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사별 뒤, 사채 등 생활고에 시달려딸 목졸라 살해 후 자살 시도

  • 지난달 20일 오전 1시 서대문구의 한 주택.  
    일에 지쳐 곤히 잠든 최모(22·여)씨를
    그의 어머니 백모(58)씨가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던 백씨는 스카프를 집어 들었다.

    '내 비참한 삶을 네가 반복하게 할 수는 없다’


    그는 스카프를 딸의 목에 감고 힘껏 당겼다. 
    몸부림치던 딸은 영문도 모른채 숨을 거뒀다. 

    그후 백씨는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사건 9시간 만에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제가 제 딸을 목 졸라 죽였습니다…."


    백씨는 살해 동기를 묻는 경찰의 질문에,
    [비참한 삶을 물려주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딸을 죽이고 자살을 시도했지만 딸의 환청이 들려 실패했다며 
    자신을 죽여달라고 경찰에 호소했다. 

    "딸 죽인 년이 살아서 뭐해요, 차라리 죽여 줘요."

    "딸을 죽인 후 번개탄 3개를 피워 자살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오전 3시쯤에는 장롱 문고리에 스카프로 목을 매려 했어요. 

    어떻게 해도 죽지 못해 밖으로 뛰어나가 죽으려고 하는데, 
    딸이 [엄마 죽지 마]라며 애타게 부르는 듯한 환청이 들렸어요. 

    그때야 정신을 차리고 방으로 뛰어들어와 딸의 몸을 흔들었지만,
    딸은 아무 말이 없었어요. 


    경찰 조사 결과 백씨는 9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파출부로 생계를 이어왔고, 
    카드빚, 사채 등으로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밝혀졌다. 

    백씨는 "딸이 취직해 돈을 보태기도 했고, 카드를 13개나 만들어 돌려막기를 했지만, 
    3000만원의 빚을 갚기엔 턱없이 부족했다"고 했다. 
    월세도 8개월간 450만원이 밀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경위를 자세히 조사했지만,
    백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모녀에게 벌어진 안타까운 비극."


    경찰은 21일 백씨를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