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연합뉴스)  '돌아온 힐러리?'.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5년만에 정치무대에 다시 섰다.

    19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의 '스테이트 씨어터'에서 열린 테리 맥컬리프 민주당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 현장에서다.

    오랜 정치적 동지인 맥컬리프 후보를 돕기 위해 연단에 선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단순히 '지지연설'을 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톤은 낮았지만 셧다운 사태를 거론하며 '워싱턴 정치'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번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는 워싱턴의 분열정치가 상식과 공감(common sense and common ground)의 정치로 대체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이 진보하고 있음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이 위대한 실험을 '납치'(hijack)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클린턴 전 장관이 일반대중 앞에 다시 선 것은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패배이후 처음이다. 특히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최소 6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부상해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그의 이날 발언은 대권행보를 향해 기지캐를 켠 것이라는 정치적 해석을 낳기에 충분했다.

    특히 '테리를 지지하는 여성들'로 명명된 이번 행사는 클린턴 전 장관의 열성팬들을 중심으로 민주당 여성지지자들이 1천명 가까이 몰려들어 그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했다. 맥컬리프 후보가 클린턴 전 장관을 소개할 때에는 청중들이 "힐러리, 힐러리"를 연호하고 환호성을 지르는 등 대선 유세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가 느껴졌다.

    붉은색 상의와 검정색 바지 차림을 한 클린턴 전 장관은 "수년간 정치에서 떠나있었다"고 소회를 털어놓은 뒤 "국무장관으로 활동할 당시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무엇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고, 어떤 종류의 리더십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가를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청중에서는 "바로 당신의 리더십(Yours!)"이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클린턴 전 장관은 "최근 버지니아주를 강타한 셧다운 사태는 잘못된 리더십의 대표 격"이라며 "정치인들이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기보다는 상대를 '초토화'하려는 전략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클린턴 전 장관의 이날 발언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날 행사는 맥컬리프 후보가 다음달 5일로 예정된 선거를 앞두고 막판 승기 굳히기 차원에서 기획한 행사라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공화당의 켄 쿠치넬리 후보에게 5% 포인트차(46% 대 41%)로 뒤지던 맥컬리프 후보는 지난달 조사에서 9% 포인트차(47% 대 38%)로 역전했다. 다른 기관의 조사에서도 맥컬리프 후보는 8~9% 포인트의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맥컬리프 후보의 상승세가 바로 여성들의 지지 때문이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여성유권자들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맥컬리프 후보는 쿠치넬리 후보를 25% 포인트차(55% 대 30%)로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젊은 여성들의 경우 지지의사를 갖고 있더라도 투표장에 직접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맥컬리프 캠프는 클린턴 전 장관이라는 '빅카드'를 활용해 여성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도록 독려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는게 행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연설에서 "공화당이 여성들의 건강 선택권을 제한하고 피임의 일반적 방법을 금지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버지니아주 민주당의 아시안계 의장인 제니퍼 오는 "맥컬리프 후보는 여성의 권리신장과 세력화를 돕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클린턴 전장관의 오늘 행사 참석은 여기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날 행사를 계기로 클린턴 전 장관이 대권을 향한 수순 밟기를 시작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CNN은 "클린턴 전 장관으로서는 자신이 강점인 '여성'을 주제로 한데다 정치적 동지의 지원유세를 하는 행사여서 자연스럽게 정치무대에 재진입하는 계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맥컬리프 후보가 주지사로 출마한 버지니아 주는 대선때 대표적 경합지역으로 분류되는 전략적 요충지여서 클린턴 전 장관의 이날 정치무대 등장은 그 상징성과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클린턴 전 장관이 5년전의 역동적이었던 연설스타일과는 달리 편안하면서도 자신있고 권위있는 웅변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준비된 힐러리" 구호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오전 일찍부터 나와 몇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