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정당' 만들려는 정운찬...안철수, 민주당과 '정운찬당' 중 어디에 알 깔까?
  • <윤창중 칼럼세상>

     정운찬 ‘탐욕의 극치’

     

  • 정말 날고 기는 사람들 모인 데가 정치판이구나! 새삼 감탄하며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아침에 ‘한겨레’ 신문을 뒤적이다가 MB 정권에서 국무총리 지낸 정운찬이 다음달 ‘제3정당’을 만들어, 안철수를 끌어들여 대권 도전을 포기시키고 자신이 ‘단일후보’로 출마할 요량임을 숨기지 않고 있는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지난해 지지도 5% 미만의 박원순이 안철수를 주저앉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것처럼, 대선에선 박원순의 롤을 정운찬 자신이 하겠다는 것! 정말 발군의 상상력이다. 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있다더니. 

    정운찬은 “중도적이고 국민통합적인 제3의 세력이 반드시 출현해야 한다. 그러나 정당 없이 정치를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 세력은) 정당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거창하게 말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이들이 모여 튼튼한 대안세력을 만들고, 원탁회의를 통해 ‘대표주자’를 내세우면 된다”고 밝힌다.

    말이야 안철수에게 ‘대표주자’를 양보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들리게끔 매우 모호하게 연막을 치지만, 더 들어보면 속내가 훤히 나온다.

    “마음 한 구석엔 (대선후보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 5년 전엔 준비가 안 돼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총리와 동반성장위원장 등을 하며 국정도 경험하고, 현실 정치도 많이 이해하게 됐다”고 적극적으로 대선 출마 의지를 기자에게 강조했다. 

    안철수는 자신이 정당 만들지 않고 민주당이 대선후보만 확정하면 그 후보를 흡수해버려 민주당이라는 ‘둥지’를 날름 삼킬 타이밍만 지켜보고 있는 ‘뻐꾸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느라 애간장 태우며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그 ‘안철수 뻐꾸기’를 뺨치는 ‘정운찬 뻐꾸기’가 또 있구나! 

    뻐꾸기를 또 넘보는 뻐꾸기. 정치판이라는 게 정말 무섭구나! 이렇게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모여 권력 놓고 투쟁하는 데가 바로 정치판이다. 

    정운찬이 한두 달 전 느닷없이 “안철수 교수와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기에, 안철수를 대선후보로 지지해 ‘안철수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소리인 것으로 들렸다. 그런데, 지난 17일 KBS 라디오에 나와 하는 소리를 들으니 그의 시커먼 속이 그냥 거침없이 보이는 것 아닌가!

    “내가 (안철수 교수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도움을 달라고 할 수도 있다.” 

    도움을 달라고 할 수 있다? 박원순처럼 안철수 주저앉히고 일약 자신이 대선후보로 떠올라 대권 잡겠다는 뜻. 안철수가 그 욕 들어가면서 애써 만들어 놓은 제3후보에 대한 ‘지지층’을 날름 채가 버리겠다는 정운찬! 캬, 능청스럽긴. 음흉하긴. 남들은 바보로 알고 저들만 머리 좋다고 알고 있는 저 지식인들이라는 사람들! 

  • 대한민국에서 정치는 몽상가(夢想家)들이 아니면 정말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이다. 정운찬은 서울대총장을 지낸 뒤 틈만 생기면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해 신랄하게 비난하며 ‘진보 경제학자’로 이미지를 만들더니, 뜬금없이 MB 옆의 국무총리 자리로 달려가면서 하는 말,

    “이 대통령과 나의 경제철학은 서로 다르지 않다.” 

    왜 국무총리를 노렸을까? 총리하면서 박근혜를 꺾고 대권을 겨냥하려했다는 증언들이 많다. MB의 최고실세 A씨는 MB가 정운찬에게 국무총리 자리를 제의한 건 사실이지만, 과연 정운찬이 잘 할 수 있을지 점검해보기 위해 ‘면접용’으로 제의한 것이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런데 정운찬이 총리 자리를 제의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내가 국무총리 하면 잘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대통령 MB에게 적극 나왔다는 것.

    또 다른 B씨의 주장에 따르면, 정운찬은 세종시를 수정하겠다는 포부도 MB가 면접한 자리에서 밝혔다고 한다. 그 B씨는 “정 총리가 이 대통령이 면접하는 자리에서 이 대통령보다 먼저 세종시 수정 문제를 강력히 꺼내는 걸 보고 아, 대단히 권력욕이 강한 사람임을 느꼈다”고 전했다.

    결국 박근혜를 낙마시키기 위해 세종시 수정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결국 꺾지 못하고 평지풍파만 부르다가 총리직에서 블명예롭게 물러난 정운찬이 2010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 정말 할 말을 잃게 했다. 기자가 총리직 수행에 대해 자평해달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A 학점을 주고 싶다”

    “과거 총리들이 저 보다 잘한 게 있다면 말해보세요.” 

    자신이 총리까지 지낸 새누리당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제3정당을 만들어→안철수를 포기시키고→대권 도전해 ‘대통령 정운찬’이 된다? 정말 가슴 설레게 한다. 이런 게 탐욕의 극치다.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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