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위해 720억 나눠주려던 기부사업 들통나다!
  • <윤창중 칼럼세상>

     ‘뻐꾸기 안철수’의 첫 좌절

     

  • 가증스럽다. 인간을 향해 정말 그악스러운 표현을 던지고 싶지 않지만, 썩은 냄새 진동하는 구악(舊惡)의 정치인보다 더 지능적인 수법을 이어 가는 안철수를 관찰하다보면 ‘가증’이란 단어를 회피할 수 없다. 

    안철수는 돌연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잡서(雜書)를 내놓고, sbs 연예오락프로에 출연했다. 런던 올림픽 기간에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대선 후보 경선을 요란 떨며 해봤자 관심을 얻기 어려운 허점을 파고들어 자신은 런던 올림픽 개막 전에 전광석화처럼 인기 몰이에 나선 것이다. 역시 대승! 홍보엔 귀재다. 

    그 연장선상에서 제 2 탄으로 이달 말부터 ‘안철수재단’을 통해 주식 중 현금화한 720억원을 뿌리겠다는 전략을 구사하려다가 중앙선관위로부터 ‘불법’이라는 제동에 걸렸다. 

    그 돈을 어디에 나눠주려 했느냐? 뜯어보면 가증스럽다는 표현도 부족하다!

    ‘저소득층에 대한 장학금’
    ‘창업자금 지원 사업’
    ‘기부자와 피기부자를 이어주는 기부 인프라 구축 사업’
    등.

    이 팍팍한 삶을 다름아닌 현금으로 구제해줄 영웅의 출현을 갈망하는 국민의 말초 신경을 겨냥한 것-‘기부천사 사업’. 정말 머리 엄청나게 좋은 사람이다. 

    ‘기부’라는 이름으로 돈을 그렇게 뿌리면 당연히 지지도 대폭발! 그 기세로 여야 대선판을 쑥대밭 만들어 대권을 날로 꿀꺽 삼키려다가 들통이 난 것! 

    안철수가 기부 전술을 구상한 건 ‘파생상품(derivative product) 전술’에서 착안한 게 틀림없다. 파생상품? 1992년 정주영은 우쭐해질 만큼 지지도가 폭발하자 정당만 만들면 손쉽게 대통령 될 줄 알고 천문학적 숫자의 돈을 퍼부었다. 그러나 실패. 

    안철수에겐 반면교사가 된 셈. 안철수는 머리가 더 좋다.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 최소의 돈으로 최대의 수확을 얻을 수 있는 묘안이 뭘까?

    어차피 돈은 들어가게 돼 있는데. 그 좋은 머리에서 나온 게 ‘기부전술’이라는 파생상품 전술이다. 월가(街)의 수재들이 파생상품 만들어 대박 터뜨렸던 수법을 안철수는 정치판에 도입한 것.

    안철수로서는 720억원 정도만 쓰고도 대권을 잡을 수 있다면 대한민국 대권 도전사에서 최저비용·최고효율의 케이스로 기록되고도 남는다.

    돈 좀 벌었다고 그걸로 권력까지 잡으려는 천민자본주의자의 더럽고 야비한 속물근성이 안철수로부터 물씬 물씬 풍겨 나온다. 

    민주당은 안철수로서는 지지도 유지에만 성공하면, 11월쯤 대선 한 달 정도 남긴 시점에서 거저 인수할 수 있다. 민주당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박준영, 정세균? 런던 올림픽 기간 내내 땀 뻘뻘 흘리며, 별별 작전 다 쓰며 돌아다녔지만 내내 냉방에서 TV 보았을 안철수의 지지도 고공행렬에 밀려 오히려 지지도가 더 떨어지고 있다니. 죽을 맛일 것이다.

    민주당 경선 주자들은 헉헉 대며 돌아다니는데, 안철수는 가만히 앉아 720억원 나눠주며 기부천사로 추앙받고 ‘기부 열풍’ 만들어 대권 잡게 되는 절묘한 아이디어-파생상품 전략! 

    거듭 말하지만 안철수는 대선 전엔 민주당에 결코 입당할 바보가 아니다. 뻐꾸기 전략! 자신의 노력으로 둥지를 만들지 않고 힘 약한 새가 다 만든 둥지를 빌려 그 새의 품 안에서 알을 까는 뻐꾸기! 

    민주당에 뭣 때문에 들어가 기존 정치인 대열 속에서 스타일 구기나! 민주당의 지지기반과 조직을 송두리째 빌려 날름 대권을 삼키겠다는 안철수의 전략은 그의 지지도가 급락하는 돌발 상황이 닥쳐오지 않는 한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 이제라도 꿈 깨야 한다. 안철수가 대선 후보 자리 양보할 것이라고?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 선선히 양보한 것처럼? 지금 민주당 주자들은 결국 안철수에게 대선 후보 자리를 ‘양보하기 위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열심히 경쟁하고 있는 것! 

    안철수가 이번에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지를 받은 건 그 머리 탁월한 ‘뻐꾸기 안철수’로선 첫 좌절이다.

    이번에 중앙선관위가 기부재단 만들어 기부하려면 대선 4년 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조항을 찾아내 한방 날린 것으로, 안철수로선 백로처럼 깨끗하게 위장해온 그의 검은 속이 마침내 들켜버리게 됐다.

    이런 검은 속은 또 드러나게 돼있다. 지켜보겠다. 위장의 끝이 어디인지!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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