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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집회에 이어 장이 선
    국정 조사가 흐지부지 끝이 났다.

    욕설이 난무하고,
    여러 사람들이 등장했지만,
    처음부터 이 국정조사는 하나마나한 조사,
    알맹이 없는 조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민주당은 밑천을 드러냈고,
    새누리당은 고질적인 [형님타령]을 여전히 읊조리고 있다.

    1.

    국정조사든지 청문회든지
    중요한 인물을 텔레비전 앞에 불러놓고
    조사 또는 청문회라는 이름으로
    심문하는 제도는,
    효력이 예년 같지 못하다.

    의외의 질문을 던져서
    상대방이 절절매거나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골리고 싶은 인물에 대해선
    호통치면서 망신을 주고,
    공격의 화살을 날려 적중시킨 의원은
    통쾌함을 느끼는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청문회 효과는 이미 흘러간 옛 노래가 되어버렸다.
    텔리비전 앞에서 폭로할 만큼 그렇게 어두운 사건은 별로 없다.


    2.

    가장 큰 패배자는 민주당이다.
    민주당 의원 100 여명이 등장하고
    200 여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총력을 기울였지만,
    촛불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경찰추산으로 따지면 많아야 1만명 안팎이었다.
    사실상 흥행에서는 완전한 참패였다.

    국정 조사 역시 비슷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할 수 있었던 일은
    말꼬리를 잡고,
    막말을 해대고,
    억지를 쓰는 등
    지금까지 해 왔던 일들의 재탕삼탕 이상 크게 나오지 않았다.

    국정감사가 끝난 다음
    기억에 남는 것은
    박영선 의원이 [막말 여왕]에 오른 것,
    정청래 의원이 보여준
    [검투사 같은 투쟁적 표정],
    이런 거 이상으로
    또 뭐가 있었을까?

    민주당은 촛불집회와 국정조사로
    역시 강경파에게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허약하기 이를 데 없는 조직임이 증명됐다.

    민주당이 기대를 걸었던 국정조사는
    마지막에는 청와대에 무슨 편지를 전달하겠다는
    어거지를 부리다 막을 내렸다.


  • 강경파의 특징은
    꼭 승부를 내려고 한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승부가 되지 않는 사안을 놓고도 승패를 가리려다 보니
    자연히 억지에 억지가 더해져서
    웃음꺼리로 변하는 일들이 점점 늘어난다.

    히틀러를 들먹이지 않나,  
    대통령 선거가 [3.15부정선거]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강경파 생각에
    "그렇게 말하면 국민들이 동조할 것"으로
    추론했을까?

    이승만의 명성에 흠집을 낸 3.15부정선거였다고
    꽝! 때리면 박수받을 줄 알았을까?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무슨 소리를 해도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점점 더 고립과 소수의 억지부리는 강경파임을 증명할 뿐이다.


    3.

    새누리당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국가의 대의명분 보다는, 
    당리당략을 우선하는 모임이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한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의 남재준 국정원장과
    기계공학박사 출신의 서상기 의원 같이 전문가 출신들이
    사력을 다해 NLL을 둘러싼 그 치열한 역사의 현장을 무대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한 판,
    싸움다운 싸움 제대로 벌이지도 못하고
    용두사미가 되어버렸다.

    NLL을 포기하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
    그리고 그 뒤에 벌어진 사초실종(史草失踪)이라는
    통탄하고도 애통하기 이를데 없는 국가적인 사건은
    어느새 슬그머니 뒷전으로 몰렸다.

     

  • ▲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지는 저질 피케팅. 전 세계 어느 나라 의회에서 의원들이 이런 짓을 할까?ⓒ
    ▲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지는 저질 피케팅. 전 세계 어느 나라 의회에서 의원들이 이런 짓을 할까?ⓒ


    4.

    새누리당이 최근에 보여준 행태는
    이 정당의 진짜 존재이유를 의심하게 만든다.

    국정조사의 전후에서 벌어진 일들을 돌아보면,
    새누리당의 목표는 단 한가지로 비춰졌다.

    그것은 김무성 의원을 지키자는 것이었다.

    김무성 의원이
    NLL대화록을 미리 열람했는지,
    열람했다면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통해 열람했는지
    하는 내용을 놓고
    민주당 강경파들이 물고 늘어졌다.

    김무성 의원 문제가 부각되면서,
    새누리당의 목표와 방향은 달라져 보였다.

    국기문란에 반역에 비상식이 총동원된 NLL 대화록 작성과정과
    그 이후의 일은 언제부터인가 화제에서 슬그머니 빠져버렸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의원을 지키기 위해
    다른 여러가지를 희생하거나 양보했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국정조사가 끝난 다음
    진정한 승자는 이제
    김무성 의원인 것처럼 보여진다. 

    독자들이 느끼는 심정은 이런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새누리 의원들이
    “형님” 김무성 의원을 추종하길래,
    국정조사가 김무성 방탄조사로 바뀌었는가 말이다.

    김무성 의원은
    지금쯤 남들이 모르는 곳에서
    아우들과 함께 축배를 들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을 놓고
    만사형동(萬事兄通 : 형님이 끼면 모든 일이 잘 된다)
    망사형통(亡事兄通 : 망한 일은 다 형님통해서 했다)이란 말이 나온 것이
    불과 어제 같은데 또 형님타령인가 말이다.

    이래저래 국정조사의 뒷맛은 씁쓸하기 이를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