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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여성을 위협해 외제차를 빼앗은 혐의로 기소된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김동현(29)이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지난 1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 9부(재판장 김주현)는 1심에서 '강도 혐의'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던 김동현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동현을 법정 구속한 배경에 대해 "피고인들이 흉기를 사용했는지는 의심스럽지만, 피해자를 협박해 납치를 시도했다는 점은 인정된다"며 실형이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피고인 김동현의 흉기 사용 여부에 대해선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차량을 강제로 빼앗고 피해자를 협박한 점은 인정됩니다.
따라서 원심과 달리 특수강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나아가 재판부는 김동현의 가방에서 대포통장 등이 나온 점을 들어 이들이 '2차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김동현의 가방에서 대포통장과 대포폰이 나왔습니다.
이는 '2차 범행'을 저지를 목적으로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윤찬수가 김동현의 범행에 가담한 점이 인정되므로 이번 사건은 두 사람이 공모한 것으로 판단합니다."결국 재판부는 김동현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전 프로야구 선수 윤찬수(27)에게도 원심(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보다 무거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 모두 원심보다 형량이 늘어났다. 이는 두 사람의 범행을 '단순 강도'로 치부했던 1심과는 달리, 항소심에선 흉기를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해 강도를 저지른 '특수강도'로 판단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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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현의 범행 장면이 찍힌 CCTV 화면 캡처.
■ 왕년의 국가대표, '여성 납치극 사건' 전말
김동현은 지난해 5월 25일 서울 청담동의 한 극장 앞에서 열쇠가 꽂힌 채 정차 중인 승용차를 훔쳐 타고 돌아다니다가, 26일 새벽 2시 20분경 강남구 모 빌라 주차장에서 벤츠 승용차로 주차하려던 40대 여성을 협박한 뒤 차량을 빼앗고 납치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윤찬수는 김동현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함께 재판에 회부됐다.이와 관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설범식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28~29일 이틀간 진행된 국민참여재판(1심)에서 강도 혐의로 기소된 김동현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김동현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윤찬수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강도 범행을 공모한 점과, 피고인 김동현이 피해자를 억압, 차량을 강제로 빼앗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동현과 윤찬수가 합동해 특수강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검찰이 공소한 특수강도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특수강도의 경우 5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나, 단순강조죄에 그칠 경우 3년 이상의 형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이고 피고인이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김동현이 범행에 흉기를 사용했다는 혐의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배심원으로 선발된 시민 9명은 원고·피고인 측의 주장을 경청한 뒤 5시간 동안 이뤄진 평의에서 피고인 2명에게 적용된 강도 혐의를 유죄로 간주했다.
그러나 특수강도 혐의에 대해선 만장일치로 무죄 의견을 냈다.
이밖에 배심원단은 △김동현과 윤찬수가 피해자와 합의를 했고 △지금껏 특별한 전과가 없다는 점과 △국가대표 등 프로선수로서 성실하게 일해온 점을 정상 참작의 사유로 들었다.
앞서 검찰은 "김동현이 범행을 주도했고, 사전에 범행 도구를 준비하는 치밀함이 엿보였다"며 김동현과 윤찬수에게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반면 김동현과 윤찬수의 변호인 측은 "두 사람이 계획적으로 범행을 모의한 게 아니라,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며, 범행시 흉기를 사용한 사실도 없다"고 항변했었다.
김동현은 강도 혐의 외에도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건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추징금 3천만원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김동현은 2010년 광주상무 시절, 최성국 등과 함께 승부조작에 가담할 선수를 섭외하고 직접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 수사 결과 혐의는 사실로 밝혀졌고, 김동현은 축구계에서 영구 제명됐다.
왕년의 축구스타 김동현이 '부녀자 납치'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도 승부조작사건의 여파로 볼 수 있다.
승부조작에 휘말려 '직업'을 잃은 김동현은 돈을 벌어볼 요량으로 무리하게 2억을 투자했다 실패하자 후배 윤찬수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 김동현은 누구?
김동현은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와 23세 이하 올림픽(아테네) 대표, 국가대표를 두루 거치며 소위 '축구계 엘리트 노선'을 밟아온 인물.
체격이 좋고 돌파력이 우수해 '한국의 비에리'로 불리기도 했다. 2005년 포르투갈 SC브라가에서 뛰다 이듬해 러시아의 1부 리그 루빈 카잔에 임대된 김동현은 이적 초반 잠시 주목을 받았으나 현지 적응 실패로 부진한 나날을 보냈다. 이후 K-리그로 유턴한 김동현은 성남 등 몇몇 구단을 전전하다 2009년 군(상무)에 입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