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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면적 노선전환과 내적 숙정이 필요하다
강규형/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역사학 -
- ▲ 강규형 명지대 교수ⓒ
민주당은 "지려고 해도 지기 어려운 선거를 졌다"고 자책하며 "뼛속까지 개혁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패배 원인에 대한 진단도 정확하지 못하고 절박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과거에도 새누리당은 상대편도 놀랄 정도의 쇄신을 해온 데 반해 민주당은 늘 현실에 안주하는 태도를 보였다.압승이 예상된 지난 총선을 지휘했던 한명숙 당시 대표는 종북본진(從北本陣)과 연대하는 등 온갖 자충수를 남발하며 민주당을 패배로 이끌었다.
한씨가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집에만 있었어도 승리했을 것이라고들 얘기한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학습 능력의 부족은 민주당의 고질적 악습(惡習)이다.
이후 자기 쇄신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구태를 못 벗어났다.안철수라는 돌발 변수의 도움을 받았지만 대선에서도 결국 패배했다.
혹자는 대선 후보가 문제였다고 책망한다.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이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품격 있는 후보였고, 그나마 그였기에 48%의 득표가 가능했다.
문재인 전 후보는 선대위 해단식 날 '친노(親盧)의 한계와 진영 논리에 갇힌 것'을 패배 원인으로 꼽았다.
맞는 말이지만 다는 아니다.자신들이 추진한 정책도 정략적인 이유로 뒤집어 불신감을 준 것도 이유의 하나였다.
2007년 대선 후보이기도 했던 정동영 의원은 2011년 10월 20일 국회 외통위에서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고 이렇게 발언했다."(한·미 FTA를 타결한 것은) 참여정부 맞아요.
뭐… 어…
거기에 대해서… 어…
개인적으로 잘 몰랐고!"참여정부의 핵심이었던 분이 그 중요한 내용을 잘 모르고 찬성했다고요?
필자는 정씨가 그 때 개그맨으로 데뷔하는 줄 알았다.
제주 해군기지 등에 대한 의견도 뒤집으면서 정씨도 민주당도 망가져 갔다.
민주당의 제일 큰 패배 이유는 백낙청 함세웅과 같은 현실 감각을 상실한 구시대 인물들을 진영의 멘토로 떠받들며 '2013년 체제론' 같은 허무맹랑한 논리를 모토로 삼고 눈앞의 이익을 위해 대의(大義)를 저버린 것이다. 빛나는 자유민주주의적 정통 야당의 전통에서 완전히 이탈했고, 반(反)대한민국 세력과 연대를 끝내 버리지 못했다.더욱이 '6·25는 미국이 기획하여 주도한 한반도 파괴 전쟁'이라고 주장한 이수호 전(前) 전교조위원장을 서울시 교육감으로 지지했다.
그것은 많은 사람에게 야권 연대 집권 후에 올 근본주의적 '탈레반 정권'의 탄생과 그 후유증을 염려하게 하였다.필자의 한 지인은 줄곧 민주당 지지자였지만, 이번에 야권에 투표하지 않았다.
"통일부장관 임수경, 문화부장관 공지영, 법무부장관 조국 또는 이정희, 청와대 대변인 김용민…."
야권 연대 집권 시에 칼춤 추며 설칠 사람들과 직책이 오버랩돼 현기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그는 토로했다.
민주당은 사실 2007년 대선의 참패 직후에 혁신을 해야 했다.
그러나 광우병 난동 때 중심을 못 잡고 시류에 영합하면서 편리한 과거 방식으로 돌아갔다.
대중의 폭력에까지 편승했다.
'뉴민주당 플랜' 같은 개혁안은 휴지통에 들어갔다.필자는 야권에 서독 사민당의 혁신안이었던 1959년 고데스베르크 강령(綱領)을 참고하길 권했다(<조선일보> '아침논단' 2012년 9월 17일자).
이 정도의 개혁이라야 뼛속까지 개혁이라고 할 수 있지, 지금 정도의 자성(自省)은 화장 고치기에 불과하다.
"국민이 무식해서 졌다"는 토로는 2007년 대선 때의 '못된 국민, 노망 난 국민' 같은 못난 변명을 연상시킨다. 아직도 남 탓인가?
문재인 전 후보는 자신을 '역사의 죄인'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역사적 죄(罪)라면 과거 NLL을 부정하고 그것에 대해 거짓말한 것일 수는 있어도 선거에서 선전(善戰) 끝에 패배한 것일 수는 없다.
자기들만이 선(善)이라는 것은 그 얼마나 독선적이고 오만한 생각인가?
민주당은 잘못된 가치관과 노선을 고수했기에, '지려 해도 질 수 없는' 선거를 '이기려야 이길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렸다.이제 민주당은 정통 야당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신익희·조병옥·김홍일 장군·박순천 등의 전통이 바로 그것이다.
인생의 대부분에 독립운동 경력이 있으며,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의 초석이 됐고, 이후 정통 야당을 이끌던 인물들이다.
선택은 간단하다.
대한민국 체제 내의 (미국 민주당식) 리버럴 정당으로 가든지, (영국 노동당식) 사회민주주의적 건전 좌파의 길을 가는 길이 그 하나요, 지금처럼 체제 내에 도저히 통합될 수 없는 잡탕 정당으로 연명하는 길이 다른 하나다.5년 후에 다시 원로 원탁 회의 같은 것을 결성하며 '2012년 어게인'의 결말을 맞고 싶은가?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은 전면적 노선 전환과 내적 숙정이 필요하다.
그럴 용기가 있는가?
이번에 비상대책위원장에 선출된 문희상 의원은 다행히 정통 야당의 핏줄을 갖고 있는 분이지만, 다른 비대위원들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쳐 걱정이다.민주당이 건강해야 대한민국이 건강해진다.
<조선일보> 아침논단 2013.01.17 전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