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의료는 세상물정 모르는 구상..이건 유시민이 한 말"朴, "재원조달은 어떻게?" 李 "무조건 고소득층이 세금 더 내야"

  • "결국 부유세를 걷겠다는 거죠?
    부유세로 무상의료를 하겠다는 것은 세상물정 모르는 터무니 없는 구상입니다.
    이것은 정책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그저 하나의 구호와 이데올로기에 불과합니다."

    갑자기 유시민이 등장했다.
    대선 TV토론을 종친북 선전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이정희에게 유시민이 찬물(?)을 끼얹은 형국이 펼쳐진 것이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차 TV토론회에 참석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무상의료'를 주장하고 나선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복안이 있느냐"고 추궁했다.

    이는 이정희 후보가 '의료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막연히 "고소득 층에서 세금을 더 많이 내야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한 데 따른 것.

    "저는 공약을 발표할때 재원 조달방안을 고려해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은 다 제외했습니다.
    그런데 이 후보의 경우는 간병서비스 등 이것저것 의료 서비스를 다 하자는 얘기인데 결국 무상의료를 말씀하신거죠?
    그런데 공약집을 보니 재원 마련에 대한 방안이 없군요."

    이에 이 후보는 "저희가 2009년에 이 공약을 가장 먼저 채택했다"며 "13조원을 분명히 말씀 드렸다. 시민들이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대책이 다 포함돼 있다"고 답변했다.

    이 후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박 후보는 "결국 증세를 해야한다는 논리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이 후보의 공약이 재원조달 계획이 없는 '선심성 공약'임을 지적하고 나선 것.

    박 후보의 지적에 이 후보는 "당연히 고소득층은 세금을 더 내야한다"면서 "'성북동 집'은 왜 여태껏 세금을 안내고 있냐"며 논점을 흐리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도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인격을 훼손하는 독설을 퍼붓고 주제에도 맞지않는 엉뚱한 질문을 남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가 언급한 '성북동 집'은 박 후보가 전두환 정권에서 넘겨받은 '6억원'을 상징하는 말이다.

    이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에, 박근혜는 '원칙을 강조하는 발언'으로 맞섰다.
    지난번 이 후보의 질문에 진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딴판이다. 

    박근혜는 "이 후보가 지난번처럼 토론룰을 어기며 말을 하고 있다"고 점잖게 나무란 뒤 계속 발언을 이어갔다.

    "지금 제가 말하는 건 재원 조달을 어떻게 할 거냐는 건데,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말을 돌리시네요.
    결국 부유세를 걷겠다는 거죠?
    이는 정책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하나의 구호에 불과하죠.
    지금 이게 누가 한 말인지 알고 계세요?"

    예기치 못한 질문에 이 후보가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이어진 박 후보의 답변.

    "바로 얼마 전까지 이 후보와 같은 당에 있던 유시민 의원이 한 말입니다.


    그렇다.

    이념적으로 박 후보와 대척점에 서 있는 유시민 의원은 '대책없는 무상복지 정책'에 대해 극명한 반대 의사를 표했던 인물이다. 

    유시민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의 무상복지는 선거용 구호"라며 "무상의료에 8조원이 든다는데 어떻게 계산을 뽑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일침을 가한 적이 있다.

    이같은 '소신'은 과거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008년 한 대학 강의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무상의료에 찬성하느냐고 물어선 안 된다.
    그것보다는 '지금 의료 제도가 좋으냐? 아니면 국가가 의료비를 모두 부담하고 건강보험료를 4배 인상하는 게 좋으냐?' 고 물어야 한다."


    박 후보는 이 후보의 '무상의료 공약'은, 같은 편(?)이었던 유시민조차 고개를 저었던 '헛된 이상'임을 꼬집은 것이다.

    박 후보의 질문에 '꿀먹은 벙어리'가 된 이 후보는 이어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자유 토론에서 이유 없이 경직된 표정을 보여 묘한 대조를 이뤘다.

    이날 2차 TV토론은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경기부양을 꾀해 빈 곳간을 채우자'는 새누리당의 논리와, '무조건 퍼주고 나눠주자'는 논리의 통합진보당의 논리가 팽팽히 맞선 형국. 민주통합당은 이날 역시도 어중간한 스탠스로 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