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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칼럼세상>
영혼(靈魂)이 빠져나간 대한민국 외교라인
명색이 일국의 국무회의에서, 국민들 모르게 도둑질하듯 ‘한일정보호협정이라는 그 엄청난 협정을 통과시려했다? 감히! 도대체 대통령, 청와대·외교통상부 관리들의 ’머릿속 구조‘가 보통 국민들과는 어떻게 다르게 짜여 있기에.
더 이상 헛웃음도 나오지 않게 하는 건 이런 ‘도둑질 통과’의 과정과 책임을 따지기 위해 진상조사를 한다? 시간 끌며 서로 살아남아보겠다고 책임 떠넘기고, 발버둥 치며, 국민에게 또 사기 치려는 저 더럽게 뻔뻔한 모습들.
누구하나 내 책임이요, 하고 나오는 인물이 단 한사람도 없이 서로 책임 떠 넘기려다보니 또 진상조사 한다고 나오는 것.
진상은 너무나도 뻔한 것-대통령의 의중이 한일정보보호협정을 빨리 ‘체결’하라는 쪽으로 이미 결론 나 있었기 때문에→그 아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천영우, 대외전략기획관 김태효가 대통령의 오더 받들어 ‘기획’하고, 외교부 틀어쥐며 추진했고→외교부 장관 김성환은 대통령 의중인 것으로 확인하고 그대로 따라가며 부하 직원인 외교부 동북아국장 불러 일본 측과 구체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해 움직이게 했고→이게 일본 측과 마무리되자 이들이 모여 자, 그러면 6월 안에 방망이 두드리자고 의견 모아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한 뒤 전격적으로 ‘도둑질 통과’시키려고 했다가 그만 들켜버린 것!
뭐? 대회전략기획관 김태효가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고 일본통이기 때문에 혼자 결정하고 밀어붙였다?
이게 청와대라는 권부(權府)의 생리상 가능한 일? 대통령도 모르게 이런 작업을 한다고? 정말 웃기고 있다.
자존심 하나 갖고 살고 있는 외교통상부가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이나 기획관 말 한마디로 움직였다? 진짜 웃기는 게 더 있다.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국무회의에서 ‘몰래 통과’ 아이디어를 냈다고?
간단히 정리하면? 대통령 이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대외전략기획관, 외교부 장관, 외교부 동북아국장 모두가 공범(共犯)들! 이들이 대통령 의중에 맞춰 꾸민 합작품!
따라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에 대해선 탄핵할 수도 없고 어쩔 도리 없으나, 공범들은 다 옷 벗고 나가야 한다! 책임지고!
누구하나 대통령에게 그렇게 하면 큰 일 납니다!, 하고 곧은 소리 하지 못하고 오로지 권력에 순응하고 영합해 출세하고 자리보전하려는 기회주의적 출세주의자들의 합작품!
유명환이 외교부 장관 시절 자신의 딸을 외무 공무원으로 뚝딱 특채할 때 끼리끼리 모여 머리 굴리며 해치웠던 그 얄팍한 ‘머릿속 구조’와 너무 똑같다.
이들의 머릿 속 우선순위엔 ‘국가’나 ‘국민’이 빠져있고 출세 한번 해보려고 오로직 권력, 대통령, 윗사람, 그리고 내 자신의 사익-이것만 맞으면 대통령 앞에선 무조건 네,네 ,네,네하고 굽실거리다가 돌아오고, 아래 사람들 불러다가는 노예 대하 듯 지시하고 군림!
대한민국 외교관들의 윗 자리를 찾아 올라가다보면 1910년 한일병탄을 주도한 대한제국 당대의 ‘명(名) 외교관’ 이완용이 ‘선배’로 앉아 있다-자신의 권력을 지키고 부귀영화를 위해 고종의 의중을 졸졸졸 따라가고, 일본이 압도하는 국제외교의 현실에 순응해 결국 나라 팔아먹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자 관료’!
‘이완용적 사고’-영혼이 빠져나간 외교관의 그 핏줄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지 않다면? 한일정보보호협정이라는 그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는 협정을 국민 모르게 통과시킬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 국민이 두렵고, 피 뿌린 선열들의 눈망울이 어른 거려서!
이들 외교안보라인이 불과 6개월 여 전에 일본에 가서 어떤 ‘쇼’를 연출했는지 기억하는가?
지난해 12월 대통령 MB는 교토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강력한 해결을 촉구했다고 외교안보라인은 열렬히 홍보했다. 그런 뒤 돌아와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일본과 한일정보보호협정을 맺겠다고 국민 모르게 물밑에서 작업해?
대한민국 관료들이 이렇게 영혼 없는 짓을 하기 때문에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거들떠보지도 않고 대한민국을 졸(卒)로 볼 수밖에. 그래서 주한일본대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염장 지르는 것!
일본의 대북(對北) 정보력을 모르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1996년 9월18일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김영삼 정권은 북한 특수부대가 동해안 지역에 상어급 잠수함(300t급)을 타고 침투했다가 잠수함이 좌초되고 상륙한 공비들이 활개 칠 때까지 까마득히 몰랐다.왜? 그 시절 북한 핵 문제를 놓고 YS 정권과 불편했던 미국이 전혀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
얼마 지나지 않아 YS는 일본에 가 한일정상회담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일본 측이 북한 잠수함의 ‘항로’에 관해 갖고 있던 정보를 그대로 공개하는 걸 보고 탄복했다.
막연한 국수주의적 감정이나 민족감정에서 한일정보보호법 체결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머릿 속에서 영혼이 빠져나간 출세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영욕을 위해 국민을 속이고 있는 그 버르장머리를 탓하는 것이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대외전략기획관, 외교장관-빨리, 모두 물러나라! 더 이상 구질구질 변명 말고.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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