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의태에게

    쫓겨나는 허준

     

  • MBC일일 드라마 26일자 방송에서는 우상대감이 써 준 소개장 때문에 유의태(백윤식)의 분노를 사서 허준(김주혁)이 쫓겨나는 내용을 긴박하게 그리고 있다.

     산음 땅에서 중풍을 고쳤다는 소문이 퍼지고 집에서는 그 동안 타향살이에 기를 못 펴고 살던 어머니(고두심)께서 잔치준비를 하시며 즐거워한다.

    집에는 정경마님이 준 양반님네만 볼 수 있는 명 나라 비단과 패물이 가득하다. 양식이 떨어져 물에다 간장을 타서 허기를 채우지 않아도 된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허풍이 심한 구일서(박철민)는 길거리에 모인 사람들 앞에서 허준이 침 한방 놓으니까 죽어가던 사람이 벌떡 일어났다고 너스레를 떨며 이제 최고의 의원이 됐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다.

    무슨 소리인가? 조선팔도의 제일 가는 의원은 유의원일세.”
    “이제 유의원 시대는 지나갔고 허의원 시대가 왔네.”

    그 앞을 지나다 그런 소리를 듣고도 허허 웃으며 네 말이 맞다 하며 너그러이 넘기는 유의태.

     헌데 허준한테 자기한테도 소개장 하나 써 달라고 애걸하던 병사장(정은표)이 이를 거절하자 앙심을 품고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한다. 이를 알게 된 유의태는 허준을 부른다.

     허준을 전혀 모르는 사람 같은 얼음같이 차가운 얼굴로 기다리고 있다.

    그 따위 비단 조각이나 패물 때문에 이러는 줄 아느냐?
    서찰을 내 놓으라는 말이야!”

    날아가던 새도 놀라서 떨어질 것 같은 서릿발 같은 목소리로 말한다. 가슴팍에 보물처럼 소중히 간직했던 소개장을 꺼내 조심스럽게 내 놓는다.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소개장을 태우는 유의태!

    “어~ 어~ 스승님.”

    놀라 기겁하는 허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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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고 있는 서찰을 허준 앞에 내던진다.

     의원자격을 사사로운 정으로 얻으려느냐? 서찰을 받은 순간 넌 이미 의원 자격을 잃었다. 너 같은 놈이 내 문하에 들어오다니 참을 수 없는 수치다! 나가거라! 너는 나를 배신한 것이다. 당장 이 놈을 내치거라!”

    스승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스승님! 스승님!”


    방금 전까지 잘 봐 달라고 하던 하인들은 인정 사정없이 허준을 대문 바깥으로 내친다.

    집에서는 어머니가 전을 부치고 있다. 아직도 얼굴에 여전히 수심이 가득한 며느리(박은빈)를 보고 말을 건넨다.

    3년 만에 겨우 잡은 자리인데 말리지 마시오.”
    “이제 겨우 시작인데 아직 갈 길이 먼데 너무 조급한 것 같습니다.”

     이 때 유의태의 아내 오씨(김미숙)가 보낸 하인들이 들이닥쳐 행패를 부리고 정경마님이 개인적으로 고마움의 표시를 하여 준 비단과 패물들을 몽땅 가져가 버린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다. 화사하게 피어 오르던 꽃이 우수수 떨어지고 밝게 떠 올라 한하게 비추던 햇살은 검은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던 집안은 도둑이 든 집처럼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어머니께서는 자리에 몸 져 누우셨다.

     도대체 무얼 그렇게 잘못 했기에 저리도 분노하는가? 아무리 스승이라지만 우직하게 헌신한 제자한테 이렇게 까지 모멸감을 준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