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연합뉴스) 영화 '설국열차'의 프랑스 원작 만화 작가인 장 마르크 로셰트(57)씨는 빼어난 외모에다가 지적인 느낌을 풍겼다.

    짧은 흰 수염에다가 흰 셔츠와 재킷이 잘 어울리는 50대 중반의 프랑스 중년 남성이었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로셰트씨는 회견 시작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여느 프랑스인과 달리 미리 와서 회견을 준비했을 뿐 아니라 프로다운 모습을 강조하려는 듯 준비해 온 재킷과 와이셔츠로 옷을 갈아입었다.

    로셰트씨는 한 시간가량 이어진 회견 내내 영화의 흥행에 대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자신이 그린 만화 원작과 프랑스 만화에 대한 자부심도 내비쳤다.

    영화 관객이 이미 600만 명이 넘었다는 소식에 그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었다"면서 "봉준호 감독이 만화를 읽었다는 사실이 놀라운데 이 정도로 흥행할지는 생각지도 못했다"면서 놀라워했다.

    로셰트씨는 봉 감독의 영화에 대해 온갖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영화 줄거리 등이 만화 원작보다 개선됐고 재창조된 것 같다"고 극찬했다. "특히 봉 감독이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영화답게 각색해 내용을 훨씬 풍부하게 만들었으며 긍정적인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영화 조명이 좋았을 뿐 아니라 만화에서 나오는 폭력성을 잘 살렸다"고도 덧붙였다.

    계속되는 칭찬에 "봉 감독 영화에서 실망한 부분은 어떤 것이냐"는 짓궂은 질문이 나오자 로셰트씨는 "음 찾아봐야겠는데"라면서 곰곰이 생각한 뒤 "없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로셰트씨와 봉 감독의 인연은 20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봉 감독은 2000년대 중반 우연히 만화 설국열차를 읽고 큰 감명을 받고는 2005년 영화 판권을 사러 프랑스에 와서 로셰트씨를 만났다.

    로셰트씨는 봉 감독에 대해 "처음 봤을 때부터 훌륭한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제는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괴물', '살인의 추억', '마더' 등 봉 감독의 주요 작품도 모두 잘 봤다고 했다.

    로셰트씨는 봉 감독의 영화로 20년 동안 그린 설국열차가 자신에게 더 특별해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설국열차는 젊었을 때부터 그리기 시작했으며 이 작품 덕분에 프랑스에서 유명해졌다"면서 "영화가 나오면서 내 삶에 더 중요한 작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3부작으로 구성된 SF만화 '설국열차'는 1986년 세계적 권위의 앙굴렘 국제만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로셰트씨가 그림을 그리고 1990년 세상을 뜬 자크 로브씨가 시나리오를 썼다.

    이 만화를 계기로 로셰트씨는 유명 만화가의 반열에 올랐다.

    로셰트씨는 프랑스 만화가 한국 등 아시아에 더 소개됐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

    그는 "프랑스 만화는 44페이지 안에 그려진다는 특징이 있어서 내용이 많고 만화 칸도 많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밀도가 높다"면서 "읽는 속도는 좀 더 느리지만, 문학적이고 복잡한 내용도 많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 작업에 참가했지만, 아직 영화 최종 완성본은 보지 못한 로셰트씨는 "한국에 가면 우선 영화를 다 보고 싶다"고 말한 뒤 "한국 독자와 관객도 만날 예정이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프랑스에서 오는 10월 영화가 개봉하면 할리우드 영화와 다른 아시아 영화로 큰 관심을 끌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한편,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은 설국열차의 프랑스 개봉에 맞춰 오는 10월 말 파리 문화원에서 로셰트씨의 설국만화 원작 그림과 영화 삽화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