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소속사의 ‘언론플레이’에 국방부와 예비역, 황당․분노‘사실왜곡’하는 연예매체 등살에 군인도, 국민도 어리둥절
  • 지난 15일 연예매체들을 중심으로 “가수 비(정지훈)가 보직변경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접한 국방부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비역들도 같은 반응이었다.

    ‘자칭 월드스타 비(물론 '싸이'와 같은 진짜 월드스타는 아니다)’에게는 군대라는 곳이 ‘체험 캠프’로 보였던 걸까?
    아니면 연예매체들이 그렇게 욕을 얻어먹으면서도 ‘언론플레이’로 기획사와 공생하는 못된 버릇을 못 버린 걸까?

  • ▲ '연예병사' 생활을 하고 있는 정지훈 상병.[사진:YTN보도 캡쳐]
    ▲ '연예병사' 생활을 하고 있는 정지훈 상병.[사진:YTN보도 캡쳐]



    “비 보직변경 신청…국방부 공문오면 검토”

    연예매체들, 소설 썼다!



    지난 15일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실린 연예매체들의 보도 내용은 이랬다.

    “김태희와의 열애설 이후 복무규정 위반으로 7일 동안의 근신을 마친 가수 비(본명 정지훈. 이하 정지훈 상병)가 지휘관과 면담을 한 뒤 전방부대 근무로 보직변경을 신청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식 공문이 오면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상병’이 보직변경을 신청한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 보도를 본 뒤 황당해했다.
    국방부에서 '공문 오면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보도를 접한 국방 담당기자들은 “병사는 물론 장교도 자기가 원한다고 보직변경 신청을 할 수 없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연예매체들의 보도가 잘못됐다는 기사가 나간 뒤에도 같은 류의 ‘왜곡 기사’는 그치지 않고 줄줄이  쏟아졌다.

    정지훈 상병의 ‘보직변경 신청’ 기사는 군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금방 ‘거짓’임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이렇다.

    “병사는 물론 장교도 마음대로 보직변경 신청을 못한다.
    군에서 보직변경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육․해․공군이 모두 그렇다.
    심각한 정신질환 등으로 다른 장병들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특별한 경우라면 병원 등으로 보낸다.” 



    '월드스타'라서 보직변경된다면…

    전방부대 '짬통'은 누가 치울까?



    정지훈 상병 보도에 대한 국방부 관계자, 예비역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군대가 장난인 줄 아나?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보직을 변경할 수 있다면, 과연 전방의 철책선, 참수리 고속정 타고 한겨울에 근무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일각에서는 이런 언론 플레이를 펼친 정지훈 상병의 ‘측근’이라는 사람들을 맹비난했다.

    “연예 담당기자들과 기획사들끼리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하지만 군대 기강까지 흔들려 하다니 해도 너무하지 않느냐.
    ‘연예병사’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국가안보의 근간인 군을 상대로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보도를 접한 60만 장병들의 사기가 어떻게 되겠는가?”

    기자도 여기에 십분 공감한다.

  • ▲ '연예병사' 생활을 하고 있는 정지훈 상병.[사진:YTN보도 캡쳐]



    정지훈 상병은 입대한 뒤 육군 5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조교 생활을 하다 몇 달 뒤 ‘연예병사’로 지원했다.
    이후 지금까지 ‘보통 병사’에 비해 월등히 좋은 대우를 받으며 생활했다.

    정지훈 상병은 그런 ‘특별대우’를 받으면서도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했는지 ‘공무외출’로 나가서는 ‘여친’을 만나고 다녔다.
    규정위반도 했다.
    이게 언론에 보도된 뒤 징계 중 가장 가볍다는 ‘7일 근신’ 조치를 받았다.

    근신이 끝난 뒤 ‘측근’이라는 사람들을 통해 한다는 말이 “전방근무를 하고 싶다”였다.

    다른 군인들 사기 저하시키는 행동을 한 뒤에 ‘전방근무’를 하고 싶다고?
    ‘병장’ 달 때가 되니 ‘전방근무를 하겠다’는 건가?
    근신하며 반성했다더니, ‘측근’을 통해 언론플레이를 해서 국방부를 혼란케 하나?
    지금 이런 게 얼마나 치사하고 비겁한 행동인지 정지훈 상병 본인은 정말 모르나?

  • ▲ 겨울철 항만에 정박 중인 참수리 고속정. 함교가 개방돼 있어 겨울 초계활동 시 방한대비를 제대로 안 하면 동상에 걸리기 일쑤다.
    ▲ 겨울철 항만에 정박 중인 참수리 고속정. 함교가 개방돼 있어 겨울 초계활동 시 방한대비를 제대로 안 하면 동상에 걸리기 일쑤다.



    정지훈 상병,

    당신은 대한민국 군인이다



    정지훈 상병은 서른이 다 돼서야 군에 입대했다.

    “나이 들어 군대 갔다”는 걸 갖고 일각에서는 “힘들겠다”고 말하지만 아니다.
    누가 그에게 군대 늦게 가라고 강요한 사람은 없다.
    본인의 선택이다.

    남들은 20대 초반 가장 혈기에 찬 나이에 가는 군대다.
    그걸 몇 년 씩이나 미루다 입대한 뒤에는, ‘평범한 군 생활’이 아닌 ‘연예병사’ 활동을 해 왔다.

    지방 공연과 휴일 방송이 힘들다고?

    1미터 넘게 쌓이는 눈을 치우면서 1천m가 넘는 고지를 오르내리며 밤을 새고,
    2km가 넘는 활주로에서 제설작업을 하고,
    체감온도 -20도 아래인 바닷바람을 맞으며 밤새 근무하는 것 보다 힘들다고?
    ‘똥물’ 속을 기어 다니며 1주일 동안 3시간도 못 자는 훈련보다 힘든가?

  • ▲ 2012년 2월 제설작업 중인 육군 을지부대 병사들.
    ▲ 2012년 2월 제설작업 중인 육군 을지부대 병사들.



    정지훈 상병 본인이 ‘언론 플레이’를 원한 것인지, 아니면 그 ‘측근’이 ‘알아서 움직인’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정지훈 상병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따라서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21개월 동안 ‘대한민국 육군’에서 복무 중이다.

    이 기간 동안 정지훈 상병은 국방부 홍보지원단 소속의 ‘육군 병사’다.

    무슨 ‘월드 스타’도, CJ 그룹 부회장에게 귀여움을 받는 ‘연예계 파워’도 아니다.
    착각하지 마라.

    ‘언론 플레이’를 한 이들에게는 대한민국 군대가 우스워 보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잘못 봤다.
    그들이 기억해야 할 게 있다.

    자칭 '월드스타'라는 정지훈 상병보다 ‘대한민국 군대’를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 ▲ 우리나라의 첫 '월드스타' 싸이가 2013년 1월 1일 랩퍼 MC해머와 함께 뉴욕에서 신년축하공연을 펼쳤다. 정지훈 상병도 '진짜 월드스타'가 되고 싶다면 군생활부터 성실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사진: 공연당시 화면캡쳐]
    ▲ 우리나라의 첫 '월드스타' 싸이가 2013년 1월 1일 랩퍼 MC해머와 함께 뉴욕에서 신년축하공연을 펼쳤다. 정지훈 상병도 '진짜 월드스타'가 되고 싶다면 군생활부터 성실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사진: 공연당시 화면캡쳐]



    정지훈 상병도 7개월 남은 군 생활을 제대로 마치고 싶다면 ‘조용히, 성실하게’ 복무한 뒤 겸손하게 행동해야 ‘스타’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