에 통렬한 반성이 귀중한 자산이 됐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일본 지도자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전남 장성 출신인 그는 이명박 정권의 마지막 총리로 재임하면서 국정을 원만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항마로 여권이 영입 1순위로 꼽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10·30 재보선이 끝나고 정치권이 지방선거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설 시점에 그가 연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러나 김 총리는 국내 정치와 자신의 거취 문제에 관해서는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독일에 체류하면서 각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에 "놀다 가는 사람이 무슨 인터뷰"냐며 정중하게 거절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는 귀국길에서도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생각해본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