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동의한 적 없는데" 졸지에 민통당 지지?배우 현빈, 가수 호란·싸이·구하라..줄줄이 낚여
  • "사람이 먼저"라는 그 분‥
    알고보니 안하무인(眼下無人)에 후안무치(厚顔無恥)

    "저작권 보호를 위해 사적 이용을 위한 저작물의 다운로드에 대한 처벌 등을 강화해야 합니다.
    저작권 보호는 산업 발전의 기본입니다.
    저작권자의 권리가 보장 받아야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및 부품소재 산업 등이 발전할 수 있으며 국가 산업발전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이상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14일 '정보기술(IT) 정책- 저작권법 강화' 공약에 대한 질의서를 보낸 것에 대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측 답변이다.

    이 답변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는 "저작권 보호는 산업 발전의 기본이라며 사적 이용을 위한 저작물의 다운로드에 대한 처벌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사적 이용을 위해 저작물을 다운로드 받는 경우까지 모두 처벌하게 된다면 불필요한 범법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며 융통성 있는 답변을 내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런데 저작권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견지한 문 후보 측에서 거꾸로 저작권을 농락(?)하는 행태를 보여 각계의 비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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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빈, 무적의 투표부대 홍보??

    상기한 그림은 문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는 담쟁이캠프 20s Choice(https://www.facebook.com/ivy20schoice)에 게재됐던 포스터다.

    '우리는 무적의 투표부대'라는 제목의 이 포스터에는 얼마 전 전역한 배우 현빈의 얼굴 사진이 걸려 있다.

    "내일이면 D-day를 한손만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대선이 임박했습니다. 하여,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무적의 투표부대를 모집하려고 합니다.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라는 글만 보면, 마치 현빈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하지만 이 포스터 속 사진은 현빈으로부터 사전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 복제 게시물'이다.

    현빈의 소속사 측은 해당 포스터가 인터넷에 공개되자 "웹용 포스터상에 등장한 군장병 캐릭터의 모습이 현빈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을 문 후보 캠프 측에 요청했다.
    이어 "포스터 제작과 관련, 특정 캠프에 사진 게재를 허락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문제가 불거지자 문 후보 캠프 측은 즉각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논란이 된 포스터를 삭제했다.

    민주캠프 대학생위원회에서는 지난 12월 13일부터 투표독려 캠페인을 위하여 웹포스터를 제작했다. 웹포스터의 제작은 홍보디자인업체에 의뢰하였고 제작된 웹포스터는 온라인상에 게재했다.  

    배우 현빈의 소속사에서는 웹용 포스터상에 등장한 군장병 캐릭터의 모습이 현빈인 것으로 보인다는 문의를 해왔고, 저희 대학생위원회 사무국에서는 즉시 제작업체에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제작업체에서는 웹용 포스터를 디자인한 디자이너가 캐릭터의 실사모델이 현빈임을 인정했다.  

    디자이너는 현빈의 사진을 이용한 경위에 대하여 “웹용 포스터에 사용하고자 초상권과 저작권이 해결된 이미지를 찾지 못하여 온라인에서 적당한 자료를 검색하여 멋있게 나온 장병사진 중 현빈 사진을 선택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일러스트 작업을 했다. 좀 더 세심하게 신경 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업체는 현빈의 초상권을 침해한 부분에 대하여 깊이 사죄하고 죄송하다는 점을 거듭 밝혔으며, 민주캠프 대학생위원회 사무국 또한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서 거듭 사과를 드린다.  

    현빈 본인과 소속사 관계자들, 그리고 배우 현빈을 사랑하는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부분에 대하여 진심으로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2012년 12월 16일

    문재인캠프 대변인실

    문재인 후보 캠프 대변인실은 현빈의 얼굴 사진이 무단 도용된 데 대해 "초상권과 저작권이 해결된 이미지를 찾지 못해 온라인에서 '적당한 자료'를 검색, 멋있게 나온 장병사진 중 현빈 사진을 선택한 것"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늘어놨다.

    국민 모두를 대표해 이 나라의 '최고 통치권자'가 되겠다고 천명한 사람이 개인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버젓히 저지른 것.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사람은 개인의 초상권쯤은 그냥 무시해도 좋다는 논리인가?

    당사자에게 사전 허락을 받은 뒤 개인의 사진을 특정 블로그 등 온라인상에 올렸을 경우, 해당 사진의 '저작권'은 촬영자에게 귀속된다.
    공식석상에 나타난 연예인의 모습을 촬영한 보도사진이 바로 이같은 경우에 해당한다.

    제작발표회나 기자회견 같은 공식 행사는 특정 연예인이 자신의 모습을 촬영해도 좋다는 '암묵적 동의' 하에 이뤄진다.

    따라서 이같은 장면을 담은 사진이 뉴스 사이트에 등재되는 순간, 저작권은 연예인이 아닌 신문사에게 귀속된다.


  • 하지만 '초상권'은 별개의 문제다.

    사진에 찍힌 주인공이 사전에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거나 기타 개인적인 사유로 '삭제' 혹은 '수정'을 요청할 경우엔 '초상권'을 지닌 연예인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순리다.
    보도가 아닌 상업적 목적으로 해당 사진이 쓰일 경우에도 초상권 침해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선거 운동(홍보)용 사진도 마찬가지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로 비쳐질 수 있는 연예인의 사진 게재는 반드시 사전 허락을 받고 이뤄져야 한다.

    현빈의 얼굴 사진을 선거용 포스터에 사용한 행위는 '비영리적인 작업'이지만, 선거라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 쓰여졌으므로 명백한 초상권(퍼블리시티권) 침해에 해당된다.
    더욱이 무단으로 배포가 된 만큼, '공표거절권'도 침해한 것이 된다.

    초상권과 저작권이 해결된 이미지를 찾지 못했으면, 웹용 포스터에서 사진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 캠프는 온라인에서 '적당한 자료'를 검색한 뒤 멋있게 나온 '현빈 사진'을 콕 집어 포스터 안에 집어넣는 불법을 자행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사적 이용을 위한 저작물의 다운로드에 대한 처벌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 지극히 사적인 목적을 위해 사진 저작물을 무단으로 내려받은 것.
    실로 '후안무치(厚顔無恥·얼굴이 두껍고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 투표독려 현수막에 싸이 얼굴 등장

    '논란'이 되고 있는 사진은 또 있다.

    가수 싸이의 얼굴 사진이 담긴 '선거 현수막'이 한 시민의 카메라에 포착된 것.

    "오빤 꼭 투표한다!"는 문구 중간에는 요즘 최고로 잘 나간다는 국제가수 싸이의 얼굴이 떡하니 붙어있다.

    후보 지지가 아닌,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 플래카드이지만, '노란색' 현수막에 게재된 사진은 싸이가 특정 후보에게 우호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에서 찍힌 것으로 알려진 이 사진은 안타깝게도 출처가 불분명하다.
    민주통합당 측에서도, 초상권을 갖고 있는 싸이 측에서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입장.

    싸이의 한 측근은 '해당 사진이 현수막으로 제작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처음 듣는 얘기"라며 "사실 확인을 해보겠다"는 입장을 17일 밝혔다.


  • 호란 "내가 문 후보 지지? 난 그런 적 없어"

    이들 외에도 혼탁해진 '선거 홍보戰'에 희생(?)된 연예인들이 있다. 바로 가수 호란과 구하라가 비운의 주인공들이다.

    호란은 부지불식간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지지자'가 됐고, 걸그룹 카라의 구하라의 경우는 그의 이름이 특정 유세단의 이름으로 둔갑했다.

    호란은 16일 "우연히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문재인 후보, 박근혜 후보 지지 연예인 명단을 봤는데, 거기에 자신의 이름이 담겨 있었다"며 "자신은 결코 누구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해당 발언은 이날 새벽 3시경 호란의 트위터(Horan@Zihadahl)에 게재됐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문재인 후보, 박근혜 후보 지지 연예인 명단이 돌아다니는 것을 방금 보았습니다.
    문 후보 지지 연예인에 제 이름이 올라 있었습니다.
    저는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을 한 적이 없습니다.
    해당 자료를 보신다면 정정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어 호란은 "내가 누구를 지지하는지 공개할 의무는 없다"면서 "개인적 성향을 함부로 추측, 명단에 넣었다면 심각한 오류이자 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어느 후보에게 표를 던질지 저는 이미 결정했습니다만, 누구에게 던질지 공개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로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나타낼 자유가 있는 만큼이나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자 하는 입장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공개적으로 지지선언을 한 것도 아닌데 저의 성향을 추측하여 지지연예인 명단에 넣었다면 심각한 오류이자 인권침해라 느낍니다."

    호란은 자신의 '반발'이 특정 후보의 선거 전략에 이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족인지도 모르지만, 이 트윗으로 인해 생겨날 만한 또 다른 추측을 사전에 막고자 덧붙입니다.
    저는 제 이름이 어느 후보의 이름 아래 있었어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 겁니다.
    누구도 내 이름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없습니다."

    호란의 트위터를 살펴보면 논란이 된 지지자명단은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작성한 게 아닌 '개인 지지자'가 만들어 유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예인 다수의 이름이 포함된 이 문건으로 인해 '탤런트 OOO, 가수 ☆☆☆가 문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는 괴소문이 빠르게 인터넷상에 퍼지고 있는 양상.



  • 구하라 유세단? "가수 구하라 아니에요"

    구하라의 경우, 민주통합당이 여성의원들을 중심으로 '구하라 유세단'을 결성하면서 이름이 차용된 케이스.

    민주통합당은 4.11 총선 때에도 가동한 바 있는 '구하라 유세단'을 이번 대선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박 후보의 '여성 대통령론'에 맞서기 위해 발족된 '구하라' 유세단은, "서민경제를 구하고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구한다"는 깊은(?) 뜻을 담고 있다고.

    사실 가수 구하라와 특정 선거조직은 아무런 관계성이 없다.
    두 개의 단어는 그저 단순한 '동음이의어'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예인에 민감한 요즘 젊은이들에게 '구하라'라는 단어를 들려준다면 어떨까?
    십중팔구 '가수 구하라'를 떠올릴 것이다.
    결국 '구하라 유세단'은 인지도와 홍보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고안된 전략적 카피다.

    이와 관련, 한 유권자(39·서울 강서구 거주·남)는 "얼마 전 우연히 '구하라 유세단'이 출동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수 구하라가 선거전에 뛰어든 줄 알았다"며 "재미있는 이름이긴 하지만 구하라 본인이 이 사실을 알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