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정신지체 장애인 정씨, 5년 옥살이 후 만기출소 서울고법 재판부 재심서 무죄 선고, “피고인 자백 신빙성 없어” 변호인 “억울한 사람 구제 위해 재심제도 활성화해야”

  • 죽은 자는 있는데 죽인 자는 없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의 피고인이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는 25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정모(33)씨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내렸다.

    정신지체 장애인인 정씨는 2007년 5월 새벽 수원역에서 노숙하던 당시 15세 소녀 김모양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다가 만기출소했다.

    정씨는 수감중이던 2010년 수사기관의 회유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기존의 진술을 번복,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올해 6월 정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날 재판부는 당시 유죄판결의 근거였던 피고인의 자백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심이 유죄판결의 주요 증거로 채택한 피고인과 다른 공동 피고인의 자백 취지 진술은 일관되지 않고 신빙성이 없다”

    “당시 구체적 정황과 비교하면 객관적인 합리성도 인정할 수 없다”

    이어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장을 통해 밝힌 범행과정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를 데리고 수원역에서 범행이 이뤄진 학교까지 한 시간 동안 걸어가면서 폭행장소를 찾고, 학교 담을 넘어 들어갔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

    “범행장소 인근에 CCTV가 여럿 있는데 피고인이 피해자를 데려가는 장면은 없었다”

    이어 재판부는 재심판결이 너무 늦게 나온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상당히 오래전에 1심이 내려졌는데 이제 재심판결이 나와 안타깝게 생각한다”

    재판 후 정씨의 변론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소외된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해도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며 재심제도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법원이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 사건은 '죽은 자는 있지만 죽인 자는 없는' 미제사건이 됐다.

    특히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검찰과 경찰은  '끼워맞추기식 수사'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