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공으로 세이브 공동 선두 달리는 롯데 김사율경남상고 '기대주' 김사율 '대기만성형' 선수
  • '롯데맨' 김사율 구단 새 역사 쓰다

    롯데 자이언츠의 김사율이 지난 3일 2년 연속 20세이브를 기록했다. 구단 역사상 2년 연속 20세이브는 최초다.

    롯데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은 1994년 故 박동희가 세운 31세이브다. 2009년에는 외국인 투수 애킨스가 26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2년 연속 20세이브는 프로야구 통산 18번째로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그간 롯데는 선발투수의 힘으로 팀을 이끌었다. 84년 故 최동원, 92년 염종석. 뒷문을 지킬 필요가 없는 막강 선발 투수들이 2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 김사율도 경남상고에서 고교최고의 투수로 평가받았다. 1999년 롯데에 입단해 선발투수로 시작했다. 하지만 10년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김사율은 2군과 불펜을 오가는 평범한 패전 처리 투수였다. 2002년 4승11패가 그가 낸 최고의 성적이었다. 2007년 군대를 제대하고 데뷔 11년차인 지난해 풀타임 마무리로 나서 20세이브를 기록했다.  

    김사율은 올해도 21세이브(5일 현재)를 기록하고 있어 두산 베어스의 스콧 프록터와 함께 구원 부문 공동선두다. 

  • 마무리 투수, 모두 '파이어볼러'?

    김사율은 공이 빠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공의 스피드로 타자를 제압하는 마무리 투수로서는 김사율은 어울리지 않는다. 김사율이 삼성 라이온즈의 오승환과 비교대상이 안되는 이유도 바로 공의 스피드 때문이다.

    김사율의 직구 최고 시속은 140㎞ 초반대다. 오승환은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던진다. 김사율은 지난해 롯데 마무리로 처음 나서면서부터 ‘위력이 약한 마무리 투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그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려고 하고, 구속을 늘리려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오승환처럼 파워를 가진 마무리 투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주변에서는 마무리 투수가 투구수도 적은데 왜 빠른 공을 못 던지느냐고 질책했다. 그래서 힘을 주고 던지다 오히려 슬럼프에 빠질 뻔 했다."

    "마무리 투수로서 느린 공을 가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타자의 타이밍을 뺏으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 방식을 찾았다. 결국 제구력이었다. 깨달음이 온 것이다. '두타자는 무조건 잡자', '한 타자만 잡자'는 생각으로 투구 하나하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제구력을 바탕으로 낙차큰 커브를 던지는 김사율은 오승환과 다른 자신의 '끝판왕' 스타일을 창조한 것이다. ‘칠 테면 어디 쳐봐라’는 마음으로 던지는 자신감 있는 김사율의 투구가 최근 그의 호투의 비결이었다.

  • 주장 김사율, '롯데사랑' 넘쳐..알고보니 팔불출?

    올시즌 주장을 맡은 김사율은 자신의 영광을 팀의 공으로 돌렸다. 고교 기대주에서 10년 무명선수 생활까지 산전수전을 겪은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가 엿보였다.

    "불펜의 다른 동료들은 지고 있을 때도 나가고 동점일 때도 나간다. 팀이 어려운 순간에 나가는 것이다. 저는 항상 이기고 있을때만 나가지 않는가. 내가 흔들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리고 세이브는 절대 혼자서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제가 등판하기 전에 선수들이 점수를 더 내서 편안한 상황에서 등판시켜 주려고 애쓴다. 그렇게 방망이로 조력한 야수들은 제가 등판하면 수비 집중력까지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