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압도적 지지에도 이마에 땀 송글송글 맺혀 결과 발표난 뒤에도 한참동안 '얼떨떨' 웃지 못해
  • ▲ 새누리당 제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지명된 박근혜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양호상 기자
    ▲ 새누리당 제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지명된 박근혜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양호상 기자


    # 1.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 '떨리는 순간'

    뻔한 결과는 없었다. 그는 떨고 있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근혜 추대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만큼 모두가 예상한 결과였지만 직접 마주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던 모양이다.

    20일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장 내부는 약간 쌀쌀하리라 느껴질만큼 시원했지만 박근혜 후보의 코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대통령 후보 발표를 약 30여분 앞두고 이벤트 퍼포먼스로 '아름다운 나라'가 펼쳐지는 가운데, 박근혜 후보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와 콧등을 닦아냈다. 공연 막바지에 비누방울이 장내에 뿌려지자 박 후보는 얼굴에 묻는 것이 부담스러운 듯 연신 자신에게 가까이 닿는 비누방울을 터뜨렸다.

    잠시 뒤 비서실장인 이학재 의원이 조용히 다가와 귀엣말을 건네자, 박근혜 후보는 침착한 표정으로 즉시 자신의 수첩에 메모했다. 경선결과가 전달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 2. 환희와 기쁨, '이제 다시 시작이다'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 박근혜 후보가 결정됐습니다."

    김수한 경선관리위원장의 발표에도 박근혜 후보는 활짝 웃지 못했다. 얼떨떨하다는 얼굴이었다. 지난 98년 정계 입문한 뒤 14년 만에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사실이 쉽사리 실감이 나지 않는 듯 했다.

  • ▲ 새누리당 제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지명된 박근혜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양호상 기자

    5년 전 경선에서 쓰라린 패배의 기억이 스쳤을까. 입가엔 희미하게 미소가 번졌지만 쉽사리 몸은 움직이지 못했다. 발표를 마친 김수한 경선관리위원장이 악수를 건네자 그제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박근혜 후보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다른 후보자들과 손을 맞잡고 양팔을 들어 올렸다. 비로소 승리가 실감이 나는 듯 활짝 웃어 보였다.

    얼굴에는 환희와 기쁨으로 생기가 가득했다. 다른 후보들의 축하인사에 온 몸을 다해서 웃음을 지어보였다. 드디어 대통령의 꿈에 한 걸음 다가간 순간이었다.

    박근혜 후보는 이날 선거인단투표(80%)와 일반국민여론조사(20%)에서 압도적으로 1위에 올랐다. 그는 전체 유효투표(국민참여선거인단+여론조사)의 84%인 8만6천589표를 얻었다. 그의 득표율은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을 포함해 역대 대선 경선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 야권후보 안갯 속…안철수 등판할까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확정되면서 '본선 대진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이 새누리당보다 한달 가까이 늦은 데다, 무엇보다 야권의 유력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출마를 결정짓지 않아 '맞수'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원장의 '야권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 박근혜 후보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대선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쏟아지고 있다.

  • ▲ 20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후보자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 양호상 기자
    ▲ 20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후보자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 양호상 기자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를 거뒀지만 전체득표율 면에서는 오히려 야권연대가 3%p 앞섰기 때문이다.

    반면 야권 단일화가 불발, 안철수 원장이 마이웨이를 선언해 '박근혜 대 민주당 후보 대 안철수' 3자 대결로 펼쳐지면 야권표가 분산되며 박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박근혜 캠프와 새누리당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야권연대가 성사되고 안 원장이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 때처럼 지지하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책 출간을 계기로 안 원장이 대선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만일 '박근혜-안철수' 간의 양자대결이 펼쳐질 경우 현재 여론조사처럼 승리를 예상하기 어려운 대혼전이 예상된다.

    대선 정국이 '안갯속'에 접어들면서 박근혜 후보 역시 안철수 원장에 대해 굉장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박근혜 후보는 대선후보 당선 수락연설 뒤 기자회견에서 안 원장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안철수 원장의 행보와 결정에 대해서는 제가 답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순전히 그분이 판단할 문제이다."

    '박근혜 vs 안철수' 전문가들의 견해는 어떨까?

    먼저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야권이 결과에 승복하는 단일대오를 형성하면 박근혜 후보는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철수 원장이 후보단일화에 응하지 않을 경우 박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100%이며 안 원장의 그런 선택은 새누리당을 돕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지지율로 미뤄볼 때 박근혜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철수 교수가 대권도전을 선언하는 동시에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될 것이고 숨겨져 있던 안 원장의 치부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