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는 '곰신'이 없다

    최다미 기자 /뉴포커스

    최근 몇 년 사이 '곰신'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 단어는 군복무를 하는 남자친구를 둔 여성들을 일컫는 말로, '고무신'의 줄임말이다.
    그런데 뉴포커스와 인터뷰한 탈북자들은 북한에는 '곰신'이 없다고 증언했다.

    2006년에 탈북한 제대군인 출신 김정현 씨는 국경 근처에서 군복무를 했다고 증언했다. 김정현 씨는 "군대에 가기 전에 친하게 지낸 여자가 없었다"면서 "16~17세에 군대를 가는데 여자친구가 생기고 할 것이 어디있느냐"라고 말했다.

    북한은 헌법 제86조에서 '조국보위는 공민의 최대의무이며 영예이다. 공민은 조국을 보위하여야 하며 법이 정한데 따라 군대에 복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4세가 되면 징집대상자로 등록되고 16세 정도에 시·군·도 인민병원에서 징병신체검사를 실시한 후, 대부분 고등중학교 졸업 후인 만 17세를 전후하여 입대하게 된다. 현재 북한의 군사복무기간은 일반병 기준 10년, 특수부대의 경우 13년이다.

     남한은 헌법 제39조에 국방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만 19세가 되는 나이에 징병검사를 받고 대학교 1~2학년에 입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남한의 군사복무기간은 현역병 기준 21개월이다.

    김정현 씨는 "북한 여성들은 군대를 기다린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에 와서 보니 군생활이 짧아서 부럽기도 하고, 군대를 기다려주는 여성이 있다는 것이 더욱 부럽더라"고 말했다.

     2008년에 탈북한 제대군인 출신 이영철 씨는 개성에서 군복무를 했다고 증언했는데 "북한 군대에서도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이 있다"고 증언했다. 다만 남한의 경우처럼 입대 전부터 만나던 여자친구가 아니라 군복무 기간에 만난 여자친구라는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철 씨는 "군대가 주둔한 동네에서 여자와 친한 경우가 가장 많고, 여군을 만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군인들이 동네 주민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농촌동원 기간에 서로 눈이 맞는 경우가 생기는데, 군인들은 '인민생활지원', '군민일치'라는 명목보다도 여성들을 만날 생각에 들뜬다고 전했다.

     김정현 씨와 이영철 씨는 북한 군인이 제대할 때까지 기다리는 여성을 본 적이 없다고 공통적으로 증언했다. 김정현 씨는 "북한의 군복무는 남한과 비교해봤을 때 터무니없이 길고, 세월을 낭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북한에 '곰신'이 없는 이유는 너무나도 이른 나이에 징집이 되고, 또 너무나도 긴 복무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 입대 자원 서명을 하는 북한학생들.(우리민족끼리)
    ▲ 입대 자원 서명을 하는 북한학생들.(우리민족끼리)
    그런데 최근 북한매체들은 조선인민군 입대·복대를 탄원하는 청년들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2012/03/04)은 평양시에서 "하루동안에만도 20여만 명의 근로청년들이 탄원서에 서명하였다"고 보도한 바 있으며, 우리민족끼리(2013/01/04), 노동신문(2013/01/27, 2013/01/31, 2013/02/04)에서도 입대를 탄원한다는 선전을 계속해서 보도하고 있다.
    북한 매체 속 젊은이들이 "선군조선의 최후승리로 끝날 원쑤격멸전의 시각을 기다리고있다"는 이유다.

    그런데 현실 속 북한 군인들은 10년 넘는 군복무 때문에 '군민일치'를 기다릴 정도로 지루한 군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들의 길고 긴 군생활 속에 '곰신'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