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후보는 단일화를 하는 순간 죽는다.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까? 
                    안철수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을까? 
           혹은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할까,  아니면 독자 후보로 나설까?

     

  •  

    이런 여러 가지 계산과 상관 관계를 머리 굴려 따져보기도 지겹다. 며칠 사이로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신경쓰기도 귀찮다. 솔직히 세 사람의 정책이 50보 100보가 된 마당에 아주 민감한 서 너 가지 요소만 뺀다면 세 사람이 다른 것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더 강하다.

    진영싸움 논리에서 보자면 상대방의 이러저러한 약점이나 단점이나 부족한 부분이 몸서리치게 싫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세 후보 중 한 명을 고르는 것은 수명이 5년쯤 되는 컴퓨터를 살 때 삼성 것을 고를지 LG 것을 고를지, 아니면 수입품을 사 쓸지 하는 정도 이상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하면 너무 값싼 비유가 될까?

     세 후보의 인물 됨됨이 못지 않게 들여다 봐야 할 내용은 세 후보가 내세우는 정책이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하는 부분이지만, 필자는 그것 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경쟁하고 협력하며 살아가야 하는 입장에는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이들을 이웃으로 두면서 한 편으로는 미국이란 존재의 의중을 감안해야 하는 구조는 계속될 것이다.

    이제 대선이 우리나라 국민과 국가에 미칠 답안을 내는 고차 방정식의 함수를 밖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세 후보가 대미 대중 대일 외교에 어떤 관점을 가졌는지도 물론 매우 중요한 관심사항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 몇 번의 정권에서 보듯이, 대통령이 바뀌면서 흔들리기는 했어도 뿌리까지 상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미 튼튼하게 자리잡은 테크노크라트의 역할과 국민들의 의식수준 향상이 중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  

    유권자가 진정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안철수 후보의 등장으로 치열해진 대선판도를 지렛대 삼아 우리나라 정치 체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대통령을 임명하는 임무와 권리를 가진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세 후보는 우리나라 정치체제가 발전하는데 요긴하게 써 먹을 큰 머슴일 뿐이다. 세 명의 머슴이 서로 치고 받으면서 싸우는 것을 통해 필자와 같은 유권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정치의 경쟁력 강화이다.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부문별로 따져보면, 정치체제의 경쟁력이 가장 뒤쳐져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아직도 일본 아류의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지나친 시대착오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의 경우, 정권교체의 방법이나 권력이양 방식이 세계적으로 매우 특이하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잘 진행이 되어 왔다. 중국 통치체제는 기본적으로 집단지도체제라고 할 수 있다. 바닥부터 다지고 올라온 소수의 정치 엘리트들이 차기 지도자를 내외에 공식화 하고 몇 년에 걸쳐 훈련을 시키다가 정해진 시간에 전임자와 후계자가 권력을 주고 받는다.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공산당 내부에서 이뤄지는 그들만의 정권교체라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됐으며 그에 따라 경제발전도 잘 진행되어 왔으니 정치체제의 경쟁력으로 따진다면, 나름대로 장점은 있다.

    한중일 삼국을 놓고 본다면, 일본의 정치체제가 가장 경쟁력이 약한 것처럼 보인다. 일본 경제가 활력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폐쇄적인 정치권력의 순환구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폐쇄적인 정치구조가 폐쇄적인 정책으로 연결되면서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돌파구나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는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본은 정치체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국가전체가 활력을 되찾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치체제가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중국은 워낙 출발점이 다르니 수평비교는 어렵겠다. 일본과 비교하면 다소 유연성은 있지만,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 정치제제는 무늬는 미국식이지만 내용은 일본식에 가깝다. 만약 현재의 정치체제가 계속된다면, 그 정치체제의 비효율성과 폐쇄성 때문에 경제 마저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 이야기가 우리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시급한 과제 중 하나가 우리나라 정치체제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일이며 이번 대선이 아주 좋은 기회이다. 그리고 그 기회를 살리라고 역사를 주관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안철수라는 머슴을 우리에게 허락했다.

    정치체제의 변화는 평소 때는 어렵다. 대선이라는 큰 판을 만들어 뒤흔들면서 장단점을 모두 다 드러내고 한 판 통과의례를 치러야 가능한 일이다.

    안철수 후보가 대선출마 선언을 할 때 원론적인 수준에서 가장 정확하게 말했듯이 지금 우리사회는 여러 가지 요소가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어서 어떤 문제든지 단칼에 즉각 해결되기 어렵다.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고 합의를 이뤄 체계적으로 착실하게 풀어나가야 점진적으로 해결될 일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정치체제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체질을 바꿔 강화할 첫 번째 키워드는 무엇일까? 단 한 가지만 주문하고 싶다.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최대의 약점, 권력의 집중과 타락을 부추기고, 정치와 민심의 이반을 조장하는 결정적인 급소, 그것은 정당의 공천권일 것이다. 

    안철수는 공천권을 정당이 독점하는 대신, 후보를 국민들이 선출한다는 이 너무나 당연하고도 초보적인 수준의 정치 체제가 뿌리내리는 일에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 이것이 몇 년 짜리 권력을 잡고 욕심쟁이들의 소용돌이 치는 다툼에 내몰리는 것 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일이다.

    안철수가 진정으로 이러한 대의에 집중한다면, 그는 무엇보다 단일화의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어떤 상대와 손을 잡아야 득이 될까 잔머리를 굴려서 야합해서는 안된다. 단일화를 하는 순간, 안철수는 죽는다. 단일화 대신 박근혜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최대한 압박해서 정치체제의 개혁이라는 공동의 선에 도달해야 한다.

    안철수후보는 마침 어제 국회의원 감축, 국고보조금 축소, 중앙당 폐지라는 정치개혁안을 발표했다.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 같다. 이런 제스추어 자체가 박근혜와 문재인에게 엄청난 압박이 돼서 정치체제 변화를 앞당길 것이다.

    안철수후보가 단일화를 하지 않는다면 그 때문에 3자 대결의 결과가 달라질 지 모르다. 그러나 진짜 우리나라 정치체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다면, 그 외에 다른 길은 없다.

    복잡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에서 아무런 대의명분도 없이 오직 권력이라는 떡고물에 눈이 어두워 단일화건 야합이건 힘을 합쳤던 정치인들의 끝이 어땠는지를 가볍게 돌아보라. 그러면 답은 분명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