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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동구 명덕여중 2학년 유수민·정명주양은 지난 2일 하굣길에 우연히 수상한 대화를 들었다.
길을 걷던 청년 2명의 대화였는데 한 명이 다른 이에게 "동무, 얼른 자결하라우"라는 북한말을 했던 것.
유양 등은 그대로 귀가했지만, 께름칙한 기분에 다음날 담임교사에게 사실을 알렸다.
담임교사도 청년들이 간첩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경찰 신고를 권유했다.
유양은 즉시 112에 신고했고, 동부경찰서 보안과 직원이 현장에서 유양을 만나 진술을 들었다.
경찰은 즉시 방범용 CCTV로 20대로 추정되는 청년들의 신원 확인에 나섰다.
그러나 한 CCTV가 이들이 지나는 장면을 녹화했을 뿐, 이후 어디로 갔는지 행적을 알아낼 수 없었다.
경찰은 관계기관 회의를 소집해 촬영된 영상을 토대로 북한이탈주민 여부와 대공 용의점 등의 수사 착수에 나섰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간첩이 한낮 대로변에서 북한말을 사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 해프닝으로 결론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특히 "동무, 얼른 자결하라우"라는 말은 최근 간첩을 소재로 인기를 끄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나온 대사라는 점을 확인, 청년들이 영화 대사를 흉내 내며 장난을 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어린 학생들의 신고정신을 높이 사 8일 안보유공 표창과 문화상품권을 수여했다.
김동욱 동부경찰서장은 "안보의식이 약화한 요즘 어린 학생들이 기특하고 용감한 일을 했다"면서 "다른 학생과 시민에게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