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썩기 전에 가르고 살을 찢어라!

  • 내 몸이 썩기 전에

    가르고 살을 찢어라



  • MBC 일일드라마 <구암 허준> 5월 27일 방송에선 슈바이처 같은 유의태가 마지막까지 환자들을 위해 자기 몸까지 내어 주는 엄숙하고 거룩한 장면이 나온다.

    유의태(백윤식)는 자신의 몸을 해부용으로 내 줄 준비를 한다.
    유의태의 갑작스런 행동에 궁금증을 가득 품고 삼적대사(이재용), 안광익(정호빈), 허준(김주혁)은 밀양의 천왕산으로 간다.

    온 천지는 푸르른 숲으로 덮여 있어 인상적이다. 무엇을 암시하려 나뭇잎 하나하나 저리도 푸르고 온통 산과 들판은 싱그런 초록색으로 덮여있는가!

    광장 같이 넓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니 촛불과 횃불이 환히 켜져 있다.
    상이 여러 개 놓여 있고 의서도 보인다. 유의태는 상 앞에 단정히 앉아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유의태는 죽어있다. 칼로 손목을 그어 자살한 것이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아직 온기가 살아있습니다!”

    맥을 짚어 본다.

    “그만 두거라. 쓸데없는 짓이다!”
    “스승님! 스승님!”

    허준은 오열하며 스승님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자세히 보니 날카로운 의술용 칼이 소반에 여러 개 있고 서찰이 있다. 허준에게 남긴 편지다.

    “내 죽음을 누구보다 서러워할 너임을 알고 이 편지를 네게 남긴다.
    태어난 순간부터 모든 사람들이 예정된 길로 가듯이 나도 60평생 살다 간다.
    더 이상 여한이 없다.
    보자기에 싼 어린아이로부터 고귀한 덕을 쌓은 이들 모두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질병으로부터 무병하게 지켜줄 방법은 없는가?
    다시 태어나도 의원으로 태어나서 그 방법을 찾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다. 병이 들어 여력이 없다. 내 생존의 소명을 너에게 의탁하며 내 몸을 너에게 준다.
    내 몸이 썩기 전에 내 몸을 가르고 찢거라! 오장육부의 생김새와 위치, 뼈의 연결됨을 하나 하나 살펴보거라!” 


    “그럴 수 없습니다! 어찌 제 손으로 스승님의 몸을 가르고..”

    오열하며 몸부림치는 허준이다.
    아무리 병자들을 위하는 길이라지만 감히 스승의 몸에 칼을 댈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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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가 지고 있다. 사지는 경직되어 가고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죽은 후에 해부하면 이미 장기들이 오그라들어 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자진하여 즉시 해부하도록 한 것이다.
    삼적대사가 단호히 말한다.

     “모든 병자를 대신하여 목숨을 끊은 거다.
    네가 원하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 촉망 받고 사랑 받는 자격으로 온 거다.
    유의원에게 선택된 사람이 너다. 개인의 몸을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목숨을 들여다 보는 거다. 한 사람이라도 고통을 덜어 내게 해야 한다. 칼을 잡거라.
    구석구석 알고 어떤 병이라도 낫게 하거라. 유의원이 영원히 사는 길이다!”

    안광익 보고 시작하라고 하지만 안광익은 유의태의 옷을 푸르고 말한다.

     “이 일은 허준이 직접 해야 하네. 처음부터 끝까지 만져보고 해야 하네! 시작하거라.”

    ‘스승님이 사시는 길이다’ 마음속으로 되뇌며 떨리는 손으로 칼을 잡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유의태의 배를 가르기 시작한다. 내장 하나 하나씩 꺼내서 상 위에 얹어놓는다.

    세 사람은 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해서 종이에 그려 놓고 무덤을 만들어 준다.
    스승님과의 만남을 떠올리며 허준은 다짐한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돈이나 명예를 탐하거든 저를 벌하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