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스스로 빗장 풀어 대북제제 해제할까 염려된다
  • 북한의 최연소 퍼스트레이디로 기록된 27살 리설주가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렸다.

    북한이 스스로 실명을 밝힌 이후 과거 아시아육상대회를 위해 인천을 찾았던 예쁘장한 외모의 여인이 리설주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당시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리설주는 가수 출신으로, 은하수관현악단 신년경축음악회에서 노래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북한은 개혁 개방의 기치를 내걸은 것처럼 보인다. 군부를 장악하던 리영호가 숙청됐다. 돈줄을 둘러싼 암투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개혁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미국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미키마우스가 문화공연에 출연하는 데 이어 북한으로서는 파격적인 의상을 입은 ‘걸 그룹’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김정은이 직접 산업현장을 시찰하며 햄버거 포장지에 대해 평하기도 했다.

    국내 일부 언론에서는 최근 소녀시대와 런닝맨 등 한국의 유명 연예인과 오락프로를 북한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는 보도를 했다.

    또 김정은은 평양 릉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 참석해 부인 리설주와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등의 모습도 연출했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내용만 따지면 북한은 개혁과 개방으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북핵 개발에, 무력도발,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위협을 버릇처럼 쏟아내던 그들이다. 어떤 큰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북한이 이같은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가 뭘까. 우리가 리설주의 패션이나 과거 사진에 집착하는 사이에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북한에 대한 경계감과 안보의식이다.

    리설주가 북한이 변해가고 있다는 인상을 한국사회에 단박에 심어준 것이다.

    위화감이 조성되는 인민군과 무기들 대신 연신 웃는 모습의 김정은이 우리 방송을 타고 있다. 실은 김정은 체제가 더욱 공고히 된 상황으로 분석되고 있다. 리영호를 내보내고 군부의 세대교체를 이뤄낸 김정은이 그 스스로 별 6개를 달아 국가 원수의 자리에 올랐다.

    해외유학파인 그의 스타일대로 각종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연출해 냈는데 이는 북한 주민들의 결속력을 키워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

    결혼은 그에게 있어 군부와 국정을 운영하는 데 최대 걸림돌이었던 ‘나이’를 상쇄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김일성을 연상케 하는 복장을 한 채 김정은이 웃고 있으니 주민들은 그에게서 안정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북한 주민들의 충성도는 최근들어 가장 높을 거다.

    하지만 체제를 정비한 그가 과연 남한에 대한 야욕을 접었을 것으로 보이는가. 수십년간 한국을 침략하기 위해 고심해 온 북한이다.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는 얘기가 아니란 얘기다.

    벌써 언론에서는 문화 및 경제개방의 신호탄이 아니냐고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웃으며 접근을 하니 경계가 소홀해 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이는 ‘웃는 얼굴로 비수를 꽂는 자’랬던가.

    국제사회를 우습게 보는 북한으로부터 그렇게 많이 뒷통수를 얻어맞았으면서도, 정부는 또 남북대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며 김칫국을 마시고 있다. 북한이 명확한 의지를 내보이지도 않았는데 웃는 김정은과 리설주의 17살 사진에 그만 덩달아 웃고 있는 꼴이다.

    지금은 종북세력에겐 기회일 수도 있다. 북한인권법 추진을 무력화시키고 5.24대북제제조치를 풀게 하는 열쇠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북한으로서는 잇따른 무력도발이 안 먹히니 감성적으로 접근해 우리 스스로 빗장을 풀게 하려는 계략이 아닌지 어찌 알겠는가.

    조금 비약하자면 이대로 우리의 경계감이 무력화 된다면 이석기, 김재연, 임수경 등의 종북 의원들이 아주 북한 전문가라면서 나설 기세다.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리설주에 관한 기사와 사진이 실리자 닉네임 ‘촌장’이라는 이는 이런 댓글을 달았다.

    “부인의 표정이 참 좋다. 지고지순해 보이는 심성, 심상, 60여년전에 우리 고향에서 보든 여성같이 맑고 순수해 보인다. 그 맑아보임은 마음만의 문제가 아니고 그의 깊은 지혜를 엿보이게 한다. 새터민들이 이곳에 와서 기절초풍, 간판, 옷, 표정, 거친아이들, 술집같은 거리분위기. 심사숙고하자.”

    이 댓글 하나로 흘러가는 모양새가 단번에 캐치된다. 북한 사회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벌써 생겨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들이 김정은의 웃는 낯에 가려져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을 보지 못하게 될까 두렵다. 이럴 때일수록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하고, 이상 징후에 빠르게 대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국민들 역시 우리도 모르는 사이 헤이해지는 안보의식을 다잡고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도록 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은 김정은은 리설주와 팔짱을 낀 채 웃으며 핵 개발을 고심하고, 남한 침략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