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땀 흘리며 훈련하는 후배들 보며 자극 받아""새로운 목표 생겨..은퇴 후 IOC선수위원 도전할 것"
  • ▲ '피겨 여왕' 김연아가 2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은퇴 대신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연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 '피겨 여왕' 김연아가 2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은퇴 대신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연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피겨여왕 김연아(22·고려대)가 '빙판'으로 돌아왔다.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정점을 찍고 한동안 평범한 '일상'을 즐겼던 피겨여제가 마침내 현역 복귀를 선언한 것.

    2일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김연아는 "오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때까지 선수 생활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태릉에서 훈련하면서 후배들의 열정어린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는 김연아는 "어느 순간, 부감감 때문에 내가 잘 할 수 있는 선수 생활을 포기한다면 나중에 후회와 아쉬움이 밀려올 것만 같았다"며 선수 복귀를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서 때론 안쓰럽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의 열정에 제가 도전을 받을 때도 있어요. 어려운 형편에도 구슬땀을 흘리는 후배들을 보면 오히려 내가 자극을 받게 돼요. 그런 면에서 후배들과 더 열심히 훈련하고 싶구요. 또 한번 후배와 함께 올림픽에 나가는 기쁨도 맛보고 싶어요." 

    김연아는 "소치올림픽 이후엔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겠다"며 야심찬 새 목표도 천명했다.

    "소치 올림픽 참가해 종착역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 합니다. 저의 선수 복귀는 IOC 선수위원을 향한 새 출발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따라서 소치 올림픽 출전은 새 꿈을 위한 시작입니다. 아름다운 끝맺음을 하기 위해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하려 합니다."

    김연아는 "현재 자신의 기량으로는 밴쿠버 올림픽 당시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에는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면서 당분간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훈련량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경기 감각을 되찾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르리라 봐요.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훨씬 많은 훈련을 해야 합니다. 아마 2배 이상 강도 높은 훈련을 하게 될 겁니다. 자연히 대외 활동보다는 훈련에 집중할 생각이에요."

    김연아는 '만일 올림픽에 나간다면 신기록을 세울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시는 그 기록을 깰 수 없을 것 같다"며 "당시 자신의 컨디션은 베스트였다"고 밝혔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은 버렸구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제 스스로 기대치만 낮춘다면 부담감 없이 편안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 '피겨 여왕' 김연아가 2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거취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피겨 여왕' 김연아가 2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거취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음은 취재진과 김연아의 일문일답 전문

    (기자회견문)시즌이 끝난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난주까지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솔직히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로 선수로서 더 큰 목표를 찾기가 힘들었어요. 반면, 국민 여러분의 애정은 더 커져만 갔죠. 그런 관심들이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하루만이라도 벗어나고픈 생각도 있었구요. 솔직히 많은 훈련과 경기 결과에 대한 압박도 있었어요.

    그동안 쉬면서 태릉에서 후배들과 훈련을 했습니다. 후배들에게 언니로서 선배로서 조언도 해줬지만 오히려 후배들을 보면서 제가 자극을 받았어요. 고민 끝에 나만의 목표를 갖기로 했습니다.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대치를 낮추고 나만을 위한 피겨를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국가대표선수로 새롭게 출발하겠습니다. 소치 올림픽에 참가해 종착역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새출발을 하려 합니다. 소치올림픽 출전은 새 꿈을 위한 시작이 될 겁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IOC 선수위원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제 꿈이 됐습니다.

    - 언제부터 대회에 나가나요? 코치진 구성은 어떻게 되죠?

    ▲올픽픽 본선 티켓을 따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국제대회에 참가해야겠죠. 코치진은 아직 구상 중이고 안무가는 데이비드 윌슨과 함께 할 겁니다.

    - 현재 자신의 기량은 어느 수준이라고 보나요?

    ▲밴쿠버 올림픽 당시의 베스트로 끌어 올리기에는 몇 년이 걸릴지도 몰라요. 한 시즌을 쉬었고 컨디션이나 감각도 많이 떨어졌죠. 이제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만들어가야해요. 경기력을 되찾기 위해 훈련을 계속 할 계획입니다.

    - 새로운 목표가 생겼는데, 어떤 동기가 있었나요?

    ▲그동안 고된 훈련과 여러 일들 때문에 선수 생활이 힘들었는데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선수 생활을 부담감 때문에 이렇게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 국내 선발전에 참가하나요?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 나가려면 당연히 국내대회에 참가해야 합니다.

    - 선수로의 복귀 결정이 IOC선수위원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가요?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에요. 물론 IOC위원이 되려면 소치올림픽에 참가해야겠죠. 하지만 선수로서의 아쉬움도 있었고, 제 스스로 기대치만 낮춘다면 부담감 없이 편안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대회에 나갈 계획인가요? 만일 올림픽에 나간다면 신기록을 세울 자신도 있나요?

    ▲시즌 성적이 없기 때문에 그랑프리 대회에는 나갈 수가 없어요. 만일 등록이 가능하다고 해도 제가 나가지 않았을 겁니다. 컨디션이 된다면 상황을 봐서 국제 대회에 참가할 생각이에요. 밴쿠버 올림픽 때에는 베스트였습니다. 다시는 그 기록을 깰 수 없을 것 같아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은 버렸구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쉬는 동안 가장 좋았던 때와 아쉬웠던 때가 있다면?

    ▲오랫 동안 휴식을 취하면서 평소 하지 못했던 학교 생활을 하는 등 평범한 일상을 즐겼어요. 나름 행복했구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일상을 즐기는 시간들이 너무 소중했습니다.

    - 오늘 이같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본인의 의사가 제일 중요했겠지만 주위에서도 많은 조언을 해줬을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가장 큰 도움을 주었나요?

    ▲주변에 저를 위해 좋은 말씀을 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이런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에는 제가 많이 부족하고 아직 어리기 때문에 주변의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셨는데요. 그래도 결국엔 제가 결정해야 했습니다. 어쨌든 여러분들의 도움 덕분에 오늘 이같은 기자회견을 열 수 있었습니다.

  • ▲ '피겨 여왕' 김연아가 2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거취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선수로 복귀한다는 입장을 밝힌 지금의 소감은 어떤가요?

    ▲제가 경기에 나서지 않은지 벌써 1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지금껏 팬 여러분의 반응을 보면 제가 스케이트 선수로 활동할 때의 모습을 더욱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 빙판 위에 돌아오게 됐으니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 선수 생활을 계속하겠다는 결정에 대해 가족이나 동생(후배 선수)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제가 회견을 갖기 전까지)아시는 분들이 거의 없을 겁니다. 이 자리를 통해 비로서 다들 알게 됐을 거예요(웃음). 좀 전에도 제가 기자회견을 연다고 하니 동생들이 '언니, 은퇴 기자회견 여시는 거 아녜요?'라고 묻더군요. 속으론 뜨끔했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어요.

    - 김연아 선수의 결정에 소속사 올댓스포츠의 영향도 컸으리라 봅니다. 앞으로 김연아 선수의 훈련은 국내에서 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해외에서 할 것인지 올댓스포츠의 구동회 부사장님께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구동회 부사장)저희는 매니지먼트사로서 선수의 뜻대로 스케줄을 짜고 지원하고 관리할 뿐입니다. 김연아 선수가 앞에서도 밝혔지만 앞으로는 태릉에서 훈련을 할 예정입니다.

    - 김연아 선수의 공백기가 상당한데 선수로 복귀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대외 활동을 계속 병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선수 생활과 대외 활동을 어떻게 해 나갈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훨씬 많은 훈련을 해야 합니다. 아마 2배 이상 강도 높은 훈련을 하게 될 겁니다. 자연히 대외 활동보다는 훈련에 집중할 생각이에요.

    - 앞으로 태릉에서 훈련을 하면서 국내 대회에도 참가를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김연아의 뒤를 이어 훈련을 하고 있는 많은 후배들을 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국내 대회 출전은 제가 결정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죠. 당연히 해야 하는 겁니다. 선수 복귀를 결정한 이상…. 지난 4~5년 이상 줄곧 캐나다와 미국에서 훈련을 해오다 드디어 태릉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곳에서 어릴 때 훈련한 뒤로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셈이죠. 지금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서 때론 안쓰럽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의 열정에 제가 도전을 받을 때도 있어요. 어려운 형편에도 구슬땀을 흘리는 후배들을 보면 오히려 내가 자극을 받게 돼요. 그런 면에서 후배들과 더 열심히 훈련하고 싶구요. 또 한번 후배와 함께 올림픽에 나가는 기쁨도 맛보고 싶어요.

    - 앞으로 체력적인 문제가 제일 클 텐데요.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요?

    ▲시즌을 통째로 쉬었죠. 솔직히 공연에 임하는 몸 상태와 경기에 임하는 몸 상태는 다릅니다. 지난해 모스크바 세계피겨선수권 대회에선 내가 여기 있는 게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신체 리듬이나 체력적인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감각을 되찾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르리라 봐요.

    - 선수 생활을 계속해야겠다는 결정은 언제 내리게 됐나요?

    ▲제가 쉬는 동안 점차 생각이 (복귀해야겠다는 쪽으로)바뀌어왔습니다. 순간적으로 금방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잖아요? 휴식 기간에 조금씩 마음이 움직였다고 보시면 맞아요.

    - 얼마전 연세대 교수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요. 이에 대한 소감을 말씀해 주실수 있나요?

    ▲그 일은 이미 끝난 일이기 때문에 더 이상 제가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 끝으로 팬 여러분께 소감 한 마디만 해 주신다면.

    ▲거의 1년을 쉬었습니다. 이제 선수로 돌아오게 됐는데 예전처럼 결과에 대한 부담감은 털어냈습니다. 꼭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오랜만에 돌아온 만큼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열심히 경기하는 모습,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도 보여드릴 생각이에요. 제가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랫동안 저를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또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스럽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열심히 경기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