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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휴가를 받았다...그런데 갈 곳이 없다
뜨거운 여름의 끝자락, 일주일의 휴가를 받았다. 그런데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지난 5월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중고농구대회'에서 총 6명의 선수로 대회에 참가해 준우승을 차지했던 부산중앙고를 찾았다.
당시 부산중앙고가 일으킨 이변은 전국을 떠들석하게 했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찾아가는 길이 멀지는 않았지만 당시에는 다른 업무들로 찾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휴가 기간에 그곳을 방문했다.
10월에 대구에서 열리는 전국체전 대비 훈련이 한창이었다. 선수들은 오후 4시 30분, 수업을 마치고 체육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6명의 선수는 이제는 10명으로 늘어있었다. 중앙고는 부산지역 대표로 선발돼 있었다.
취재는 뒷전..농구나 하자
그래도 대학에서 7년간 동아리 농구를 경험했다. 졸업 후에는 사회인 농구동호회에서 2년간 뛰고 있다. 학창시절에 쉬는 시간마다 농구한 걸 계산하면 구력이 10년차는 된다.
자신이 있었다.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고교 선수들이 두렵지는 않았다. 과감히 1대1 대결을 신청했다.
구력이 5년이라고 말하는 186cm의 포워드 유성환 선수(16)가 자신이 하겠다고 코트 가운데로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두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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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래 오른쪽 윤희성 기자, 왼쪽 유성환 선수.
경기는 5점을 먼저 내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 유성환 선수가 처음에 2점을 그냥 줬다. 구력 10년이라고 떠벌리는 기자의 능력을 확인해 본 것.
그리고 내리 5점을 득점했다. 기자는 속수무책으로 헌납했다. 선수는 뭔가 달라도 달랐다.
일단 첫 스텝이 달랐다. 드리블을 하지도 않고 피벗 스텝으로 이미 돌파 공간을 마련했다. 그렇다고 떨어져 수비하면 가차없이 중거리슛을 쏘았다.
그리고 점프력이 달랐다. 매일 반복하는 근력훈련으로 점프능력이 남다른 선수들의 슈팅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유성환 선수는 여유있게 5점을 뽑으면서 땀 한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 피벗(Pivot) : 농구에서 한발을 축으로 회전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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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혼자서는 안된다
역시 정면승부는 무리였다. 팀을 짜서 4대4 경기를 제안했다.
3학년 천기범(18) 선수는 몽골 울란바투르에서 열린 ‘제22회 FIBA ASIA U18 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 참가했고 2학년 홍순규(17) 선수는 오른손 부상을 당해 5대5 경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만약 5대5 경기를 했다면 공도 잡아보지 못하고 지쳐 쓰러졌을 것이다. 코트의 반만 사용하는 4대4는 전체 코트를 사용하는 5대5에 비하면 체력적인 부담이 적다.
농구는 역시 '내기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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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를 쳐도 내기를 하고 골프를 쳐도 내기를 한다. 지나친 내기는 문제가 된다. 하지만 역시 운동은 무언가 내기를 했을때 치열해진다.
자장면 곱빼기 9그릇, 탕수육 3개를 걸었다. 진 팀이 내는 것.
결과는 아래 사진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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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겼더라도 기자가 계산을 했을 것이다(핑계1). 이날 부산중앙고 체육관에 현금 8만원을 가진 사람은 기자가 유일했다(핑계2). 여름 휴가에 갈 곳 없는 기자에게 즐거움을 준 중앙고 선수들에게 계산을 맡길 순 없었다(핑계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