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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는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인재로 확인됐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9일 수사브리핑에서 불산가스 누출사고 당시의 폐쇄회로(CC)TV를 공개했다.
경찰은 숨진 근로자들이 지난달 27일 ㈜휴브글로벌 야외작업장의 불산탱크 위에서 작업 순서를 지키지 않은데다가 작업복을 미착용해 사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사고는 불산을 물에 희석시키는 작업을 하기에 앞서 탱크에서 불산을 빼내다가 발생한 것이다.
에어밸브와 에어호스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며 원료밸브의 마개를 열어둔 게 주된 사고 원인이었다.
이들은 작업과정 내내 에어밸브와 원료밸브의 각 마개를 열어둔 채 손잡이형 레버마저 실수로 개방하는 바람에 사고를 자초했다.
19.5도에서 기화하는 불산의 특성상 탱크에는 원료밸브와 에어밸브가 있다.
안전 수칙대로라면 우선 이 두 밸브의 마개와 레버가 잠겨진 것을 확인하고 에어밸브의 마개를 열어 에어호스와 연결해야 한다.
이어 원료밸브의 마개를 연 다음 원료호스를 연결한다.
모든 밸브와 호스를 제대로 연결하고 에어레버를 열어 탱크에 공기를 주입해야 한다. 이후 원료레버를 열어 원료호스로 불산을 빼내는 게 정상적인 공정순서다.
불산을 빼내기 위해 에어호스로 공기를 주입하면 탱크내 기압이 차면서 원료호스를 통해 불산이 나가는 원리다.
에어밸브에 에어호스를 연결하던 이모(26·사망)씨와 박모(24·사망)씨는 원료밸브의 2중 안전장치인 손잡이형 레버를 밟았다.
원료밸브 마개가 하루종일 열린 상태에서 레버가 밟히자 원료밸브에서 불산가스가 뿜어져 나온 것이다.
불산탱크 위에서 함께 작업하던 최모(30·사망)씨는 드럼펌프 수리기사 이모(41·사망)씨를 만나기 위해 탱크에서 내려온 상태였다.
이들은 이날 오전부터 20t짜리 2개의 탱크 위에서 불산을 빼내는 작업을 했다.
탱크 개당 4~6시간이 걸려 근로자들이 급하게 두번째 탱크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구미경찰서 서운식 형사과장은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가내수공업 형식으로 위험하게 작업하는 데도 회사 관계자들이 안전규칙에 신경쓰지 않은 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조사결과 사고 당일에 공장장 장모(47)씨는 충북 음성의 공장에 출장을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관리책임자인 대리 윤모(41)씨는 사고 당시 사무실에 있었지만 현장을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 과장은 "회사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무리하게 인력을 줄이다보니 공장장 혼자서 경북 구미와 충북 음성의 두 공장 모두를 관리했다"고 덧붙였다.
사고가 발생한 지 13일이 지났지만 사고 탱크에는 유량계가 없어 여전히 이 탱크에서 얼마의 불산가스가 휘발됐고, 얼마의 불산이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다만 회사 측은 20t중 3분의 1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사고 당일 불산가스 누출 진화작업 중 탱크에 물이 들어가 불산과 섞였기 때문에 위험하다"면서 "불산과 불산탱크를 공급한 중국에 반납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고공장의 불산 탱크는 중국의 한 원료공급업체로부터 들여온 것이다.
경찰은 휴브글로벌 대표 허모(48)씨 등 공장 관계자들로부터 사고 발생 이전에도 작업의 신속성을 위해 안전수칙 등을 준수하지 않은 점을 확인했다.
공장에 안전장구 등이 비치돼 있지만 덥거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평소 착용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공장 관계자들을 재조사한 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한편 9일 현재 불산가스 사고로 병원치료를 받은 주민은 4천명을 넘어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