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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심의를 마친 2013년도 국방예산안이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이 국방예산안에서 '안보전략적 관점'은 완전 배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안에 따르면 공군이 이어도와 독도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공중급유기(KC-X)’ 사업과 20년 뒤 우리나라 하늘을 지킬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사업(일명 보라매 사업)’, 그리고 군 응급환자를 살리는 데 필요한 응급수송헬기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정부가 내놓은 2013년도 국방예산안에서 전력 장비 도입에 쓰이는 방위력 개선비는 10조5,171억 원. 2012년보다는 5.6% 증가한 금액이다.
문제는 이 예산에서 최근 증가하는 주변국의 위협을 막는 전력 도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는 점이다. 그 첫째는 2013년부터 예산을 반영해 순차적으로 4대를 도입하기로 한 ‘공중급유기(KC-X)’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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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항공자위대가 보유한 KC-767J 공중급유기. 현재 4대 보유하고 있다. 조만간 4대를 더 도입한다.
공군은 90년대부터 신형 전투기 도입보다 더욱 시급한 과제로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공중급유기 사업을 꼽아왔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있을 경우 적의 움직임을 샅샅이 살필 수 있기 때문에 전력이 두 배로 증가하는 효과가 있고, 여기에 공중급유기까지 갖추면 다시 배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90년대 말 외환위기,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과 ‘남북협력’ 등의 명목으로 두 사업은 계속 연기됐다. 20년 가까이 흐른 뒤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사업은 실현됐지만 공중급유기 사업은 여전히 추진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공군이 공중급유기 사업을 추진하지 못할 경우 주력 전투기가 독도에 출동해봤자 10~20분도 버티기 어렵다(KF-16 기준). 중국이 이어도를 무력점령할 경우에는 30분은커녕 제대로 된 ‘비가시거리 전투(BVR. 레이더 등의 센서로 적을 포착해 미사일로 벌이는 전투)’를 수행하기도 어렵다.
즉 급유기 없이는 F-15K는 물론 F-35를 우리가 갖고 있다 해도 독도와 이어도를 제대로 지키기 어렵다는 말이다.
반면 중국은 HY-6 14대, IL-78 4대 등 18대의 공중급유기를 보유하고 있고 일본 또한 2010년 4월 미군의 KC-135 급유기보다 개선된 KC-767을 4대 도입했고 조만간 4대를 더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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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인민해방군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제 일류신 IL-87 마이다스 공중급유기.
예산이 모두 삭감된 또 다른 사업은 군 응급수송헬기다. 현재 우리 군은 자체적은 응급수송헬기전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사용 중인 9대의 ‘긴급 후송헬기’는 ‘응급처치 킷’만 있을 뿐 의료장비는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야간 비행도 불가능하다.
때문에 전방지역에서 생명이 위독한 환자가 생기면 우리 군은 주한미군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금까지 주한미군의 응급후송헬기(MEDEVAC. 헬기 내부에 응급처치 장비와 악천후에서도 비행 가능한 장비를 갖추고 있음) 덕분에 목숨을 건진 군인과 민간인의 수는 숱하게 많다. 군이 이에 필요한 예산으로 400억 원을 요구했지만 모두 삭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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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에서 응급후송헬기에 중상자를 싣는 미군들. 미군들은 이 헬기에 싣기만 하면 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군은 이런 헬기가 하나도 없다.
‘보라매 사업’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보라매 사업’은 현재 추진 중인 스텔스 전투기 도입사업(F-X 3차 사업)으로 얻은 스텔스 기술 등을 바탕으로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하는 장기전략사업이다. 이 사업의 성사여부를 떠나 지금부터 추진하지 않을 경우 20년 뒤 우리나라 하늘을 스스로 지킬 가능성은 희박하다.
참고로 중국군이 개발한 J-20 스텔스 전투기의 경우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추진한 지 20년이 지난 뒤에야 성과를 낸 케이스다. 일본 자위대의 F-2 지원전투기 또한 80년대 말부터 추진해 2000년대 초부터 실전배치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이번에 삭감된 예산들이 특별히 다른 분야 예산증액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사실 2013년 국방예산안을 보면 각 군의 요구금액이 크기는 했다. 2010년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의 대비에다 국방개혁안으로 인해 예산 증액 요구가 크기는 했는데 정부가 줄일 부분을 찾다보니 몇 가지 사업예산이 삭감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 안팎의 시각과 속내는 다르다. ‘정부 위의 정부’라는 기획재정부가 예산심의에서 ‘공군의 전략장비 도입예산은 모두 삭감하고, 육군 지휘부 편을 들었다’고 보고 있다.
공중급유기와 응급수송헬기, 보라매사업 예산은 모두 사라진 반면 ‘서북도서 대응전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육군이 요구한 예산은 대부분 관철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병영문화개선’을 명목으로 한 풋살경기장, 미니축구장 건설에 137억 원, 서북도서 요새화 사업에 1,800억 원 등이 포함됐다.
기재부가 이런 판단을 내린 이유는 ‘공군 사업이 늦어져도 대북 전력공백이 크지 않다’라는 주장 탓이라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의 이런 모습을 본 군사연구가들은 “정부의 국방예산 심사가 비전문가들끼리 모여 지나치게 근시안적으로 결정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