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나니머스> vs. <우민끼>

     

  •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명단 공개는,
    한국사회 이념투쟁사(史)에 새로운 장(章)을 열었다.

    첫째는 대한민국 진영이 공세를 취했다는 점이다.
    밤낮 공격을 당하기만 하던 패턴을 뒤집고,
    공격을 하는 패턴을 만든 것이다.
    그것도 관(官)이 아닌 시민세력이... 

    통진당 김재연의 학교 내 강연을 배척한 덕성여대 학생들의 자발적인 움직임하고 맥이 닿는 현상이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정당방어의 한 형태로서의 공격]마저 [수구냉전]으로 몰아치는 풍조가 들끓었다.
    심지어는 공격을 받았는데도 “맞대응 하지 말라”는,
    지극히 불공정한 억지와 궤변이 판을 쳤다.

    그러나 이번의 <어나니머스>와 <일베>의 선제공격으로 이런 일방주의가 역풍을 맞았다.

    특히 <어나니머스>가 발표한 [선언적] 자료는,
    북의 김정은 집단의 하야(下野), 북 지역의 자유선거 실시, 북 주민의 인터넷 자유 접속 등,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원론적 [가치(價値) 투쟁]을 선포했다.

    북은 우리에 대해 [민족해방] 혁명이라는 [가치 투쟁]을 선포하는데,
    우리는 북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변혁]이라는 [가치 투쟁]을 선포하면 안 되나?

    종북-친북-연북-햇볕 교조주의 세력은 안 된다고 하지만,
    <어나니머스>는 그렇게 하는 게 피장파장 [공정한 게임]이라고 천명한 셈이다.

    둘째로 주목할 것은 북의 [조직(組織) 엮기]의 새로운 양상이다.
    옛날 방식은 간첩이 내려와서 포섭대상을 만나 입당을 시키고,
    그 포섭된 고정간첩이 여러 사람을, 본인이 알게 또는 모르게 점조직으로 엮어서 네트워크를 만드는 식이다.

    그러나 이번 <우리민족끼리>방식은 그런 거추장스러운 [조직 엮기] 방식을 넘어서,
    사이버 공간에서 자발적으로 몰려오는 물고기 떼를 단숨에 저인망으로 훑어가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위(可謂) 디지털 시대의 조직화 테크닉인 셈이다.

    이런 식으로 북은 이미 강 건너에서 우리를 넘보는 [바깥 세력]이 아니라,
    우리 안에 들어와 둥지를 튼 [내부의 일부]로 터 잡고 있다.
    그것도 때로는 식별이 알쏭달쏭한 [섞어찌게] 방식으로.

    이건 북의 핵무기와 같은 수준의 위협요인이 아닐 수 없다.

    [석어찌게] 안에는 물론 억울하게 이름을 도용당한 사례, 호기심이나 정보접근 차원의 사례 등등도 물론 있을 수 있다.
    신중하고 엄밀한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북이 <우리민족끼리> 방식으로 우리 어장(漁場)에 들어와 대규모 저인망을 깔아 놓고
    불법조업(操業) 중이라는 사실 자체는 엄중하게 대처해야 할 사태다.

    그리고 우리도 어떻게 선제공격할 것인가를 <어나니머스>적 발상으로 계속 연구해 가야 한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북의 폭압체제를 흔들고 북 주민의 마음을 우리가 끌어오는,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속속 발굴해 내야 한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