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행동이 달라 믿을 수 없다는데...
  • 안철수 후보는 진짜 민주당이
    그렇게 나올 줄 몰랐을까?




    "딴 나라에서 왔느냐, 진짜 그럴 줄 모르고 시작한 거냐? "



    단 하루면 족했다.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 협상을 하다가 중단되는데 걸린 시간이다.
    두 사람이 단일화 규칙협상을 시작한 지 하루 만인 14일에 안철수 후보측은 협상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협상 중단을 선언하면서 안철수 후보측의 유민영 대변인이 한 발언에 대해서 <조선일보>는 이렇게 보도했다.

    "문 후보 측의 겉의 말과 속의 행동이 다르다. 유불리를 따져 안 후보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 말고 진정으로 정권   교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문 후보 측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을 때까지 단일화 협상은 당분간 중단된다. 오늘까지 문재인 후보 측과 민주당 측이 행한 신뢰를 깨는 행위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오늘만 해도 기사화된 후보 양보론, (단일화 규칙) 협의가 시작될 때 진행된 우리 실무팀에 대한 인신공격, 실무팀 구성원의 협의 내용 외 자의적 발언 등이 있었다.

    이른바 '안철수 후보 양보론'은 터무니 없다."


     



    협상 중단을 선언하게 된 배경을 분석하면 이렇다.

    1. 말과 행동이 다르다
    2. 유불리를 따져 이기려는 마음 말고 다른 것이 있는지 의문이다.
    3. 신뢰를 깨는 행위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협상을 중단한 중요한 이유는 문재인후보와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을 믿을 수가 없다 라고 요약이 된다. 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첫 번째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사회 경험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첫 번째 반응은 이렇다.

    "진짜 그럴 줄 몰랐다는 말이냐?"


    안철수 후보와 그쪽 인사들이 상대하는 사람들이 어떤 종류인지 진짜 몰랐다면, 이를 어쩌나.
    말과 행동이 다를 것이라고 예측을 못했다니, 이를 어쩌나.
    혹시 문재인 후보 당사자는 그 인상처럼 정직하게 해보려 해도 민주당의 오래묵은 인사들이 뒤에서 다 조종하려 들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했다니, 이를 어쩌나.

    안철수 후보는 50세이고, 그 주변 인물들도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신입사원들이 아닌데, 진짜 그것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될까?

    그럴 줄 몰랐다는 그들의 발언을 믿어준다면, 도대체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살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라는 말인가?

    굳이 정치를 하지 않았더라도, 허허벌판 같은 사회에서 몇 년만 굴러보면 다 알 수 있는 상식이고, 조직생활 몇 년 해 보면 다 알 수 있는 트릭이고, 아니 신문만 몇 년 제대로 읽었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을 놓고 ‘진짜 그럴 줄 몰랐다’는 사람들이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살던 사람들이 아닌 것 같다.
    순진하다고 해야 하나, 어리석다고 해야 하나, 자기밖에 모르는 똑똑한 바보천치라고 해야 하나.
    그냥 헛 웃음만 나올 따름이다.




    이제 안철수 후보는 진지하게 스스로 중간 점검을 해 볼 시점이 됐다.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방향이다.
    단일화를 재개 한다, 아니다. 그리고 또 하나.

    1. 단일화를 재개하는 길.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번 대선에서 무언가 떡고물이라도 하나 건지고 싶다면, 어떻게 하든지 민주당 측과 붙어서 백병전 같은 이전투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자리 몇 개라고 건지는 것으로 만족하려면, 협상을 다시 시작하면 된다.

    2. 단일화 협상을 중단하는 길.

    그렇지 않고 제대로 정치 실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면, 우리 사회에 정치개혁의 뿌리를 내리겠다면, 패거리 정치 보스 정치의 썩은 둥지를 잘라내서 새 싹을 내고 싶은 일에 기여하고 싶다면 길은 단 한가지뿐이다.

    단일화를 지금이라도 던져버리고 허허벌판으로 나오는 일이다.

    허허벌판으로 나와서 정치 공부, 첫걸음부터 다시 시작하라. 정책을 다시 들여다 보고, 깡통 같은 유치순진한 생각들을 다 뒤엎어서, 새롭게 자신의 정치철학을 정립해서 도전하는 일이다.


    허허벌판에 나와 새롭게 시작할 때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쪽박을 차서 무참히 떨어질 수도 있고, 예상만큼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시간이 몇 년이 걸릴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5년이 걸릴 수도 있고, 10년이 걸릴 수도 있고, 20년이 걸릴 수도 있고, 그냥 죽을 때까지 고생만 하다가 다음 주자에게 바톤을 넘겨주는 중간다리 역할로 끝날 수도 있다.


    3. 그 정도의 각오와 희생할 생각이 없다면 포기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안철수후보의 열풍이 시작됐을 때 첫 번째 떠오른 생각은 "안철수정치연구소가 탄생했군"이었다.
    지금 안철수후보의 역량과 실력으로는 정치연구 및 실험 그 이상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본인이 연구개발을 해서 사업화를 한 경험을 떠올리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상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