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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을 위한 이정희의 마지막 봉사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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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의 대통령후보 이정희씨가 16일 오후 대선후보에서 전격 사퇴했다. 이정희씨의 후보 사퇴는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이씨가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 문재인씨의 당선(이정희씨 표현으로는 ‘박근혜 떨어트리기’)을 위해 수행한 마지막 봉사이다.
- ▲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
이정희씨와 통합진보당은 공식 대선운동이 시작된 이래 이씨가 어느 시점에서 후보를 사퇴하는 것이 문씨의 당선을 위해 가장 효과적일 것인가를 놓고 면밀한 계산을 해왔을 것이며, 제3차 대선후보 TV토론 개시 불과 6시간을 앞둔 시점을 후보사퇴 발표 시점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씨가 사퇴시점을 TV토론 개시 6시간 전으로 선택한 것은 이씨의 사퇴가 문씨에게 도움이 되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사퇴시점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사퇴시점 선택으로 이씨의 사퇴 사실을 자기의 지지자들에게 명확하게 알려서 지지자들로 하여금 문씨에 대한 지지투표를 차질 없이 행하도록 하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문씨는 이씨의 사퇴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TV토론을 박씨와의 1:1토론으로 준비했을 것이다. 그에 반해 박씨는 이씨의 사퇴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지 못하여 TV토론을 3자토론으로 상정하여 준비하면서 특히 이씨의 격렬한 감정적 공격에 대응하는 것에 관해 많은 준비를 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씨가 토론개시 6시간 전에 갑자기 후보사퇴를 한 것은 이씨의 사퇴정보를 알지 못한 채 TV토론을 준비한 박씨의 토론 대응능력에 큰 타격을 주었을 것이다.
이씨는 지난 두 차례의 TV토론에서 박씨를 공략하는 데 문씨와 환상적인 콤비 플레이를 전개했었다.
이씨는 보통사람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격렬한 감정적 공격을 가하여 박씨의 심리적 안정을 무너뜨리고, 문씨는 점잖은 자세와 목소리로 이미지 관리를 해가면서 심리적 불안정 상태에 있는 박씨에게 논리적인 공격을 가했다. 이씨는 3차 TV토론에서는 이-문 콤비 플레이의 약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토론 참여자의 구성을 바꾸어 박씨를 한 번 더 당황하게 만든 것이다.
이씨로 하여금 문씨의 당선을 위해 이처럼 지극정성을 다하도록 만든 것은 공고한 문재인-이정희 연대의식(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연대의식)이다. 그들의 연대의식은 지난해 11월부터 발동되었다.
당시 야권 통합정당 추진기구였던 ‘혁신과 통합’의 상임공동대표 문재인씨와 이해찬씨가 국회 의사당 내 민주노동당 사무실을 방문하여 당시 민노당 대표이던 이정희씨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문재인씨는 “‘혁신과 통합’이 통합할 당사자는 당연히 민주노동당까지 포함한 야당들”이고 “국민들께서도 민주노동당까지 함께해야 제대로 된 통합이라고 평가하실 것”이라며 민노당의 야권 통합정당 참여를 호소했다.
문씨의 호소에 대해 이정희씨는 “정권교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진보정치의 성장을 위해서 함께 어떤 방법이 있는 지 폭넓게 논의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한 교감 끝에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민노당의 후신)은 금년 3월 총선에 대비한 연대를 형성했다. 총선을 앞두고 민통당과 통진당은 정책연대를 형성하고 야권 단일후보전술을 채택했다.
총선 기간 중 통진당의 일부 후보들이 종북좌파라는 비판을 당하고 있을 때, 문재인씨(당시는 민주통합당 상임고문)는 연대의식을 발휘하여 “종북좌파는 사악한 말”이라고 주장하며 종북좌파로 지목되는 통진당 후보들을 감쌌다. 이러한 문씨의 발언으로, 통진당과 문씨(그리고 민통당) 간의 연대의식이 공고해졌다.
총선이 끝난 후 국회주변에서 종북분자로 비판받던 통진당 국회의원 당선자 이석기씨와 김재연씨를 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했을 때, 민주통합당의 이해찬씨는 이석기·김재연 제명을 주장하는 것은 “아주 악질적인 매카시즘”이라고 비난했으며, 이 역시 통진당과 이해찬씨(그리고 민통당) 간의 연대의식을 강화했다.
1. 문재인·이해찬씨의 이러한 종북분자 비호활동은 문재인 대통령후보-이해찬 당대표라는 민통당 투톱시스템의 확립에 대한 비당원 모바일 투표의 기여로 보상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통진당의 종북정당 이미지 때문에 민통당과 통진당이 공식적으로 연대를 천명할 경우 문씨를 지지하는 일부 중도층 유권자들이 지지를 철회하게 될 것을 우려하여, 민통당과 통진당은 두 당 간의 공식적 연대 선언을 회피해왔다.
이정희씨도 자기가 문씨 지지를 분명하게 천명하면 문씨를 지지하는 일부 중도층 유권자들이 지지를 철회할 것을 우려하여 후보사퇴를 선언하면서 문씨 지지 언급을 의식적으로 회피했다.
두 가지 사항 모두 문씨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통진당과 이씨의 깊은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러한 배려 역시 양측 간의 공고한 실질적 연대의식의 발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