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非文)-비노(非盧) 그룹의 반란 “안철수 지지하게 허용하라”
  • 민주통합당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단일화 중단’ 사태가 벌어진 이후 문재인 후보 측 친노(親盧) 세력과 각을 세워왔던 비주류 그룹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심지어 전직 의원들은 문재인 후보에게 등을 돌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15일 민주통합당 내 비주류 그룹인 ‘쇄신모임’ 소속 의원 6명이 모인 오찬 자리에서는 ‘단일화 중단’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후보 측이 빌미를 줬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제기됐다.

    모임에 참석한 황주홍 의원은 문재인 후보의 사과 발언을 정면 겨냥하며 “이쯤 해도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은데 그게 답답하고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다른 참석 의원은 “반드시 문재인 후보가 이겨야 한다는 것을 앞세우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노 진영은 비주류 그룹의 상당수가 안철수 후보에 대해 우호적인 점을 들어 ‘친안(親安·친안철수) 세력’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나아가 친노 진영은 비주류 그룹의 ‘반대 행보’에 대해 2002년 ‘후단협(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사태를 연상시키는 ‘문재인 흔들기’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16일에는 민주통합당 전직 의원 67명이 문재인-안철수 후보 가운데 지지대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별 의사에 따라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직 의원들이 사실상 같은 당인 문재인 후보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정대철-이부영 전 의원을 비롯해 ‘정권교체와 민주헌정 확립을 희구하는 전직의원 모임’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 ▲ 민주통합당 전직 의원들이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지 후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전직 의원들이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지 후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까지는 당 소속 전·현직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그리고 중앙당이나 지역위원회의 당직자들이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힐 경우 일종의 해당행위로 간주해왔기 때문에 당원은 탈당하지 않으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할 수 없었다.”

    “이런 내부방침은 철폐돼야 한다.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표시를 당에 위해되는 것으로 정해 놓고서 입당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민주당 당원들이 상대 후보를 지지하지 못하게 묶어놓은 채 한 무대에서 단일화에 나서라고 하는 것도 불공정 경쟁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두 후보에 대한 모든 당원의 자유로운 선택과 지지표명이 아무런 장애 없이 보장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조속히 합당한 조치를 취해 달라.”

    성명에는 김덕규, 김영진, 김재홍, 김충조, 김태랑, 김희철, 박광태, 박상천, 박실, 신순범, 신중식, 유재건, 이근식, 이우재, 이종찬, 이창복, 이철, 장복심, 장세환, 장재식, 조배숙, 조성준, 조재환, 조홍규, 최용규, 최종원, 허운나 전 의원 등 옛 민주계를 주축으로 하는 비문(非文·비문재인)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종걸 최고위원도 기자회견장에 얼굴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 측의 한 의원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려면 탈당해 지지하면 되지 당내에 있으면서 다른 후보를 지지하게 해달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문재인 후보를 흔들기 위한 중대한 해당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현재 당내에선 단일화 향배에 따라 야권의 새판짜기가 현실화될 경우 이탈세력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류가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