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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는 건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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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대중의 손아귀에 들어간 오늘, 그것은 이성의 영역을 떠나 감성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그것도 대중연예적인 흥행 판으로.
젊은이들의 우상은 연예인이고, 연예만이 인기를 끌고, 매사가 연예로 포장되고 있다. 정치도 완전히 연예다. 정치인도 연예 판에 들어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에헴 하고 큰기침 하는 정치인상(像)은 옛 이야기다. 교수, 선생, 언론인이 오피니언 리더 노릇을 하던 것도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전설이 되었다. 신문도 별수 없게 되었다. 오늘의 오피니언 리더는 연예인, TV 예능프로, 쌍욕 인터넷 방송, 트위터리언이다. 안철수가 인기를 끈 것도 그가 이런 풍조에 잘 올라탔기 때문이다.
이런 풍조에 적응하려면 우선 고급지식인이기를 포기해야 한다. 대충만 알고 대충만 이야기해야 한다. 논리적일 필요도 없고 엄밀할 필요도 없다. 해박할 필요도 없다. 그랬다가는 누구 해골 저리게 만들 작정이냐는 핀잔만 들을 것이다. 그저 연예인이 팬 앞에서 하듯 쉽고 예쁜 말 몇 마디 하다가 이내 하하하 허허허 하고 웃어주면 된다.
이게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현주소다.
안철수뿐만 아니라 박근혜 문제인도 오십보백보로 그 물결에 편승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자니 시대의 주요 이슈는 대선 현장에서 실종되고 맨 사탕발림 정치, 이미지 정치, 광고 정치, 엔터테인먼트 정치, 연기(演技) 정치, 공연(公演) 정치뿐이다.우리 현실이 그처럼 '보고 즐길' 판 일색인가? 그렇다면 각 당 경선후보들이 A 채널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를 한 번 보기 바란다. 탈북여성들 한 사람 한 사람이 피를 토하듯 쏟아 내는 한반도 현실의 처절한 실상을 단 한 번만이라도 쳐다보란 말이다.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우리 코가 석 자인데 웬 탈북여성 타령이냐고? 만약 이렇게 느낀다면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고 할밖에 없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천박해지고 있다.
어쩔 것인가, 공자님도 시속(時俗)을 어쩌지는 못했으니. 상투 틀고 갓 쓰고 도포 입고 시조(時調) 하자는 게 아니다. 그런 민주주의의 그런 추세에 불가피하게 편승하더라도 간간히 촌철살인의 ‘시대정신’을 섞어 넣을 수는 없겠느냐 하는 탄식이다.
노래 가락은 많지만 가사(歌詞)가 신통치 않다. 비틀스의 노래는 가락만 좋은 게 아니라 가사들이 한 편의 시(詩)였다. 그렇게 할 수는 없는가? 지금은 너무 ‘닭다리 잡고 삐악삐악’ '앗사르비아‘ 수준이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