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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충식 선수협 사무총장.ⓒ정상윤 기자.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21일 대전구장에서 열리는 '2012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10구단 창단의지를 불태우던 선수협이 꼬리를 내린 것.
선수협은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선수협 박충식 사무총장은 10구단 창단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올스타전에 선수들을 참가시키지 않겠다고 했던 말(6월 25일)을 취소했다.
"올스타전 불참 문제로 팬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선수협은 KBO로부터 한국시리즈 직후 10구단 창단 승인을 위한 이사회를 소집해 연내 10구단 창단을 승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과 의지를 확인했다. KBO를 믿고 10구단 창단과 팬들을 위해 올스타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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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김선웅 선수협 사무국장, 박충식 사무총장. ⓒ정상윤 기자.
NC때 그렇게 당하고도...선수협 바보아냐?
2011년 6월(수원)과 8월(전북)이 각각 KBO에 10구단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다. KBO 이사회는 10구단 창단승인에 대해 무관심했고 지난 6월에는 2번이나 10구단 창단승인 논의조차 무기한 유보했다.
이에 선수협은 올스타전 거부라는 무기를 집어들었고 그 무기는 위력적이었다. 이사회가 반응했다. 지난 10일 이사회가 10구단 창단 절차를 KBO에 위임했다. 그리고 KBO는 선수협을 10, 12일 양일간 만났고 13일 오전 기자회견 직전에도 전화통화로 설득했다.
선수협은 3일간 이어진 KBO의 설득에 굴복(?), 올스타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10구단 창단 여부와 창단 기업, 연고지 선정 등은 이사회에서 결정하는데 KBO가 무슨 말로 선수협을 설득했을까?
실제로 이사회가 KBO에 무엇을 위임했는지도 알려진게 없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의 말을 통해서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10구단 창단에 대해 진전된 논의가 있었다. 이사회가 ‘앞으로 10구단 문제를 KBO에 위임하겠다’고 했다. KBO가 앞장서 선수협과 대화를 통해 리그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사회가 KBO에 많은 부분을 위임해줬다. 이사회에서 진전된 논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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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말장난에 놀아난 선수협, 진짜 바보네!
10구단 창단과 관련한 어떠한 구체적 권한도 위임받지 못한 KBO를 선수협은 믿고 있다. 약속을 한 사람은 권한도 없는데 말이다.
선수협 김선웅 사무국장은 KBO를 믿고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직전까지 KBO와 선수협 소속 선수들과 논의를 했다. 이견이 있었지만 박재홍 회장과 박충식 사무총장께서 조율을 해 결과를 도출해냈다. 이사회가 10구단 창단에 관한 권한을 KBO 구본능 총재에게 위임했다는 것은 내용도 불분명하고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선수협은 구 총재의 10구단 창단 의지를 믿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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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충식 선수협 사무총장. ⓒ정상윤 기자.
믿을 사람을 믿어라..
구본능 KBO 총재가 선수협에게 약속한 내용이다.
"10구단 2012년 창단, 2013년 선수선발, 2014년 1군 진입."
10구단 창단과 관련해 구본능 총재는 힘이 없다. 이사회에서 다른 구단 사장들처럼 한표를 행사하는 게 고작이다. 가뜩이나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권한을 위임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10구단 문제의 해결사로 구 총재를 믿는다는 선수협의 태도. 너무 순진하다.
선수협은 이사회의 동의나 문서상 확약을 받지 못했다. 구 총재의 열정에 10구단 창단의 미래를 맡겼다. 구 총재가 자신의 명예를 걸고 선수협을 설득했지만 과연 구 총재가 무언가를 약속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 선수협은 생각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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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김선웅 선수협 사무국장, 박충식 사무총장. ⓒ정상윤 기자.
올스타전을 볼모로 잡은 선수협에 대해 찬반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야구계의 입장은 선수협에 대한 지지였다. 그리고 야구 꿈나무들의 무대를 확장하는 일에 발벗고 나선 선수들의 모습은 점차 대중들의 지지도 이끌어냈다.
그러나….
13일 선수협은 기존 입장을 180도 바꿔 '올스타전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야구팬들을 위해서 올스타전은 파행없이 감행하겠다."
선수협, 뭐가 불안해서...
10구단의 창단, 그것이 진정 팬들이 원하는 일이다. 올스타전을 못 봤다고 선수협을 비난할 팬이 있다면 그건 야구팬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1994년 '샐러리캡' 제도를 도입하자 총파업에 들어갔다. 구단주들이 매년 치솟는 선수들의 연봉을 우려해 만든 제도이기에 선수들은 불만을 표했다. 결국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섰고 구단주들이 '샐러리캡' 제도를 철회했다.
메이저리그 파업이 현역 선수들과 구단들 간의 돈 싸움이었다면 한국 선수협의 올스타전 거부는 야구의 발전과 미래 꿈나무들를 위한 멋있는 싸움이었다. 선수협은 명분이 충분했음에도 올스타전 보이코트를 막상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 샐러리캡(salary cap) : 팀 스포츠에서 선수 각각의 연봉 총액이 일정 금액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