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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다 실력으로 주목받아야 한다. 작은 키가 핸디캡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 작은 키는 유전, 부모님 원망도...그래도 지금은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마음만 있다. 기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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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지승 선수
코트에서 작아보이는 농구 선수라고 해도 일반인 보다는 크게 마련이다. 하지만 일반 성인 남자 사이에서도 아담해 보이는 농구 선수가 과연 있을까?
166.5cm의 울산 모비스 신인 가드 원지승(23)이 바로 그런 선수다. 프로무대에 정식 데뷔도 하기 전 이미 원지승은 화제다. 키가 작아서 화제가 되는 건 개그맨 허경환 이후 처음이다.
지난 26일 꿈에 그리던 1군 선수로 등록됐다. 모비스 2군에 입단한 지 8개월만이다. 원지승은 "이전까지 엔트리에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고 말했다. 그가 내달 13일에 시작하는 프로농구에 정식으로 데뷔한다면 역대 프로농구 최단신 기록을 세우게 된다.
원지승은 작은 키지만 장점이 많다. 장대숲 사이를 헤치고 저공비행하는 낮고 빠른 드리블, 한 템포 빠른 패싱 능력을 갖췄다. 원지승을 1군으로 불러올린 가드 출신 유재학 감독도 "키가 작다는 단점이 있지만 패싱력, 기동력 등 장점이 많은 선수"라며 "1군 선수들과 경쟁을 통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
작은 키의 단점은 수비
'천재가드'로 불리는 김승현(34)이 과거 전성기의 기량으로 국내 프로농구(KBL)를 평정했을 때 미국프로농구(NBA)에 진출을 시도했던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진출이 성사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수비의 불안이었다.
프로농구는 기본적으로 1대1 수비를 한다. 작은 선수가 막을 경우 공격자가 손쉽게 슛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가드 포지션에 뛰는 선수들의 평균 키가 2m에 육박한다.
상대 공격수에게 손쉬은 중거리 슛을 헌납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 게다가 상대 팀에서 1대1 공격을 가드에게 지시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원지승은 현재 국내 가드들에 비해도 상당히 작은 키다. 국내리드도 가드들의 평균 신장이 180cm 후반으로 형성돼 있다.
원지승, 희망은 있다
지난 27일 한선교 프로농구연맹 총재는 "농구 룰을 많이 변화시켰다. 팬들을 위해 재미있는 농구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수비자 3초룰이 폐지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그간 1대1 공격을 시도할 때 다른 수비자들이 골밑을 3초 이상 지키지 못하는 룰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사라지면서 원지승과 같이 1대1 수비에 약한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원지승도 "우리팀 장신 선수들이 골밑을 지키고 있으면 상대 가드가 포스트업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원지승 그는 누구?
김해 동광초등학교 시절, 운동에 남다른 소질이 있던 원지승은 육상 선수였다. 우연한 기회에 접한 농구에 흥미를 느껴 본격적으로 농구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마산동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찾아온 사춘기와 키 스트레스로 걱정도 많았지만 타고난 능력보다는 노력으로 극복하겟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하지만 그의 성장은 마산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멈췄다.
대학2부리그(초당대학교) 출신, 프로 드래프트에도 두 번이나 도전해 모비스 2군에 입단했다. 시련을 딪고 일어선 '스머프 반바지' 원지승.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김승현의 뒤를 이을 최고의 가드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이번 시즌 프로농구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